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미국 스타벅스의 ‘속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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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벅스, 지금이 가장 비싸게 팔 수 있는 날?

코로나19 상황 속에서도 매장 100개가 증가한 국내 1위 커피전문점 스타벅스. 신세계그룹은 ㈜스타벅스커피코리아 지분 17.5%를 4800억원에 추가 인수한다는 계획을 발표했습니다. 나머지 지분 32.5%는 재무적 투자자로 싱가포르투자청(GIC)이 나섰습니다. 이로써 1997년부터 50:50 지분구조로 이어온 이마트와 스타벅스 커피 인터내셔널(Starbucks Coffee International)의 합작이 종료됩니다. 20년 이상 한국 커피시장을 키워온 ‘미국 스타벅스’는 내심 아깝지 않았을까요? 그간 스타벅스는 한국의 커피전문점 트렌드를 주도해왔습니다. 사이렌 오더, 프리퀀시, DT점 등 글로벌 커피 브랜드를 넘어선 ‘스벅’ 생활을 한국 곳곳에 심었습니다.

스타벅스커피코리아가 8월 9일 서울 국립경찰병원에서 찾아가는 이동식 커피차인 ‘브루잉 카’를 처음 선보이고 있다. / 스타벅스커피코리아 제공

스타벅스커피코리아가 8월 9일 서울 국립경찰병원에서 찾아가는 이동식 커피차인 ‘브루잉 카’를 처음 선보이고 있다. / 스타벅스커피코리아 제공

영업 성과도 대단합니다. 2016년부터 커피만으로 매출액이 1조원을 넘기 시작했습니다. 할리스커피, 커피빈, 탐앤탐스, 이디야 등 재무제표를 확인할 수 있는 국내 커피 브랜드 매출액으로 추측해볼 때 70% 이상의 시장점유율을 돌파했고, 최근에는 2조원에 가까운 성장을 이뤄냈습니다. 5년 평균 영업이익 1300억원을 넘는 스타벅스코리아는 진짜 알짜 기업입니다. 다시 묻습니다. 황금알을 낳는 거위를 왜 팔까요? 당연히 다 따져보고 결정했겠지만, 미국 스타벅스의 속마음을 상상해봅시다.

객관적 지표 너머를 보는 일

2020년 말 기준 스타벅스커피코리아의 자산총계는 1조3809억원, 부채 8601억원, 자본 5208억원입니다. 비상장 기업은 자주 사고파는 대상이 아니기 때문에 기업가치 평가를 내리기 힘듭니다. 신세계그룹이 미국 스타벅스에 지분 매입 ‘제안’을 넣을 때, 비로소 스타벅스커피코리아의 가격을 논할 수 있게 됐습니다. 자산뿐만 아니라 매출액 1조9000억원에 영업이익 1643억원이라는 이익창출 능력을 고려합니다. 객관적인 지표로 기업가치가 매겨졌다고 다 팔리는 건 아닙니다. 아무리 원해도 ‘사고 싶어하는’ 상대가 나타나야 거래가 이뤄집니다. 절대 조건입니다. 미국 스타벅스 입장에서는 ‘이때 아니면 언제 팔 수 있을까’를 가장 먼저 고민했을 것입니다. 속마음으로 ‘이렇게 최고로 인정받는 기회는 반드시 붙잡아야 한다’고 판단했을 것입니다. 그외 어떤 생각을 했을까요?

스타벅스커피코리아의 당기순이익(5년 평균 1000억원)을 매년 절반씩 배당으로 다 가져간다면 1년에 현금 500억원이 생깁니다. 실제로 2019~2020년 배당이 이뤄졌습니다. 600억원과 400억원. 그렇지만 배당금은 그때그때 파트너인 신세계랑 반반씩 나눠야 합니다. 지분 50%를 매각하는 거래로 1조3000원, 거액의 현금이 ‘일시에’ 들어옵니다. 배당금으로 계산하면 26년치를 한 번에 받아가는 셈입니다. ‘앞으로 20년간 경영에 전혀 신경 쓰지 않아도 되고, 게다가 스타벅스커피코리아의 이익이 떨어질 수도 있잖아! 그럼 미래 이익을 보장받은 셈 아닌가?’(속마음 1)

스타벅스코리아의 소유권이 없어지더라도 스타벅스커피코리아에 배당만큼 매년 현금을 요구할 수 있습니다. ‘스타벅스’라는 브랜드를 이용하는 로열티입니다. 재무제표 주석에서 비용의 성격별 분류를 보면 지급수수료가 1603억원입니다. 이 안에 포함된 로열티는 매출액의 5% 정도로 계약돼 있습니다. 만약 2조원의 매출이 지속된다면 매년 약 1000억원의 로열티 수입을 챙길 수 있습니다. ‘스타벅스 이름을 버릴 일은 절대 없을 테니, 잘 팔리면 잘 팔리는 대로 로열티는 항상 받을 수 있지.’(속마음 2)

스타벅스커피코리아의 매출원가 중 원재료와 스타벅스에서 파는 상품(머그잔·텀블러 등 기념품) 매입액이 5566억원입니다. 과거에는 공동 경영이었으나, 앞으로는 입장이 다릅니다. 미국 스타벅스가 한국 스타벅스에 제공(판매)하는 매출액입니다. 당연히 매출에는 이윤을 붙일 수 있습니다. ‘스타벅스인데 당연히 스타벅스가 제공하는 원두와 굿즈를 써야지! 이제는 원재료를 제공하는 부분에서도 이윤을 좀 남길 수가 있겠네!’(속마음 3)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캐시카우’를 기대한 신세계

스타벅스커피코리아 시장점유율은 70~80% 이상으로 거의 ‘독과점 체제’입니다. 불공정거래로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물론 수년째 전체 시장의 파이를 키워온 공로도 인정해야 합니다. 반면 스타벅스가 큰 만큼 한국 토종 브랜드 시장이 잠식된 것도 사실입니다. 2017년 6017억원이었던 스타벅스커피코리아의 자산은 2020년 1조3000억원이 될 정도로 규모가 급격히 늘었습니다. 흥미로운 점은 영업자산이 늘어난 게 아니라 기타금융자산 3153억원과 공정가치금융자산 2050억원 등 ‘비영업용’ 자산이 증가했습니다. ‘아! 이제는 정말 매장 증가에 투자하면 안 될 거 같아. 이렇게 무한정 늘리는 것이 오히려 손해가 될 수 있어. 여유 자금이 많은데, 금융자산에 파킹하고 있자.’(속마음 4)

오랜 파트너였던 신세계그룹이 스타벅스를 더 키운다고 먼저 제안했습니다. 대주주가 된 신세계는 스타벅스를 주식시장에 공개할 계획도 있다고 합니다. 점점 법인세도 올라가고, 외국계 주주로서 경영에 있어 한계가 있습니다. 스타벅스커피코리아는 한국에서 커피 외에 사업 확장이 힘들 수도 있습니다. 새로운 매출처와 사업 기회를 갖는 데 걸림돌이 많습니다. ‘미국을 제외한 해외 스타벅스 중에 한국만 한 곳이 없어 꼭 지분구조가 아니더라도 향후에도 좋은 조건으로 파트너십을 유지할 수 있도록 지금 물러서는 게 최선이야.’(속마음 5)

위의 글은 스타벅스커피코리아의 지분을 매각한 미국 스타벅스의 속마음을 상상해본 글입니다. 사실과 거리가 멀 수 있습니다. 어떻든 이번 거래는 1조3000억원의 ‘빅딜’입니다. 신세계그룹은 사업 재편 과정에서 브랜드 로열티가 높고, ‘캐시카우’가 될 수 있는 스타벅스커피코리아 인수가 매력적입니다. 파는 쪽(미국 스타벅스)도 마음이 끌리는 부분이 많았다고 생각합니다. 재무제표 숫자로 합리적인 추론을 붙여봅니다.

<이승환 재무제표 읽어주는 남자>

재무제표로 본 기업의 속살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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