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정리해고는 ‘최후의 수단’이 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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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고에는 징계해고, 통상해고, 정리해고가 있습니다. 징계해고는 노동자(근로자)의 책임 있는 사유(예를 들면 횡령)로, 통상해고는 노동자의 일신상 사유(예를 들면 중한 질병)로, 정리해고는 기업의 긴박한 경영상 필요로 행하는 해고입니다.

이스타항공 노조 조합원들과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조합원들이 2020년 10월 14일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이스타항공 정리해고 철회 및 운항 재개 촉구 단식투쟁 돌입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 이준헌 기자

이스타항공 노조 조합원들과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조합원들이 2020년 10월 14일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이스타항공 정리해고 철회 및 운항 재개 촉구 단식투쟁 돌입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 이준헌 기자

어느 가사에서는 “아버지는 회사에서 정리해고, 전화 한 통화 하면 쉽게 정리되죠”라고 하지만(스윙스·‘fallin’), 현실에서 해고는 매우 어려운 문제입니다. 노동자가 해고를 받아들이지 않고 다툼을 시작하면 그야말로 생명줄을 건 전쟁이 시작됩니다.

회사가 정리해고(경영상 이유에 의한 해고, 구조조정)하려면 4가지 요건이 필요합니다. ①도저히 견딜 수 없을 만큼 경영난이 심각해야 하고(긴박한 경영상의 필요) ②경영난을 타개할 수 있는 다른 방법을 먼저 모색해야 하며(해고를 피하기 위한 노력) ③정리해고 대상자 선별 기준이 지극히 공정해야 하고(합리적이고 공정한 해고 기준) ④해고하려는 날의 50일 전까지 노동자 대표에게 해고를 피하려는 방법과 해고 기준 등을 통보하고 성실하게 협의해야(성실한 협의) 합니다. 정리해고는 근로기준법에 규정된 4가지 요건을 ‘모두’ 만족해야만 합니다.

징계해고·통상해고·정리해고

긴박한 경영상 필요에 관해 법원은 “기업의 도산(폐업)을 회피하기 위한 경우에 한정되지 않고, 장래에 올 수도 있는 위기에 대처하기 위해 인원 감축이 필요한 경우도 포함된다”고 합니다. 말이 어렵고 기준은 추상적이어서 결과는 케이스 바이 케이스입니다. “기업 전체 경영실적이 흑자라 해도 일부 사업의 경영악화로 전체 기업의 경영이 악화될 우려가 있다면 그 사업을 폐쇄하고 정리해고를 할 수 있다”라는 판결이 있는가 하면(콜텍사건·대법원 2014다12843), “법인의 일부 사업 부문의 수지만을 기준으로 할 것이 아니라 법인 전체의 경영 사정을 종합적으로 검토하여 판단해야 한다”라는 판결도 있습니다(일진전기 사건·대법원 2016두64876).

‘긴박한 경영상 필요’를 충족하더라도, 해고일 이전 50일 동안 노동자 대표와 협의하라는 것은 현금 유동성이 악화된 회사로서는 지키기 어려운 약속입니다. 그래도 지키지 않는다면 그것은 부당해고입니다. 코로나19로 인한 정리해고도 예외는 없습니다. 해고를 회피하려는 노력, 합리적이고 공정한 해고대상자 선정 과정도 건너뛸 수 없습니다. 코로나19 고용유지지원금을 받고 해고 회피 노력을 했는지도 중요한 점입니다.

코로나19라는 이유로 정리해고가 정당해지는 것은 아닙니다. 오히려 최근 서울행정법원은 코로나 1호 정리해고 판결인 아시아나 계열사인 ‘아시아나케이오’ 사건에서 부당해고라고 판결했습니다. 다른 한편, 중앙노동위원회(중노위)는 2021년 8월, ‘이스타항공’ 2020년도 대규모 정리해고 사건에서 사측의 손을 들어줬습니다. 회사가 예측하기도 어렵고, 결과를 놓고 법원에서 확정될 때까지 노동자와 수년간 마음 졸이며 도박을 해야 합니다. 그만큼 정리해고는 쉽지 않고, 전문가의 자문과 검증을 거쳐 신중하게 결정해야 합니다.

끝날 때까지 끝난 것은 아닙니다. 우선 재고용 의무도 존재합니다. 경영상 해고를 했다가 회사 사정이 좋아져 3년 이내에 고용하면, 경영상 해고한 근로자를 우선 재고용해야 합니다(근로기준법 제25조). 규정은 있는데 잘 지켜지지 않습니다. 인정된 사례도 드물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2020년 11월 26일, 대법원에서 법 위반과 손해배상을 인정했습니다.

A복지재단(A재단)에서 근무하는 노동자 B씨는 2004년부터 생활 재활교사로 근무 ‘생활부 업무’를 하고 있었습니다. A재단은 2010년 6월 인원조정이 불가피하다는 경영상 이유, B씨와 동료 교사 C씨를 함께 해고했습니다. 그런데 A재단은 2011년 11월 B씨와 같은 직군 교사를 채용했습니다. 뒤늦게 안 B씨가 2013년경 재단에 재고용을 요청했으나, 재단은 오히려 다른 2명의 생활부 업무 생활 재활교사를 추가로 채용했습니다. 법원은 정리해고된 교사가 2명이었기 때문에 2명째 교사를 채용할 때(2011년 11월경)부터는 재단이 B씨를 우선 재고용할 의무가 발생했다고 판단했습니다(대법원 2020년 11월 26일 선고·2016다13437).

정당해고인가 부당해고인가

한화투자증권 정리해고가 부당해고인지 다투는 사건은 6년 4개월 만인 2020년에 종결됐습니다. 한화투자증권이 대규모 정리해고를 하면서 임원의 대규모 승진, 성과급 인상이 논란이 됐고, ‘해고를 피하기 위한 노력’이 있었는지가 쟁점이 됐습니다. 노동위와 법원의 심급마다 한화투자증권 사건에서 정리해고가 부당해고인지, 정당해고인지 판단이 갈렸습니다. 정당해고(지방노동위원회)→부당해고(중노위)→정당해고(법원 1심)→정당해고(법원 2심)→부당해고(대법원 1차 파기환송심)→정당해고(환송 후 법원 2심)→부당해고(대법원 2차 파기환송심)이었습니다. 파기환송만 두 번 이뤄진 이례적 판결입니다.

결국 2020년 6월 17일 2차 파기환송심에서 ‘부당해고’로 확정됐습니다(서울고등법원 2019누66455). 2017년에 대법원에서 승소하고 끝난 줄 알았던 소송이 법원의 견해대립으로 3년 더 진행됐습니다. 끝날 때까지 끝난 것은 아니었고, 6년 4개월간 사용된 사회적 비용과 미지급 임금은 상상 이상입니다.

법원마다 결론이 자주 바뀌는 것은 정리해고 사건에서 비교적 흔한 일입니다. 2021년 7월 29일에 선고된 일진전기 정리해고 사건도 유사합니다. 회사가 통신사업부를 폐지하기로 하고 통신사업부 생산직 노동자 6인을 해고한 사안이었습니다. 대법원은 회사의 통신사업부 폐지는 독립된 사업 전체의 폐지(폐업)에 해당하지 않아 해고는 근로기준법 제24조의 정리해고 요건을 갖춰야 한다고 봤습니다. 대법원은 ①통신사업부가 적자 추세였더라도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크지 않아 인원을 감축해야 할 불가피한 사정이 있지 않았고 ②회사가 직무교육이나 전환배치 등으로 고용을 유지할 여력이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또 ③해고대상자 선정 기준이 된 전환배치 대상자 선정 기준이 합리성과 공정성을 갖추지 못했다고도 봤습니다. 이 사건에서도 판단이 엇갈리면서 최종 판결은 6년을 넘겼습니다.

이스타항공을 비롯한 코로나19 시대의 정리해고 사건도 이제 시작입니다. 서울지노위는 “회사 측이 정부의 특별고용유지지원금을 신청하지 않았다”며 해고 회피 노력을 다하지 않아 부당해고라고 판단했습니다. 중노위는 2021년 8월 11일, “경영난 속에서도 근무일 단축과 희망퇴직 시행 등 해고를 막기 위한 노력을 다했다”는 취지로 정당해고라고 판단했습니다. 이스타항공 노조는 행정소송을 제기할 예정이라고 합니다.

한국노동연구원 ‘성공적인 구조조정의 10가지 원칙’에는 “해고대상자에 대한 지원은 비용이 아니라 투자이다”라고 쓰여 있습니다. 긴박한 경영난에 처한 기업은 투자를 생각하기도 어려운 것은 사실입니다. 그러나 정리해고는 ‘지킬 것은 지켰는지’ 검토의 검토를 거친 뒤에야 선택해야 합니다. 회사가 선택하는 최후의 수단이 돼야 한다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한용현 법률사무소 해내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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