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류하던 난민 정책 ‘희망’에 닿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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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라클 작전’을 통해 390명의 아프가니스탄 현지 협력자 가족이 입국했다. 이들은 장기체류비자를 받아 한국에 정착할 예정이다. 인터넷 세상에선 3년 전 예멘 난민 561명에 이어 2라운드 논란이 진행 중이다. 정부는 ‘난민’ 허용이 아닌 ‘특별기여자’란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온라인 논쟁은 ‘이슬람 공포증+GDP 차별주의’로 혐오를 부추긴다. 하지만 어느 사회건 대규모 이민자가 유입될 경우 혼란은 발생하게 마련이다. 한국사회가 본격적으로 겪는 통합과정의 서막인 셈이다.

EBS D-BOX에서 관람 가능한 <표류하는 마을> / D-BOX

EBS D-BOX에서 관람 가능한 <표류하는 마을> / D-BOX

난민은 뜨거운 감자다. ‘선진국’에서 한국으로 귀화하는 경우 부정적 인식은 찾아보기 힘들다. 반면 ‘못사는 나라’에서 온 일정기간 체류만 허용되는 이주노동자들, 특히 ‘불법’ 딱지가 붙는 미등록 이주노동자나 난민을 바라보는 시선은 여전히 차갑다. ‘손님’으로 대접할 가치가 인정되는 이들과 청하지 않은 이들에 대한 철저한 차등은 ‘개구리 올챙이 적 모른다’는 비판에 직면하지만, 인지상정 아니냐는 옹호도 있다. 문제는 간단하지 않다.

다큐멘터리 <표류하는 마을>은 태국-미얀마 국경 수상마을이 배경이다. 마을 주민들은 1988년 ‘랑군의 봄’ 좌절 이후 30여년간 유입된 난민들이다. 다민족 국가 미얀마에서 온 이들은 버마족, 카렌족, 몽족 등 공동체를 유지하며 수세대에 걸친 삶을 이어간다. 태국 정부는 48만여명의 난민 처리에 고심한다. 속칭 ‘불법체류자’인 난민들의 태국 내 처지는 최하층이다. 영주권이 없어 집을 구입할 수도, 정규직 일자리를 얻기도 거의 불가능하다. 하지만 이들은 인구 절벽에 처한 태국의 저임금 일자리를 메우는 필수 노동력이기도 하다.

영화는 ‘8·8·8·8’ 세대인 미 텡 씨 가족을 중심으로 난민촌 풍경을 수년간 담는다. 이들은 수상가옥에 살며 어업에 종사한다. 생선은 헐값이라 최소 벌이밖에 되지 못하고, 어족자원 보호를 위한 금어기 기간에는 외지 농장에서 일용직으로 일해야 한다. 군부독재와 내전으로 인한 혼란이 세대를 거듭하면서 난민들 또한 귀국파와 정착파로 갈린다. 미 텡 씨의 어머니는 고국으로 돌아가길 원하지만, 아내는 자녀들의 장래를 염려해 태국 정착을 바란다.

난민 자녀는 태국에서 태어났음에도 영주권이 자동 부여되지 않는다. 다행히 공교육 체계엔 참여 가능했기에 아이들을 중심으로 영주권이 발급되기 시작한다. 부모들은 어부나 저임금 노동을 못 벗어나도 공교육 기회가 보장된다면 자녀들은 더 나은 삶을 살 수 있으리라 기대한다. 영화는 장기간 취재를 통해 수상마을 주민들의 희망과 태국 정부의 정책 변화를 연결한다. 느릿느릿한 일상 풍경 묘사는 지난한 정책 변화와 자연스레 조화를 이룬다.

<표류하는 마을>은 한국사회가 직면한 난민 문제에 풍부한 사례를 제공한다. 정치적 혼란으로 발생한 난민의 자연스러운 유입이 시간이 지나면서 해당 사회에 미치는 영향은 물론, 그들이 어떤 식으로 사회에 편입되는지 과정이 소상하게 펼쳐진다. 태국 정부가 난민에게 시민권을 부여하는 과정은 결국 한국에서도 일어날 것이다. 다만 시행착오를 최소화할 지혜가 요구될 뿐이다(EBS D-BOX에서 스트리밍 관람 가능).

<김상목 대구사회복지영화제 프로그래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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