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진안 마조마을 ‘씨 없는 감’ 다듬다 가을이 묻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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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태겸의 풍경](19)진안 마조마을 ‘씨 없는 감’ 다듬다 가을이 묻었네

‘무진장’이라 일컫는 한국의 오지가 있다. 전북의 무주, 진안, 장수의 앞글자를 따서 ‘무진장’이라 부르는데, 그중에서도 진안은 독특한 구석이 있다. 마이산은 다른 지역의 산과는 다른 묘한 형태를 띤다. 마이산의 탑사는 고드름이 거꾸로 자란다고 한다. 진안 여행을 하다 보면 ‘여기는 과학적으로 입증할 수 없는 오묘한 기운이 있나?’라는 생각이 절로 든다.

진안의 골짜기 안쪽 마조마을로 가면 이 생각이 한층 더 짙어진다. 이 동네 감나무는 씨 없는 감을 내놓는다. 희한하게도 다른 마을의 감나무를 옮겨심으면 씨가 없어지고, 이 마을의 감나무를 옆동네에 옮겨심으면 씨가 생긴다. 이게 대체 무슨 조화인지 이해하기 어렵다. 씨 없는 감은 달기는 또 얼마나 단지. 그 신비로운 마을에 지금 곶감 만들기가 한창이다. 지난 한 생이 고스란히 깃든 두툼한 손이 감 껍질을 벗기고, 그 감을 주렁주렁 매달아 말린다.

<글·사진 정태겸 글쓰고 사진찍으며 여행하는 몽상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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