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의 진짜 고민은 ‘표준 충전’ 너머 ‘무선 충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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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SB-C? 썬더볼트 5? USB4? 혼돈의 케이블 사정. 컴퓨터나 TV 등 기계의 뒷면에는 다양한 케이블이 꽂혀 있다. 전원에서부터 시작해 각종 연결선이 즐비하다. 그에 비해 스마트폰과 같은 근래의 디바이스는 꽂는 구멍이 대개 하나다. 충전 및 미디어 연결도 이 구멍 하나로 대개 끝난다. 바로 USB-C라고 불리는 규격 덕이다. 그런데 조금 더 자세히 기기 스펙을 살펴보면 USB 3.2 등 숫자가 쓰여 있는 경우도 있다. 헷갈리기 시작한다.

인텔 11세대 CPU 탑재 노트북

인텔 11세대 CPU 탑재 노트북

USB-C는 USB-A나 B 이후에 이어진 규격으로 케이블의 생김새를 나타낸다. A 규격이 뒤집으면 꽂히지 않는 전통 규격, C는 대부분의 신형 안드로이드폰이 채택하고 있는 모양으로 2015년부터 양산이 시작됐으니 꽤 많이 퍼져 있다. C는 특히 내구성 기준을 높인 포트로 방수용 부품도 많이 쓰이고 있다. USB 3과

같은 숫자 버전은 속도와 같은 전송 사양을 나타낸다. 현재 전송 속도는 세부 사양에 따라 5Gbps에서 20Gbps까지. 그러나 이보다 두 배 빠른 사양이 있으니 바로 썬더볼트 3로 전송 속도는 40Gbps다.

그런데 썬더볼트는 인텔의 독자 기술로 별도 칩과 라이선스가 필요했다. 인텔은 이를 USB에 개방해 표준화했고, 그래서 등장한 최신 규격이 USB4다. 4를 띄어쓰지 않고 붙여쓰는데, 아직 본격 양산되고 있지는 않다. USB4의 가장 큰 장점은 역시 속도. 하지만 흥미롭게도 USB4에 있어 썬더볼트 3 지원은 옵션이라 USB4지만 20Gbps짜리도 있을 수 있다는 점이 헷갈린다. 썬더볼트 3을 기부한 인텔은 지난해 인텔 11세대 프로세서에 썬더볼트 4를 탑재해 출시했다. 썬더볼트 4의 개선점은 두드러지지 않지만 대신 최소 사양을 강조했다. 최소 속도 40Gbps에 2대의 4K 모니터를 60Hz를 지원해야 한다. 즉 같은 USB-C 케이블이라고 해도 USB 2·3·4, 썬더볼트 3·4 등 무엇이 걸릴지 알 수 없다. 게다가 썬더볼트 5가 개발되고 있다고 한다. 속도는 무려 80Gbps. USB-C 자체의 사양도 진보 중이다. USB-C 규격의 2.1 버전의 경우 현재의 최고치 100W인 전력 전달이 240W로 늘어난다. 이제 어지간한 노트북이나 소형 PC는 한 종류 구멍만으로 끝날 수 있다. 마치 스마트폰처럼.

다음달 유럽위원회가 발표할 새로운 입법안은 표준 충전 포트를 강제화할 예정이다. 지난해 유럽연합(EU) 의원들은 충전 포트 표준 제정안에 582 대 40에 가까운 만장일치로 찬성표를 던졌는데, 2018년경부터 추진해온 것이 이제야 결실을 보는 듯하다. 애플은 독자적인 라이트닝 포트를 아이폰에 써왔는데, 유럽에서는 불법이 되는 셈이다. 소비자의 승리처럼 여겨질 것 같지만, 실은 맥도 아이패드도 이미 USB-C를 채택하고 있기에 애플로서도 언젠가는 가려던 길이었다. 법 없어도 이미 하려던 일일 수 있기에 큰 타격은 없을 것이다.

오히려 주춤하고 있는 이유는 그보다는 아예 포트를 없애는 쪽으로 갈 가능성 타진 때문이다. 충전도 연결도 무선으로 충분해서다. 법의 공표 및 실제 적용 시간은 어느 정도 더 걸릴 수밖에 없으니 시간은 충분하다. 이처럼 USB-C 포트는 대세가 되고 있으니, USB-C가 아닌 제품은 이제 늘리지 않는 편이 좋다.

<김국현 에디토이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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