(21)당신의 주식은 안녕하신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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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주식이 상장폐지된다고요? “절대 그럴 일은 없습니다.” 세상에 내 맘대로 되는 일은 없다고 합니다. 한국거래소는 바이오 기업 신라젠의 상장폐지(2022년 1월 18일)를 결정했으며, 최종 결정은 20일 후 코스닥시장위원회에서 이뤄질 예정입니다. 2차례 개선권고를 받은 코오롱티슈진 역시 상장폐지 최종 결정을 기다리는 상황입니다. 2개 회사 관계자뿐만 아니라 2021년 3분기 기준 코오롱티슈진의 소액주주 6만4332명과 신라젠의 소액주주 17만4186명도 조마조마한 상황입니다. 잘 거래되던 주식이 상장폐지라는 청천벽력 같은 소리를 듣게 되는 이유는 매출액이 하락하거나, 감사보고서 미제출(감사의견 거절 등), 공시의무 위반 등 매우 다양합니다. 의외로 주식투자자들은 ‘상장폐지 요건’을 잘 모릅니다. ‘설마’하는 생각이 강하기 때문입니다.

지난 1월 18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한국거래소 앞에서 신라젠 주주연합 회원들이 신라젠의 거래재개를 촉구하며 집회를 하고 있다. / 연합뉴스

지난 1월 18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한국거래소 앞에서 신라젠 주주연합 회원들이 신라젠의 거래재개를 촉구하며 집회를 하고 있다. / 연합뉴스

주식투자자는 상장폐지(상폐) 조건을 상식으로 알아둬야 합니다. 상장폐지는 투자자 보호를 위해 부실한 기업의 주식거래를 막는 제도입니다. 한국거래소 홈페이지에 자세히 나와 있으니 한번 챙겨보길 권합니다. 배임·횡령 금액이 클 때도 당연히 상장폐지 사유가 됩니다. 얼마 전 발생한 오스템임플란트처럼 신라젠은 ‘대표이사에 대한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배임), 업무상배임, 업무상배임미수 혐의’로 2206억원의 배임·횡령 공시(2020년 6월 8일)를 냈습니다. 상장폐지가 즉시 시행되지는 않습니다. 부도나 은행거래중지 등이 아니면 관리종목 지정, 상장폐지 실질심사 등 여러 단계를 거칩니다. 그사이 주식거래는 정지됩니다. 어쩌면 해당 회사 투자자에게는 결정을 기다리는 시간이 더 힘든 때일 것입니다.

코오롱티슈진, 신라젠 외에도 큐리언트, 디엑스앤브이엑스(구 캔서롭), 제넨바이오 등 바이오 기업들이 최근 상폐 위험에 많이 노출되고 있습니다. 바이오 기업은 기본적으로 고위험 투자처입니다. 신약개발은 10년 이상 장기간이 소요되는 사업입니다. 그사이 매출액이 발생하지 않거나, 자금조달에 문제가 발생하면 최악의 상황에도 대비해야 합니다. 신약개발의 고비를 하나씩 넘기면 고수익으로 보답하기에 많은 개인투자자가 제약·바이오 기업에 몰렸습니다. 바이오 기업에 투자했다면 올해가 점검을 해볼 시기입니다. 한국 신약개발은 2015년 한미약품의 신약기술 수출 이후 우후죽순 늘어났습니다. 신약개발은 성공만 하면 ‘대박’의 신화를 이룰 수 있습니다.

낮은 성공률의 신약개발 기업들

신약을 상용화하려면 많은 어려움이 따릅니다. 대규모 자금투자를 필요로 하는데 성공률은 낮습니다. 임상3상 이후에도 성공률은 절반 아래입니다. 신라젠의 항암 바이러스 면역치료제는 암세포만 없애는 치료제로 이름은 ‘펙사벡(Pexa-Vec)’입니다. 신라젠은 2019년 미국 데이터모니터링위원회(DMC)로부터 항암바이러스물질 ‘펙사벡’의 간암 대상 글로벌 임상3상의 중단을 권고받았습니다. 이에 따라 2006년 설립 이래 지금까지 3425억원(2020년 주식발행초과금 기준)의 투자금을 모은 신라젠은 2019년 8월 ‘펙사벡’ 글로벌의 임상3상을 중단했습니다. 이때부터 신라젠의 주가는 급락했습니다. 이듬해 2020년에는 전현직 임원의 배임·횡령까지 발생합니다.

임상3상을 이어가더라도 신약을 시중에 선보이기까지의 과정은 녹록지 않습니다. 제약·바이오 회사들의 회계처리와 관련해 금융감독원은 2018년 12월 19일 유의사항을 발표한 적이 있습니다. 세간의 관심을 끈 내용은 신약개발 통계자료입니다. “임상단계마다 성공확률은 매우 낮고, 기업의 성공 주장에 주의하라”는 대목이 눈길을 끌었습니다. 신약개발로 한국의 제약바이오 시장을 연 한미약품 사업보고서도 “신약개발의 첫 단계인 후보물질 탐색부터 마지막 신약 승인까지 성공 가능성은 평균 0.01%”라고 적고 있습니다.

이런 경고에도 오랜 사업기간과 낮은 성공률의 위험을 무릅쓰고 투자하는 이들이 많습니다. 이들은 전혀 다른 기준으로 움직입니다. 바로 ‘꿈과 희망 그리고 가능성’입니다. 제약·바이오 회사의 앞날을 재무제표로 전망하기는 힘듭니다. 보통 신약을 개발하는 회사는 유형자산의 규모와 임직원들의 숫자가 작습니다. 어느 정도 신약개발이 가시권에 들어오면 수백억원의 영업비용이 발생합니다. 글로벌 임상실험이라는 명목 아래 매년 적자가 이어집니다. 수백억원의 자금을 조달하고도 또 적자를 기록합니다. 즉 영업활동현금흐름은 늘 마이너스인데, 기말의 현금이나 금융자산을 보면 수백억원이 있기도 합니다. 투자자가 많이 붙는다는 이유만으로 ‘안전하다, 성공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하면 안 됩니다. 신약개발의 성공 가능성은 낮다는 걸 늘 염두에 두고 투자해야 합니다. 자본으로 투자를 한다는 건 그 실패도 함께 책임진다는 뜻입니다.

투자 결정 전 재무현황 확인 필수

이런 상황이 꼭 신약개발 관련 바이오 기업에만 해당하는 건 아닙니다. 신기술로 투자자를 모으는 스타트업 기업도 비슷한 일을 자주 겪습니다. 회사가 어떤 방향으로 비용을 치르고 자금을 조달하는지 여부는 확인할 수 있습니다. 투자를 결정했다면 이런 재무적인 현황을 미리 꼭 확인하길 권합니다. 과한 자금이 몰리거나 투기적 자본이 개입되면 선량한 투자자가 피해를 보는 ‘사고’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기업의 주가는 기업의 본래 가치에 비해 일시적으로 높게 또는 낮게 형성됩니다. 그렇다고 본연의 기업가치를 크게 벗어나지도 않습니다. 기업의 숫자(재무제표)를 기준으로 주가의 변동을 살펴야 하는 이유입니다. 모르는 분야에는 투자하지 않는다는 원칙 확립도 중요합니다.

제약·바이오 회사는 기본적으로 재무제표상으로는 기업가치가 낮습니다. 수익도 없고 비용만 5~10년간 투자해야 하기에 그렇습니다. 글로벌 임상 단계로 가면 더 많은 자금이 들 수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는 주가가 많이 오른다고 무턱대고 투자에 뛰어들면 안 됩니다. 투자의 책임을 지고, 회사의 주식을 사는 이들이 투자자들입니다. 2015년 한미약품을 기점으로 많은 업체가 신약개발에 뛰어들었습니다. 7년이 지난 지금, 그 결과가 슬슬 나오고 있습니다. 초기에 진입한 투자자가 아니라면 지금은 적정선을 지키는 노력이 필요한 때입니다. 이미 주가가 많이 올랐습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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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환 재무제표 읽어주는 남자>

재무제표로 본 기업의 속살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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