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베트남 ‘보험 블루오션’ 입수 전엔 준비운동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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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 보험시장이 2009년 이후 매년 20% 이상 고성장하며 전 세계 보험업계가 주목하고 있다. 베트남 재무부에 따르면 생명보험과 손해보험 합쳐 2011년 36조5520억동(약 1조8280억원)이던 총 납부 보험료가 2020년 184조6620억동(약 9조2331억원)으로 405% 성장했다.

Nest By AIA 호찌민점 / 유영국 제공

Nest By AIA 호찌민점 / 유영국 제공

베트남보험협회에 따르면 베트남 전체인구의 12%가량만 보험에 가입해 아직도 7000만명 이상이 가입할 여력이 있다. 베트남은 코로나19 팬데믹에도 불구하고 2020년 2.9% 성장했다. 보험가입 가능성이 큰 중산층이 해마다 200만명 이상 새로 형성되고 있다. 이 때문에 코로나19 시국 이전에는 연평균 6~7%씩 성장했다.

인구 고령화와 생산가능인구 감소로 보험산업 자체가 위기에 몰린 선진국과 달리 베트남은 유엔에서 발표한 중위 연령 31.9세의 젊은 나라로 신규 보험가입 후보자들이 넘쳐난다. 중국 38.4세, 한국 43.7세, 일본 48.3세 등 다른 아시아 국가들과 비교해도 확연히 베트남이 젊은 나라임을 알 수 있다. 또 9800만명의 세계 15위 인구 대국이기 때문에 보험업계 입장에서는 노다지가 가득한 금광이나 다를 바 없다.

베트남 보험시장에 부는 변화의 바람

2020년 기준 베트남 생명보험과 손해보험 규모 비중은 대략 7:3 비율로 보장성 보험보다는 저축형 보험이 주를 이룬다. 이는 원금 보장성 보험가입을 통해 저축을 대신하려는 경향이 강해서이다. 또한 베트남 사람들 기저에는 가족의 죽음으로 돈을 받는 것에 대한 거부감이 강해 보장성 보험가입이 낮다. 다만 기성세대와 달리 최근 인식이 달라진 젊은 중산층을 중심으로 보장성 보험가입률이 느는 추세다.

베트남 생명보험 회사들 로고 / 유영국 제공

베트남 생명보험 회사들 로고 / 유영국 제공

2016년까지만 하더라도 베트남에서 보험가입은 93%가 보험설계사들을 통한 전통적인 대면접촉으로 이뤄졌다. 보험설계사가 본업인 사람 못지않게 의사, 교사, 공장 작업반장, 화장품 방문판매사원 등 다양한 직업군의 사람들이 투잡으로 보험설계사 일을 했다. 이는 베트남의 소비가 가족이나 친구처럼 신뢰할 수 있는 사람을 통해 이뤄지는 경우가 보편적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기업체에서 중간 관리자이거나 해외 유학 경험이 있는 전문직 30~40대를 중심으로 전문 설계사를 통해 재무 상담을 받으며 보험에 가입하는 비율이 늘고 있다. 외국계 생명보험사 중심으로 은행을 통해 보험을 판매하는 방카슈랑스도 급격히 늘고 있다. 손익도 좋고 젊은 가입자들이 많아 시장은 환호하고 있다.

생명보험에 비해 규모는 작지만 손해보험에서 고성장하는 분야가 자동차보험이다. 자동차보험 가입은 의무이다 보니 자동차 판매와 자동차보험 신규 가입이 직결돼 있다. 해마다 두 자릿수 성장을 하고 있는 베트남 내수 자동차 시장은 과거에는 택시, 기업용 렌터카, 트럭과 같은 상업용 차량 구매가 주를 이루었다면 이제는 중산층이 증가하면서 개인 차량 판매가 급격히 늘고 있다.

황금알을 낳는 보험시장이다 보니 업계 간 경쟁이 치열하다. 18개 회사가 활동 중인 생명보험업계는 상위 5개 업체가 전체시장의 80%를 차지하고 있어 중하위 업체들의 진입이 쉽지 않아 보인다. 상위권 업체들도 최근에서야 흑자 전환을 했지만 누적 기준으로는 대부분 적자다. 하지만 매력적인 향후 시장을 생각하고 계속해 투자를 이어가고 있다. 반면 31개 회사가 활동 중인 손해보험업계는 2015년 상위 5개 업체가 63%를 차지하고 있었는데, 2020년 기준 54.8%로 하위 업체들과의 간극이 줄어들고 있다.

한화생명 e스포츠단 / Than Nien

한화생명 e스포츠단 / Than Nien

외국계 보험사 중 남다른 마케팅을 하고 있는 업체들도 있다. AIA 생명은 Nest By AIA라는 ‘카페+오픈 오피스’라는 독특한 형태의 공간을 호찌민, 하노이의 랜드마크라 할 수 있는 건물 안에 운영하고 있다. 일종의 보험회사의 쇼룸 같은 곳이다. 이곳은 일반인들이 카페처럼 방문해 책을 읽거나 업무를 볼 수 있는 공유 오피스 같은 형태이면서 고객이 요청을 하면 AIA 재무 컨설턴트들로부터 전문 상담을 받을 수도 있다. 일반 기업체가 사전에 행사 목적과 취지를 설명하고 대관 요청을 하면 음료수 값만 받고 공간을 내어준다. 현대적이고 감각적인 공간을 이용하게 함으로써 보험 회사에 대한 이미지도 좋아지고 보험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은 전문 컨설턴트들에게 상담도 받을 수 있어 홍보 효과도 좋다.

한국 보험사 중에는 한화생명이 가장 발 빠르고 적극적으로 베트남 시장에 뛰어들었다. 2009년 베트남에 현지 법인을 설립, 공격적인 영업을 통해 2016년 흑자 전환에 성공했고 2020년에는 전년 대비 20% 성장해 수입보험료 1714억원을 달성했다. 전체 18개 생명보험사 중 7위 성적이다. 2018년 호찌민에서 리그오브레전드 게임 대회를 개최하고 한화 e스포츠단을 통해 잠재 고객인 젊은층에게 브랜드를 적극 알리고 있다.

[우리가 모르는 베트남](14)베트남 ‘보험 블루오션’ 입수 전엔 준비운동부터

허겁지겁 뛰어든 한국 보험사들

미래에셋생명은 2017년 프랑스 생명보험회사 프레보아 베트남 법인의 지분을 50% 인수해 공동 운영 중인데 2020년 처음 업계 10위로 등극했다. 삼성생명은 몇년 전부터 베트남 재무부가 최대주주인 1위 생명보험회사 바오 비엣 지분의 인수 추진을 위해 베트남 정부와 협의 중이다. 하지만 최근 바오 비엣의 지분을 17.5%에서 22.09%를 늘린 일본의 스미토모생명이 삼성생명을 반갑게 맞아줄 리 만무하다.

신한생명은 2020년 베트남 재무부에 법인인가 신청을 내고 2023년부터 영업을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베트남 외국계 은행 1위이자 베트남 전국에 41개 점포를 가진 신한은행을 통해 방카슈랑스에 집중하면 단숨에 중위권까지 올라설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손해보험 업계에서는 DB손해보험이 2015년 베트남우체국보험 PTI 지분을 37.32% 인수해 자동차보험에서는 1위, 전체 손해보험업계에서는 3위를 차지하고 있다. 삼성화재는 2017년 베트남석유공사보험 지분 20%를 인수해 손해보험업계 5위를 달리고 있다. 현대해상은 베트남 국영은행인 비엣틴뱅크의 보험사이자 13위 손해보험회사인 VIB보험의 25% 지분을 취득했다. KB손해보험은 2위 손보사인 바오 민의 지분 취득을 위해 협의 중이라고 밝혔다. 어지간한 한국 보험회사 대부분은 베트남에서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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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만치 않은 베트남 시장

한국의 대표적인 기업들이 전문인력을 통해 충분한 시간을 가지고 해외사업에 뛰어들 것 같지만 의외로 최고 경영진의 성급하고 충동적인 판단으로 허겁지겁 베트남 사업을 하는 경우도 많다. 베트남에서 금융업으로 사업인가를 받는 것은 매우 어렵다. 외국자본의 무분별한 진입을 막기 위한 베트남 정부의 조치다. 성격 급한 한국 기업들은 언제 사업인가를 받을지 몰라 마냥 기다릴 수만 없어 베트남 현지 업체 지분을 인수해 사업을 시작한다. 이 방식은 시간은 절약할 수 있으나 막상 인수하고 나서 회사 실정을 살펴보면 장부와 달라 고생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협상 테이블에서 급한 쪽이 손해 보는 것은 비즈니스 세계의 만고불변 진리 아니겠는가.

<유영국 「왜 베트남 시장인가」의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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