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더니즘 미술로 떠나는 시간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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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화를 비판하는 전통, 전통과의 단절을 추구하는 현대화. 그 사이를 관통하는 명백한 지점은 ‘현재가 과거와 미래를 품고 있다’는 점이다. 전통은 현대로 이어지고 현대는 다시 새로운 현대로 나아간다. 소위 ‘모던’한 미술가가 되려면 전통과는 차별화된 그 무엇을 위해 새로운 관점을 가져야 한다. 이는 19세기와 20세기를 거치며 새로운 세상을 새로운 방식으로 보고자 했던 모더니스트 예술가의 눈이었다.

<모던라이프> 전시 전경 / 김옥렬 대표 제공

<모던라이프> 전시 전경 / 김옥렬 대표 제공

새로운 눈이 보고 감각했던 모던아트의 새로운 경향이란 무엇이었을까. 그것은 ‘무엇을 볼 것인가’보다는 ‘어떻게 볼 것인가’라고 하는 방법적인 탐구에 방점이 찍힌다. 바로 자의식을 비추는 예술가의 감각이자, 경험과 지식으로 ‘변화하는 시대, 새로운 것’을 보는 작가의 시대정신이었다. 비평가이자 시인이었던 샤를 보들레르가 말한 ‘새로운 것의 도래’나 에즈라 파운드의 ‘새롭게 만들어라’라는 슬로건이 주는 모더니스트의 울림을 눈으로 보고 감각할 수 있는 전시가 대구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다.

<모던라이프>라는 제목으로 열리고 있는 이 전시는 지나간 것과 도래할 것 사이의 현재와 그 의미를 생각해보는 전시로 프랑스 매그재단과 대구미술관이 공동으로 기획했다. 매그 부부가 모은 20세기 전후의 모던아트 미술품 1만3000여점을 소장하고 있는 매그재단은 프랑스 최초의 사립미술관이다. 양 기관이 소장품 공동연구를 통해 연 이번 전시에서 작가 78명의 대표작을 만나볼 수 있다.

각각 ‘탈 형상화’, ‘풍경-기억’, ‘추상-파트’, ‘글-테마’, ‘초현대적 고독’, ‘평면으로의 귀환’, ‘재신비화된 세상’, ‘기원’이라고 이름 붙인 8개의 테마를 선보인다. 이를 통해 서로 다른 역사와 문화를 품은 한국과 서구미술의 모더니티를 배경으로 모더니즘 미술을 교차해 보여준다. 전시는 모더니즘이라는 거대담론을 기저에 놓고 출발한 프로젝트지만 이를 미술사적으로 분석하거나 이미 발표된 수많은 이론을 논증하는 것과는 다른 선상에 있는 전시임을 분명히 한다. ‘현재를 반영하고 미래의 희망을 기대하는 모더니즘의 독자적이고 고유한 성질을 내포한 작품들을 소개하는 것이 가장 큰 핵심’이라는 것이다.

입체파 미술 시대를 연 조르주 브라크를 비롯해 알렉산더 칼더, 마르크 샤갈, 바실리 칸딘스키, 알베르토 자코메티 등 20세기를 대표하는 작가들의 작품과 곽인식, 이우환, 박서보, 윤형근, 이강소 등 국내 거장들의 작품 144점을 펼쳐놓았다. 매그재단 소장품 중에서 한국에 처음 소개하는 몇몇 작가들의 작품을 찾아보는 것도 흥미로운 관전 포인트다. 전시장 사이사이 서점에서 접하기 어려운 도록이나 참고자료 등 모더니즘을 추구한 예술가들의 작품과 시대적 의미를 유추할 수 있는 아카이브를 마련해놓아 ‘오아시스’ 같은 역할을 한다.

<모던라이프>전은 근대성 속에서 획득한 권위로부터의 해방감이 어떻게 미적 자율성을 획득했는지 추적할 수 있는 전시다. 같지만 다르고, 다르지만 같은 차이와 동일성이 교차하는 궤적을 따라 느낀 만감 가운데 어제와 내일을 품은 ‘오늘의 나’를 발견하는 시간여행이기도 하다.

<김옥렬 현대미술연구소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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