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명을 지키는 마지막 성벽 위에서 外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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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골 농부가 들려주는 ‘문명’

<문명을 지키는 마지막 성벽 위에서> 진 록스던 지음·이수영 옮김·상추쌈출판사·2만원

[신간]문명을 지키는 마지막 성벽 위에서 外

자연의 속도로 살며 하루하루 땅을 일구는 데서 만족하는 농민의 언어로 쓴 책이다. 국내에는 처음으로 소개되는 저자의 책이지만 지구를 가혹할 정도로 약탈하는 시대의 흐름에 맞서는 그의 목소리는 울림을 준다. 오롯이 땅에 기대 삶을 영위하는 자립적 소농으로 살아가는 그와 그의 친지·이웃들의 이야기를 입담 좋게 풀어가고 있어 농사가 그저 고되고 돈은 벌기 힘든 노동이란 통념도 함께 깨부순다. 농민들의 자발적 조직 또는 질서라 할 수 있는 두레와 품앗이는 저자가 살던 미국 오하이오주에서도 똑같이 존재하는데, 단지 효율성을 높이려는 조치보다는 함께 일하며 웃음을 나누는 즐거움에 더 높은 가치가 있음을 보여준다. 빠른 성장 대신 삶을 이끌어갈 꾸준한 활력만 있으면 된다고, 일과 놀이가 섞인 와중에 당당하게 게으름을 즐길 여유 또한 중요하다는 글 속에서 문명인을 자처하는 현대인들이 어느덧 잃어버린 가치를 돌아보게 한다.

‘반골 농부’인 책 속의 농민들이 함께 지켜나가려는 ‘문명’은 첨단을 달리는 기술의 진보 위에 있지 않다. 특히 대규모 기업농이 광활한 농지를 관리하기 위해 최신 농기계와 농약·비료로 무장하고 새로운 산업 질서를 강요하는 미국에서 오히려 그는 더 많은 농부가 곳곳에 분산돼 땅을 일구는 미래를 제안한다. 시골의 전통을 존중하고 인간보다 더 오래 살아남아온 다양한 생명의 생태까지 돌아보자는 것이다. 또 한편으론 땅과 흙에서 멀어진 삶에서 나온 생각은 비록 겉으로는 친환경이니 생태주의니 하는 말로 위장한다고 해도 사실 쭉정이일 수 있음도 거침없이 주장한다. 자신이 선 바닥에 튼튼하게 뿌리를 내린 삶의 경험에서 나온 책의 이야기들이 나름의 생명력을 갖는 것도 이렇듯 경직된 생각과 세계관을 벗어나서일 것이다.

[신간]문명을 지키는 마지막 성벽 위에서 外

▲공간을 탐하다
임형남, 노은주 지음·인물과사상사·1만7000원

역사와 삶의 흔적이 만든 복합적인 풍경을 담고 있는 도시 속 건축을 보며, 건축과 공간이 주는 감동에 대해 말한다. 책을 쓴 부부 건축가는 흔하고 익숙한 일상적인 풍경도 한걸음 더 다가서면 그곳만의 이야기가 있다고 말한다.

[신간]문명을 지키는 마지막 성벽 위에서 外

▲결제의 희열
한재동 지음·눌와·1만2000원

10여년의 직장생활 동안 월급을 물건으로 받았다고 말할 정도로 쇼핑에 푹 빠졌던 백화점 직원의 유쾌한 쇼핑일지를 담았다. 신발과 셔츠 같은 패션 아이템부터 휴대전화와 노트북 같은 전자기기까지 다양한 물건을 산 순간의 희로애락이 생생하게 펼쳐진다.

[신간]문명을 지키는 마지막 성벽 위에서 外

▲하루 한 페이지 마음챙김
주디스 올로프 지음·이은경 옮김·갤리온·1만5000원

타고난 예민함으로 고통받는 이들을 전문적으로 치료하는 정신과 의사인 저자가 스스로 과도한 불안과 걱정, 고통받은 자신의 문제를 해결해준 마음챙김에 관해 전한다. 현재에 집중하는 명상법과 호흡법 등 마음챙김의 세계로 안내한다.

<김태훈 기자 anarq@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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