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남극 킹조지섬-엄마를 잡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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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수현의 바닷속 풍경](5)남극 킹조지섬-엄마를 잡아라

사진에는 진실이 담겨 있다고 믿는다. 하지만 포토그래퍼가 침묵하거나 위선적이라면 진실은 상황에 따라 변질되거나 왜곡될 수도 있다. 2020년 남극을 다녀온 후 필자가 강의하는 대학의 학생들에게 펭귄 사진을 보여주고 제목을 정해보라고 했다. 대부분의 학생이 ‘사랑’, ‘화목’, ‘나들이’, ‘평화’ 등의 제목을 제시했다. 진실은 따로 있었다. 앞서 달려가는 펭귄은 어미이고 뒤따르는 두마리 펭귄은 새끼들이다.

굶주린 새끼들이 어미가 모습을 드러내자 부리나케 달려들었다. 두어 달 성장한 새끼는 바다에 들어가지 못할 뿐 덩치는 어미만 해지고 에너지가 넘친다. 어미는 일단 도망쳐야 한다. 잡혔다가는 다칠 수 있다. 어미를 따라잡은 녀석은 어미 입에 부리를 밀어 넣어 뱃속에 담아온 크릴을 토해내라고 재촉한다. 뒤처진 녀석에게 돌아오는 배려는 없다. 혹독한 남극에서 이들이 종족을 유지하는 비밀 중 하나는 생존의 치열함 아닐까.

<박수현 수중사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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