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에선 왜 한국 콘텐츠가 인기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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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 초, <오징어게임>이 마지막 고지였던 인도 넷플릭스 1위에 오르며 넷플릭스가 서비스되는 83개국에서 드디어 1위를 차지했습니다. 각종 외신과 유튜브 등은 <오징어게임> 출연 배우들 관련 소식으로 뒤덮였고, 우리나라 국민이라면 왠지 모를 뿌듯함과 기쁨에 들떴습니다. 최근에는 <오징어게임>의 성공으로 OTT(온라인동영상서비스) 시대에 맞는 영상콘텐츠 전문인력을 양성해야 한다는 주제로 세미나가 열리기도 했습니다.

넷플릭스 인도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공식계정 갈무리(사진 왼쪽) ,넷플릭스 인도가 유명 삽화 작가 수캄 싱(Sookham Singh)이 그린 <오징어게임> 주인공들의 그림을 SNS에 게시했다. / 한유진 제공

넷플릭스 인도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공식계정 갈무리(사진 왼쪽) ,넷플릭스 인도가 유명 삽화 작가 수캄 싱(Sookham Singh)이 그린 <오징어게임> 주인공들의 그림을 SNS에 게시했다. / 한유진 제공

전 세계를 떠들썩하게 한 <오징어게임>이 발리우드와 톨리우드(하이데라바드시를 중심으로 안드라프라데시, 텔랑가나 지역에서 텔루구어로 제작되는 영화산업), 콜리우드(타밀어로 제작된 첸나이 지역의 영화산업) 등 막강한 영화산업을 보유한 인도를 강타했다는 것은 큰 의미가 있다고 봅니다. 사실 인도에서는 다수가 일본문화는 선진문화로 보지만 한국문화는 인지도가 높지 않았습니다. MZ세대와 비즈니스를 하는 사람들에겐 몇년 전부터 호감도가 높아져 왔지만, 보편적이라고 보기엔 무리가 있었습니다.

그런 인도에서 한국 콘텐츠가 1위를 차지했다는 것은 하나의 콘텐츠로서가 아니라 K팝과 K뷰티, 한식 등을 포함한 K라이프스타일이라는 전반적인 한국문화에 대한 인식 자체가 확고히 자리 잡았음을 알리는 신호인 셈입니다. 그렇다면 인도에서 한국 콘텐츠는 왜 이렇게 인기를 얻게 된 것일까요.

글로벌한 트렌드, 가성비와 신선함

인도에서 방탄소년단(BTS)의 인기는 몇년 전부터 시작됐습니다. 초기에 소수로 시작한 BTS의 팬들이 정보를 나누고 모이면서 이제는 인도 5대 도시에 팬클럽을 결성해 운영하고 있습니다. BTS의 인기는 미국과 유럽의 트렌드에 민감한 인도인들에게 글로벌한 트렌디함과 다양한 비주얼 등 MZ세대를 매료시킬 요소가 그들에게 있었기 때문입니다.

이와 더불어 2017년 즈음부터 한국 화장품이 일본제품보다 저렴하지만, 성능은 좋아 가성비를 따지는 인도인들을 만족시키기 시작했습니다. 다양한 온라인 매체를 통해 접한 한국인들의 피부와 외모 역시 하얗고 매끈한 피부에 대한 로망이 있는 인도인들에게 K뷰티에 대한 호감도를 높이게 한 요소들이었습니다.

거기에 팬데믹도 한몫했습니다. 인도는 서구권 문화 트렌드에 더 민감했던 곳입니다. 그런 인도인들이 팬데믹 기간 동안 기존에 즐겨봤던 미국과 유럽의 콘텐츠가 점점 식상해지기 시작했고, 인도 내에서 제작되는 콘텐츠들이 갖는 뻔한 플롯에 지겨워하며 좀더 새로운 것을 원하게 됐습니다. 그렇게 접하게 된 한국의 콘텐츠는 인도의 문화와 유사한 가족중심 문화를 발견하게 하거나 부조리에 맞서는 빈센조 등과 같은 건전한 이야기로 신선함을 전했습니다.

넷플릭스 인도 화면 갈무리 / 한유진 제공

넷플릭스 인도 화면 갈무리 / 한유진 제공

이러한 분위기를 수치적으로 보여준 것이 있는데요, 넷플릭스 인도 대변인이 최근 발표한 것을 보면 2019년에 비해 2020년 K드라마 시청회수가 370% 이상 증가했습니다. <스위트홈>의 경우 2200만 이상이 시청했다고 합니다. 최근 넷플릭스 인도의 상위 10개 리스트를 보면 <갯마을 차차차>, <오징어게임>, <사랑의 불시착>, <사이코지만 괜찮아>가 꾸준히 자리를 지키고 있습니다. 인도인들은 넷플릭스 외에도 라쿠텐의 비키(Viki)도 애용하는데 최근에는 <여신강림>, <유미의 세포들> 등이 인기를 얻고 있습니다.

관심을 넘어 같이 즐기는 문화로

이번 <오징어게임>의 인기를 반영하듯 넷플릭스 인도의 공식 인스타그램 계정에는 <오징어게임>과 인도 영화 <세 얼간이>의 한장면을 재편집해 만든 밈 영상이 올라왔습니다. 최근 나브라트리(Navratri)라는 명절 기간에는 인도인들이 인사로 주고받는 디저트인 카주 카틀리(Kaju Katli)를 달고나와 바꿔서 올리는 등 위트 있는 사진과 영상으로 팬들의 높은 호응을 얻고 있습니다.

그뿐만이 아닙니다. 봉준호 감독이 말한 ‘1인치의 장벽’인 자막의 한계를 벗어나고 싶은 인도인들이 한국어를 배우고자 하는 열기 역시 높아졌습니다. 인도에서 한국어를 배울 수 있는 방법은 한국문화원과 세종학당을 통한 강좌로 거의 제한돼 있습니다. 일본어, 중국어, 유럽의 다양한 언어를 배우는 방법은 사설학원을 통하거나 온라인 강좌도 있는데, 한국어는 그 채널이 많지 않은 편입니다. 최근 주 인도 한국문화원에서 개설한 온라인 한국어 강좌는 접수 2~3분 만에 1200명이 등록하며 초고속으로 마감됐습니다. 한국어에 대한 높아지는 수요를 충족시키기 위해 자와할랄 네루대학교와 한국문화원이 공동으로 한국어교사 양성 과정과 정규 과목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K드라마의 인기로 인도의 중산층과 상류층을 중심으로 한국의 라이프스타일에 대한 선호도도 점점 높아지고 있습니다. 달고나는 이미 선풍적 인기를 끌었고, <오징어게임>에 나온 라면땅 덕분에 한국식 라면뿐만 아니라 김밥 등 한식의 인기도 상승하고 있습니다. K뷰티는 여성에게만 국한되지 않고, 남성용 그루밍 제품에 대한 관심도 매우 높음을 현지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시류에 맞춰 10월 1일부터 10일까지 뉴델리 최대 쇼핑몰인 셀렉트 시티워크에서 2021년 인도 한국 페어(Korean Fair in India 2021)를 개최하기도 했는데, 많은 사람이 방문해 성공적이었다는 평가가 나옵니다. 문화의 파급력으로 인해 다양한 한국 제품의 판매가 증가하고 있음을 재차 느낍니다. 이제 인도 내에서 한류는 초기에 한국문화에 적극적으로 호응을 보였던 동북부와 북부 지역에 국한되지 않고, 인도 전역에 그 전보다 보편적으로 확산하고 있습니다. 넷플릭스라는 플랫폼, BTS를 비롯한 한류에 열광하는 MZ세대가 인스타와 온라인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발달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들 세대를 타깃으로 한 전략적 큐레이션과 홍보, 브랜딩 및 마케팅이 앞으로 한류가 만발하는 데 핵심적 역할을 할 것이라고 봅니다.

<한유진 스타라진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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