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보야, 문제는 ‘방식’이야! 워게임 논란 앞과 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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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연합훈련의 사전훈련이 지난 8월 10일부터 시작됐다. 이 훈련의 역사는 오래됐다. 내가 군 복무하던 1980년대 말에는 그 유명한 ‘팀스피리트’ 훈련이었고, 실제 기동훈련을 하는 병력과 화력의 규모도 대단했다. 공군으로 전투비행단에 근무하던 나는 육군 보병처럼 군장을 하고 이동하지는 않았지만, 가상적의 침투에 대비하는 기지방어훈련과 심야의 전투기 편대 비상출격을 지원하던 기억이 생생하다. 미군의 최신예 항공기도 구경할 수 있었는데, 미군 정비사가 값비싼 전투기 날개에 누워 캔맥주 마시며 일광욕하는 모습을 보고, 저쪽은 장비보다 사람이 우선인가보다 부러워하던 기억도 있다. 이후 ‘팀스피리트’는 ‘키리졸브’라는 훈련명으로 바뀌었다.

동해상에서 한미 해군이 연합훈련을 하고 있다. /경향신문 자료사진

동해상에서 한미 해군이 연합훈련을 하고 있다. /경향신문 자료사진

2018년의 남북정상회담, 북미정상회담, 남북미 정상의 판문점 회동, 9·19 군사합의가 숨 가쁘게 이뤄지며 2019년부터 한미연합훈련의 이름이 사라진다. 19-1, 19-2 등을 거쳐 올해도 21-2 CCPT가 됐다. 그런데 올해 훈련을 며칠 앞두고 북한의 담화가 나오면서 소동이 벌어졌다. 남북 통신 연락선이 복원되고, 교착 국면의 남북대화가 풀리려나 하는 상황에 북측은 연합훈련을 하지 말라는 메시지를 발신한 것이다. 국정원은 군사훈련을 취소하면 여기에 상응한 북측의 유화 조치가 나올 것으로 해석했고, 여야 정치권은 의견이 분분했다. 이 소동을 거리를 두고 바라보면 코미디 연극 같은 양상이 읽힌다.

훈련 자체는 코로나19 팬데믹을 이유로 실제 부대와 병력의 기동훈련 없이 컴퓨터 시뮬레이션 워게임으로 진행된다. 훈련의 기간과 내용도 언론에 거의 공개돼 있다. 사전훈련 후 열흘간 1부 방어, 2부 반격이다. 심지어 훈련 전 북측에 통보까지 한다.

이 훈련이 그렇게 위협적이고 위험한 것일까? 또 한미 군당국에는 큰 유의미성이 있을까? 군사작전이란 비밀리에 진행될수록, 또 적이 그 내용과 규모, 기간, 수행 여부를 모를수록 위협적이고, 두려움을 일으킨다. 따라서 이 훈련을 둘러싼 소동극은 군사안보적 실효성보다 정치외교적 요인과 변수에 의해 밀고당기는 하나의 요란한 소재일 뿐이다. 특히 정치권은 까마귀 고기를 먹은 듯 매년 똑같은 연기를 반복한다. 북측의 담화와 한미 당국의 입장, 여야 정치권의 반응이 해마다 대동소이한데 늘 마치 처음 들은 듯 시끄럽다. 북측은 매년 한미연합훈련을 선제적 침공훈련이라고 비난하며 중단하라는 주장을 해왔다. 새삼스럽지 않다.

한미 당국은 해마다 규모를 조정할지언정 훈련을 수행해왔다. 보수 정치권은 북측의 하명이 내려왔느니, 눈치보기니, 남남갈등 유발이니 하며 정부여당을 비난하고 공격한다. 진보진영의 의견은 더 다양하게 갈려 그때그때 분분하다.

핵심은 전시작전권 환수를 위한 점검과 평가인데 이것이 미뤄지는 분위기여서 문제다. 보다 중요한 점은 컴퓨터 시뮬레이션 방식으로 가상 전쟁 시나리오를 실행하는 워게임이라는 것인데, 이 방식을 실전화하는 4차 산업혁명 시대의 관점과 개념 전환이 절실하다. 기동훈련을 하느니 안 하느니 따지는 것은 지엽적이다. 군 조직과 전사들에게 훈련은 일상이다. 주목할 변화는 전쟁 개념의 핵심에 있다. 미래전은 살상을 많이 하는 쪽이 아니라 시스템을 장악하는 쪽이 이기기 때문이다.

<최영일 국군의무사령부 정책자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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