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하버드·MIT보다 들어가기 힘든 II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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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11월 말, 트위터의 새로운 대표로 파라그 아그라왈(Parag Agarwal)이 선임되면서 인도 출신 인재들이 다시 주목받고 있습니다. 12월 15일에는 명품 샤넬의 대표로도 인도 출신 리나 나이르(Leena Nair)가 임명됐는데요. 그는 샤넬 이전에 유니레버에서 최초의 여성 최고 인사책임자로 28년간 몸담았습니다. 패션계 출신이 아니면서 샤넬의 대표가 됐다는 것 자체로도 큰 반향을 일으킨 인사였습니다.

2021 JEE 시험을 치르는 인도 학생들 / 인디언익스프레스

2021 JEE 시험을 치르는 인도 학생들 / 인디언익스프레스

인도 출신이 CEO로 있는 기업들을 살펴보면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어도비, IBM, 마이크론(Micron) 등이 있습니다. 지금은 물러났지만, 지난해까지 인도인 대표가 있었던 노키아도 있습니다. 비IT계 기업으로는 딜로이트(Deloitte), 갭(GAP), 위워크(WeWork) 등이 있습니다. 파라그 아그라왈을 포함해 이들 중 다수는 인도공과대(IIT) 출신이라는 공통점도 있습니다. 물론 이들 CEO 외에도 기업의 요직이나 실리콘 밸리에서 IIT 출신을 많이 볼 수 있습니다.

그래서일까요? 요즘 IIT 재학생을 대상으로 한 채용설명회에서 6년 만에 2000만루피(약 3억2000만원)급의 연봉제안이 들어오면서 글로벌 기업들의 러브콜이 쏟아지고 있습니다. 우버(Uber)는 IIT 뭄바이, 마드라스, 루키, 칸푸르, 구와하티, 바라나스 캠퍼스 재학생에게 기본급 1억5000만원에 보너스 및 혜택 등을 포함해 총 3억3500만원에 가까운 연봉을 제시했다고 합니다. 인도의 IIT 채용설명회에는 우버, JP모건, 플립카트, 아마존, 슐럼버거, 마이크로소프트, 애플, 구글, 텍사스인스트루먼트, 퀄컴, 골드만삭스, 오라클, 인텔, SAP와 같은 글로벌 대기업이 대거 참가했습니다.

IIT 칸푸르 캠퍼스의 경우에는 약 425명의 학부생과 348명의 대학원생이 다니고 있는데, 올해 총 47개 글로벌 기업에서 채용 제안을 받았습니다. 이는 지난해 19건에 비하면 150%나 늘어난 것으로 제시한 최고 연봉의 경우 글로벌 기업은 약 3억2500만원, 인도 국내기업은 1억9000만원이었습니다. 인도인들은 하버드나 MIT 입학이 IIT 입학보다 더 쉽다고 말할 정도입니다.

넷플릭스 드라마 <코타 팩토리>의 옥외광고 / 한유진 제공

넷플릭스 드라마 <코타 팩토리>의 옥외광고 / 한유진 제공

<코타 팩토리>로 IIT 엿보기

넷플릭스에서 <오징어게임>의 인기가 치솟았을 때, 마지막까지 <오징어게임>의 1위 등극을 저지하던 영화가 바로 <코타 팩토리(Kota Factory)>였습니다. 이 영화는 인도에서 IIT에 입학하기 위해 치열한 입시전쟁을 치르는 현실을 보여주는데, 코타(Kota)는 인도 구자라트주에 있는 코타라는 도시 이름을 뜻하며, 팩토리는 코타에 몰려 있는 최고 입시학원들과 여기에 온 지방 학생들을 위해 형성된 숙박시설을 의미합니다. 마치 입시라는 산업을 위해 기계적으로 돌아가는 산업공단과 유사하다는 의미가 담겨 있습니다. 어찌 보면 15~20년 전까지 한국에서도 흔했던 입시 현실을 보는 듯합니다. 학력고사, 수능 입학 세대 시절의 모습이기도 하고 공무원 시험, 각종 고시의 학원가 풍경을 연상시키기도 합니다.

IIT에 입학하려면 한국의 고3과 같은 12학년에 물리, 수학은 필수이고 화학/생물/생명공학 중 1과목을 선택한 보드시험(Board Exam)에서 75% 이상의 성적을 거두어야 하며, 12학년 성적이 백분위 20%를 유지해야 합니다. 또 화학, 물리, 수학으로 구성된 합동입학시험 JEE(Joint Entrance Examination) Main에 합격해야 합니다. 그후 JEE Advance(심화) 시험에 응시해야 하는데, 3과목 시험에 과목당 30문제씩이 있고 시험시간은 과목당 1시간씩 주어집니다. 시험은 IIT 루르키, 카라그푸르, 델리, 칸푸르, 뭄바이, 마드라스, 구와하티 8개의 지역에서 치러지며 점수 순위에 따라 응시한 캠퍼스의 전공과목 선택을 할 수 있습니다. 이렇게 보니 예전의 한국 입시제도와 참 유사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런데 지금 글로벌 기업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IIT 출신들이 입학할 때인 20년 전에는 조금 다른 입시 분위기였다고 합니다. 입학시험은 주관식이었고, 총 5개의 질문에 3시간 동안 답을 쓰되 오픈북 형태의 시험이라 주어진 시간 내에 자기 생각을 서술해 제출했습니다.

인도공과대(IIT) 뭄바이 캠퍼스 / 힌두스탄타임즈

인도공과대(IIT) 뭄바이 캠퍼스 / 힌두스탄타임즈

IIT 출신이 특별한 이유

IIT가 설립될 때 염두에 둔 것은 미국식 대학교육을 도입한 ‘인도형 MIT’였습니다. 그래서 교수진도 하버드나 MIT, 스탠퍼드의 교수진으로 꾸렸습니다. 자유롭게 묻고, 토론하며 문제를 발견하고, 분석하고 해결책을 내놓는 방식으로 공부하고 연구했습니다. 인도의 IIT 출신들에게 IIT에서 공부한 것이 왜 성공으로 이어졌느냐는 질문에 그들은 이렇게 말합니다. 한국의 KAIST, 서울대 등에서도 공부한 경험이 있는 IIT 졸업생 몇몇은 ‘언어’와 ‘친화력’이 IIT만의 강점이 아니라고 말합니다. IIT 출신을 한마디로 정의하면 ‘어떻게 새로운 것을 배우고 흡수하는가를 배운 사람’이라며, 늘 질문하고, 현상을 분석하고 그 안에서 문제점을 발견해 새로운 해결책과 아이디어를 찾는 것이 습관화된 것이 IIT 출신이 갖는 가장 큰 성공 요인이라는 것입니다. 특히 IIT에서는 선배든 교수든 모르는 것을 묻고 이의를 제기하는 것을 독려하는 유연하고 열린 문화가 있다는 점도 강조했습니다. 유럽과 북미 문화권에서는 진취적이고 주도적이며, 다양한 문화에 잘 적응하는 능력을 갖춘 사람을 요구한다는 점을 고려한다면 인도인들은 준비가 된 부분이 많다고도 덧붙였습니다.

인도라는 나라는 다양성 가운데서 각자의 개성을 유지하되 조화를 이루는 문화를 가지고 있습니다. 또 대부분의 인도인은 공용어인 힌디어와 영어뿐만 아니라 출신 지역 언어까지 3개 언어는 기본으로 습득합니다. 다양한 언어와 종교, 문화에 대한 수용성이 요즘처럼 급변하는 사회에 적응하는 원동력이 아닌가 싶은데요.

우리나라에서도 IT 분야에서 인도와 인재협력을 원하는 수요가 많아질 것으로 예상됩니다. 보편적 강점인 인도인의 새로운 아이디어를 개발하는 능력과 한국인의 높은 수행능력 및 인내심이 결합한다면 이상적인 시너지를 발휘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해봅니다.

<한유진 스타라진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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