듄-장엄하고 우아하게 떠오른 대하 S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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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작이 워낙 방대하고 심오한 세계관을 지녀 영화화 이야기가 나올 때마다 각색이 가장 큰 난관이라는 평가를 받아온 만큼 적어도 이번 작품이 원작 정보가 전혀 없는 관객들도 <듄>의 세계관 이해에 큰 문제가 없을 정도로 무난한 전개를 펼쳤다는 점은 큰 성과로 보인다.

제목 듄(Dune)

제작연도 2021

제작국 미국, 캐나다

상영시간 155분

장르 SF

감독 드니 빌뇌브

출연 티모시 샬라메, 레베카 퍼거슨, 오스카 아이삭, 제이슨 모모아, 조슈 브롤린

개봉 2021년 10월 20일

등급 12세 이상 관람가

워너브러더스 코리아(주)

워너브러더스 코리아(주)

10191년, 사막행성 아라키스의 원주민 프레멘들은 신비한 자원 스파이스를 약탈하러온 하코넨 가문의 폭정과 억압에 대항하고 있었다. 스파이스는 인간의 생명을 연장하고, 정신을 확장하며, 우주여행의 중요한 원동력이 되는 물질이다.

한편 귀족들의 신임을 얻고 있는 아트레이데스 가문의 레토 공작(오스카 아이삭 분)을 시기한 황제는 음모를 꾸며 하코넨 가문을 아라키스에서 철수시키고 이를 대신해 아트레이데스 가문에게 관리 명령을 내린다. 부모와 함께 아라키스에 도착한 레토의 아들 폴(티모시 샬라메 분)은 얼마 되지 않아 멸문지화의 위기에 맞닥뜨리지만, 어머니 제시카(레베카 퍼거슨 분)와 간신히 탈출하는 데 성공해 사막을 헤매던 중 오랫동안 꿈속에 등장했던 프레멘 소녀 차니(젠데이아 분)를 만나면서 자신에게 주어진 운명을 깨닫게 된다.

원작이 된 동명소설 <듄>은 프랭크 허버트가 1965년 발표했다. 그 안에는 단순한 미래사회에 대한 허구뿐 아니라 현인류의 삶과 철학, 정치, 종교 등의 광범위한 주제가 포괄적으로 담겨있어 ‘대하 SF’란 장르를 개척한 작품으로 평가받고 있다. 또 역사상 가장 많이 팔린 SF 작품이자 20세기 영미권 SF 대표작 중 하나로 거론되는 작품이다.

위대한 만큼 벅찬 원작의 벽

실제 소설 <듄>은 독자들의 지지로 결정되며 SF 문학계의 노벨상이라 일컬어지는 휴고 최우수 장편상을 수상했고, 종사자들의 투표로 선정되는 네뷸러 문학상 제정 이후 첫 수상작이며, 더불어 2개의 상을 동시에 수상한 첫 작품이라는 기록도 가지고 있는데 현재까지도 독자와 평단의 지지를 두루 받고 있다.

<듄>의 영화화는 여러 번 시도됐다. 이번 작품까지 공식적 기록으로 4번의 영화화 시도가 기록으로 존재하지만, 매번 방대함의 난관에 부딪혔다. 이전까지는 1984년 <이레이저 헤드>, <트윈 픽스> 등으로 유명한 데이비드 린치에 의해 영화화된 것이 유일하다. 카일 맥라클란, 패트릭 스튜어트, 막스 폰 시도우, 스팅 등 초호화 캐스팅으로 제작된 이 영화는 개봉 당시 기대 이하의 작품으로 평가받았는데, 시간이 지나면서 제작사의 지나친 간섭이 작품을 훼손했다는 주장이 제기되면서 재평가를 받는 계기가 됐다. 실제로 공식 감독판으로 명명된 136분짜리 극장판 이외에 무수한 확장판과 TV판이 존재하지만, 데이비드 린치 감독은 극장 개봉 이후 <듄>과 관련된 어떠한 행보도 거부한 탓에 뒤에 나온 모든 버전은 그의 이름이 삭제된 채 공개됐다.

이외에도 TV시리즈와 게임까지 다양한 형태의 재생산이 있었지만 원작의 명성에는 한참 못 미치는 결과물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탁월한 분석과 미학적 성취

이번 작품이 기대를 모으고 있는 이유에는 연출을 맡은 드니 빌뇌브의 존재감이 크다. 다수의 단편으로 시작해 <그을린 사랑>, <프리즈너스> 같은 강렬한 사회성 드라마와 <시카리오: 암살자의 도시> 같은 액션 스릴러를 거쳐 최근 <컨택트>(Arrival. 2016), <블레이드 러너 2049>의 대형 SF영화까지 무난하게 성공시키며 작품세계를 넓혀가고 있기 때문이다.

다행히 최악의 평가는 면한 분위기인데 긍정적 평가 중 크게 눈에 띄는 부분은 두가지다. 첫 번째는 일단 각색에 있어 긍정적 평가를 이끌어내고 있다는 점이다. 원작이 워낙 방대하고 심오한 세계관을 지녀 영화화 이야기가 나올 때마다 각색이 가장 큰 난관이라는 평가를 받아온 만큼 적어도 이번 작품이 원작의 정보가 전혀 없는 관객들도 <듄>의 세계관 이해에 큰 문제가 없을 정도로 무난한 전개를 펼쳤다는 점은 큰 성과로 보인다.

두 번째는 영화적 볼거리다. 매번 심오한 주제에 어울리는 작품성과 더불어 자신만의 감각적 비주얼을 인정받고 있는 드니 빌뇌브 감독은 이번에도 세련되고 웅장한 볼거리를 화면 가득 채워놓는다. 광활한 아라키스 행성의 사막 풍경이나 우주선의 섬세한 디자인, 거대한 괴물 모래벌레의 생생한 묘사는 그 자체가 이야기 밖에서 펼쳐지는 또 하나의 이야기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여기에는 적재적소에 배치된 배우들의 절묘한 분장과 튀지 않는 연기도 포함된다.

가급적 아이맥스 포맷으로 보시기를 추천한다.

결과보다 빛난 과정, <조도로프스키의 듄>

dune.fando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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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작의 소설이 제시한 세계관은 많은 예술가, 그중에서도 영화인들을 자극했는데 칠레 출신의 거장 알레한드로 조도로프스키도 그중 한명이었다. 논란이 된 데뷔작 <판도와 리스>(1968) 이후 <엘 토포>, <홀리 마운틴>의 연이은 성공으로 원하는 것은 무엇이든 찍을 수 있게 된 그는 원작을 읽은 친구들의 추천과 결정적으로 꿈에서 본 계시로 인해 <듄>의 영화화를 시작한다. 이는 소설 <듄>의 첫 영상화 시도이기도 했다.

기획 당시 조도로프스키는 이 작품을 단순한 영화 이상의 가치를 갖는 일종의 메시지로 만들겠다는 포부를 가졌다. 영화 속에서 예언자를 창조하고 그의 메시지를 통해 세상 모든 젊은이의 생각을 바꾸겠다는 것이었다. 그에게 <듄>은 일종의 신탁(神託)의 사명이었다.

초대받은 인물은 오손 웰스나 댄 오배넌 같은 할리우드 거물뿐 아니라 뫼비우스(만화가), 핑크 플로이드(록 밴드), 살바도르 달리(화가), H. R. 기거(화가) 등 전천후 예술인들이 총망라됐다.

그의 프로젝트를 알고 있는 관계자들은 하나같이 진정으로 ‘시대를 앞서가는 작품’이 됐을 것이라고 입을 모으지만, 전 세계에서 모인 초호화 제작진과 거물급 출연진으로 장장 16시간의 대작을 만들겠다는 기획 자체는 애당초 불가능한 것이었다.

이런 2년 반 동안의 분투와 좌절의 과정은 프랭크 파비치 감독이 2013년 발표해 극찬을 받은 다큐멘터리 <조도로프스키의 듄> 속에서 고스란히 회고된다. 서문으로 “빛나기 위해 불타는 걸 견뎌야 한다”는 유명 신경 심리학자 빅토르 E. 프랑클의 말을 인용하는데, 한 사람의 신념이란 어디까지 펼쳐질 수 있고, 또 어떻게 실패할 수 있는지 면밀히 목도할 수 있다.


<최원균 무비가이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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