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마다 견뎌 모두의 숲으로
경북 성주 성밖숲](https://img.khan.co.kr/newsmaker/1443/1444_54.jpg)
경북 성주읍 바로 옆의 숲은 ‘기이하다’라는 표현이 걸맞은 곳이다. 보면 볼수록 오묘하다. 용이 용틀임하듯 뒤틀리며 자라난 나무, 제각각 개성대로 삶을 살아낸 듯한 모습이다. 이 숲의 주인공은 왕버들이다. 버드나무는 천성이 물을 좋아한다. 물가에 자리를 잡고 살지만, 그래서 오래 살기 어렵다. 쉬이 썩기 때문에 수명이 짧다. 그럼에도 이 숲의 왕버들은 이미 300년의 생을 살아왔다. 얼마나 많은 고비를 넘어 지금에 이르렀을지 감히 가늠키도 어렵다.
이천천이 흘러가는 곁으로 숲이 만들어진 건 조선 중엽이다. 당시 서문 밖에서 아이들이 자꾸 죽었다. 이런 흉사를 막고자 숲을 조성했다는 이야기가 전한다. 일종의 비보림인 셈이다. 처음에는 밤나무를 심었는데, 임진왜란 이후 모두 베어내고 대신 버드나무를 심었다. 왕버들은 각자 저마다의 삶을 이겨내며 지금까지 살아남았고, 오랜 시간 이렇게 사람이 쉴 수 있는 모두의 휴식처가 돼주고 있다.
<글·사진 정태겸 글쓰고 사진찍으며 여행하는 몽상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