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대 불문 들썩! 신중현표 뮤지컬
  • 인쇄
  • |
  • 목록
  • |
  • 복사하기
  • 페이스북
  • 트위터
  • 밴드

대한민국 록음악을 이야기할 때 빼놓을 수 없는 기타리스트가 있다. 바로 신중현이다. 1938년 태어난 그는 어린 시절을 만주에서 보냈다. 집안에 대형축음기가 있을 정도로 부유한 가정환경에서 지냈다. 하지만 6·25전쟁 통에 어렵사리 충북 진천으로 옮겨온 후 부모를 여의고, 창고지기 등으로 연명하며 살아야 했다. 누군가 내다버린 고물 기타로 연습을 시작하며 훗날 타의 추종을 불허한 연주 실력을 쌓았다. 특히 미8군을 드나들며 본격적으로 이름을 떨치기 시작한다. 당시 생소한 음악 장르였던 로큰롤을 본격적으로 접목해 한국적 록이라는 실험적인 음악을 선보이며 전설이 된 그는 펄 시스터스, 김추자, 박인수, 장현 등 이른바 ‘신중현 사단’이라 불린 대중가수들을 키워냈다. 대표곡 ‘거짓말이야’, ‘커피 한 잔’, ‘꽃잎’, ‘봄비’ 등은 대중음악사에 한획을 긋는 전기를 마련했다.

뮤지컬 <미인> / 홍컴퍼니

뮤지컬 <미인> / 홍컴퍼니

<미인>은 신중현의 음악적 산물을 무대적 구성에 맞춰 재가공한 주크박스 뮤지컬이다. 물론 1974년 ‘신중현과 엽전들’이라는 이름으로 활약할 당시 직접 작사·작곡해 ‘삼천만의 애창곡’이라 불렸던 바로 그 노래의 제목을 차용했다. 당시 대중이 목청껏 소리치며 따라 불렀던 “한 번 보고 두 번 보고 자꾸만 보고 싶네”라는 노랫말은 기구한 사연으로도 유명하다. 정치적인 풍자가 더해져 박정희 정권의 장기집권을 빗대 “한 번 하고 두 번 하고 자꾸만 하고 싶네”로 바꿔 불렸다. 이 때문에 군사정권 하에서는 금지곡으로 기록되기도 했다. 사연 많은 음악인 셈이다.

아바의 음악으로 꾸민 <맘마 미아!>가 뮤지션 이야기나 그 문화적 산물의 시대적 의의보다 노래가 가진 숨결을 최대한 살려 그려낸 것처럼 창작 뮤지컬 <미인>은 시대적 배경을 경성으로 소환해 구한말과 일제강점기에 제국주의에 대항하거나 저항한 민중의 삶을 담아내고 있다. 신중현의 음악, 한국적으로 재해석된 록이라는 정체성 자체를 좋아했던 애호가라면 시대적 배경과 음악의 스타일이 잘 어우러지지 않는 문제점을 어렵지 않게 발견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극적 상상력과 발칙한 가정이 더해져 그의 음악에 색다른 의미를 덧붙인 무대적 실험이라는 면에만 집중한다면 나름 신선하고 흥미로운 매력을 발견할 수도 있다.

사실 신중현의 음악은 그 자체로 이미 한국인이라면 너무도 쉽게 공감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무대에 등장하는 선율에 어깨를 들썩이는 것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다. 특히 맛깔나게 버무려진 김성수 감독의 음악적 배려와 실험은 꽤 만족스럽다. 덕분에 몇몇 뮤지컬 넘버는 공연장을 나서며 입가에 흥얼거리게 되는 이 작품만의 매력을 충실히 구현해낸다. 나이든 관객보다 젊은 세대들의 흥얼거림이 많다는 것은 뮤지컬로의 변신이 성공적이었음을 방증한다.

초연과 달리 아기자기한 이미지로 변신한 무대도 인상적이다. 특히 신중현 혹은 그의 음악적 여정을 상징하는 거대한 축음기 모양의 소품은 무대를 통한 시간여행을 효과적으로 시각화한다. 악보 문양이 그려진 두루마리 형식의 벽면이 전해주는 느낌도 마찬가지다. 한국적인 주크박스 뮤지컬을 찾아내려는 제작진의 실험에 응원의 박수를 보낸다.

<원종원 순천향대 공연영상학과 교수·뮤지컬 평론가>

문화프리뷰바로가기

이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