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밑 성수기 이끄는 명품 뮤지컬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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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공연계에 비수기는 없지만, 성수기는 분명 있다. 바로 세밑, 연말이다. 문화 회식의 영향으로 단체관객의 관극도 많이 증가했고, 한해 마무리를 가족이나 친구, 직장동료와 공연장에서 하고 싶어하는 대중의 기호도 늘어났기 때문이다.

뮤지컬 <레베카> / EMK뮤지컬컴퍼니 제공

뮤지컬 <레베카> / EMK뮤지컬컴퍼니 제공

이에 발맞춰 이맘때면 대중성이 높은 작품들이 치열한 각축을 벌인다. 코로나19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올해도 예외는 아니다. <지킬 앤 하이드>, <노트르담 드 파리>, <빌리 엘리어트>, <프랑켄슈타인> 등 소문난 명작들이 진검승부를 펼치고 있다. 인기 뮤지컬 배우가 출연하는 날이면 티켓이 일찌감치 동이 난다. 앙코르 무대가 올려질 때마다 선풍적인 인기몰이를 해온 뮤지컬 <레베카>도 마찬가지다. 손에 땀을 쥐게 만드는 서스펜스는 수차례의 한국 공연의 연륜이 더해지며 한층 원숙해진 완성도를 보여주고 있다. 원래 처음부터 우리말로 만들어진 창작 뮤지컬이라고 해도 깜빡 속을 만큼 빈틈없는 극 전개가 일품이다.

원작은 소설이다. 영국의 여류작가인 대프니 듀 모리에가 1938년 발표했다. 대중매체가 전성기를 누리기 이전인 당시 280만부 이상이 팔려나갔을 정도로 인기를 끌었다. 소설의 배경인 영국 콘월은 한국의 ‘땅끝마을’쯤 된다. 소설은 이곳 전원저택 멘덜리를 배경으로 불의의 사고로 세상을 떠난 안주인 레베카의 죽음에 얽힌 비밀을 하나씩 밝혀가는 내용을 담고 있다. 소설의 인기에 힘입어 다양한 파생상품의 출현을 불러왔다. 앨프레드 히치콕에게 첫 오스카상의 영광을 안겨준 동명 타이틀의 영화가 대표적인 사례다. 1940년 발표됐던 흑백영화인데, 요즘 관객이 봐도 시선을 떼기 어려울 정도로 촘촘한 스토리 전개가 일품이다.

소설 원작 뮤지컬은 ‘노블컬’, 영화 원작은 ‘무비컬’이라 부른다. 그런 의미에서 뮤지컬 <레베카>는 소설과 영화를 적절히 반영한 노블컬과 무비컬의 정체성을 모두 가지고 있는 이색적인 무대다. 뮤지컬은 시종일관 펼쳐지는 서스펜스 소설의 극적 긴장감과 흑백 무성영화의 고전적인 매력을 모두 함축하고 있는 별난 완성도를 지니게 됐다. 특히 흑백 스크린으로 구현됐던 히치콕 특유의 알싸한 뒷맛을 남기는 등장인물들과 소설에서의 고즈넉한 저택은 우리나라 무대로 진출하며 형형색색의 무대장치와 감탄을 자아내는 영상 효과로 대체됐다. 오스트리아나 일본에서의 무대를 경험했던 관객이라면 국내로 소개되면서 이 작품이 얼마나 효과적인 비주얼적 완성도를 가미했는지 여실히 실감하게 된다. 소극장 뮤지컬이었던 일본은 물론 화려한 규모에 불타는 저택의 현실감을 극대화했던 유럽 공연과 비교해도 우리 무대의 완성도나 극적인 재미는 오히려 한수 위라는 인상을 받는다. 원작자인 미하엘 쿤체와 실베스터 르베이가 한국 무대에 대해 큰 만족을 표했다는 후문이다.

중독성이 강한 뮤지컬 넘버의 매력은 이 작품의 하이라이트다. 공연장을 나서며 메인 테마 선율을 흥얼거리는 관객들을 어렵지 않게 만날 수 있다. 커튼콜에서까지 극중 인물의 모습을 흐트러짐 없이 담아내는 댄버스 부인 역의 옥주현과 신영숙은 박수갈채를 한 몸에 받고 있다. 연말에 추천하고픈 정말 재미있는 뮤지컬 작품이다.

<원종원 순천향대 공연영상학과 교수·뮤지컬 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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