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5년 전 ‘뮤지션 마돈나’를 우뚝 세운 앨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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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6년도 여전히 마돈나의 해였다. 3집 <트루 블루>는 발매한 지 얼마 안 돼 빌보드 앨범 차트 정상에 올랐다. 수록곡 중 ‘리브 투 텔’, ‘파파 돈트 프리치’가 빌보드 싱글 차트 1위를 차지했으며, ‘트루 블루’가 3위를 기록했다. 매체들에 의해 라이벌 구도가 형성된 데뷔 동기 신디 로퍼가 같은 해 발표한 2집 <트루 컬러스>도 다수의 히트곡을 배출했지만 마돈나의 성적이 훨씬 앞섰다. 마돈나는 팝 음악계에서 또 한 번 자신의 위상을 높이게 됐다.

마돈나 3집 <트루 블루>의 1986년 오리지널 앨범 커버(위)와 2021년 35주년 기념 앨범 커버(아래) / Sire Records Company

마돈나 3집 <트루 블루>의 1986년 오리지널 앨범 커버(위)와 2021년 35주년 기념 앨범 커버(아래) / Sire Records Company

1집과 2집의 성공으로 마돈나는 자신감이 붙은 상태였다. 댄스음악을 주력 상품으로 삼은 가수가 발라드인 ‘리브 투 텔’을 리드 싱글로 내놨다. 많은 팬을 확보했기에 발라드를 싱글로 출시해도 상업적 성공이 가능하다고 판단한 것이다. 더욱이 1985년 개봉한 영화 <청춘의 승부> 사운드트랙으로 부른 발라드 ‘크레이지 포 유’가 빌보드 싱글 차트 1위에 등극한 터라 과감한 결정을 내릴 수 있었다.

한편으로 이는 이미지를 쇄신하겠다는 의지의 표명이기도 했다. 1집에 실린 8곡은 모두 댄스음악이었다. 2집에서는 미국 R&B 그룹 로즈 로이스의 원곡을 팝 발라드로 리메이크한 ‘러브 돈트 리브 히어 애니모어’를 담긴 했어도 그때에는 싱글로 출시하지 않았다. ‘리브 투 텔’도 당시 남편이었던 숀 펜이 주연한 영화 <폐쇄 구역>에 삽입되긴 했으나 개봉 전에 이미 싱글로 나와 인기를 끌고 있었다. 마돈나는 발라드도 잘 소화할 수 있다는 것을 자신의 앨범에서 증명했다.

변화는 더 존재한다. 댄스 팝에 치우쳤던 전작들과 달리 3집에서는 다채로움을 꾀한 티가 뚜렷하게 나타났다. 이 움직임을 대표하는 노래가 ‘라 이슬라 보니타’다. ‘아름다운 섬’이라는 뜻의 이 노래는 스패니시 기타에다 봉고, 마라카스같이 라틴음악에서 주로 쓰이는 타악기들을 활용해 이국적인 정취를 한껏 발산했다. 평화와 인류애를 청원하는 ‘러브 메이크스 더 월드 고 라운드’도 삼바의 인자를 결합해 독특함을 뽐냈다.

새로운 모습을 추구하는 중에도 마돈나는 역시 댄스음악에 강했다. ‘파파 돈트 프리치’를 프로듀스한 스티븐 브레이는 클래식풍의 현악기 연주를 도입부에 배치해 색다른 형태의 댄스음악을 만들었다. 후렴 멜로디도 잘 들어왔다. 10대의 임신을 다룬 가사는 논란을 일으키며 ‘파파 돈트 프리치’의 확산에 힘을 보탰다.

마돈나에게 <트루 블루>는 뮤지션으로서 성장하는 자리가 됐다. 이전 음반에 비해 다양한 스타일을 시도했을 뿐만 아니라 작사·작곡에 참여하는 분량도 늘렸다. 여기에 더해 자신이 노래 제작을 주도함으로써 프로듀서의 역할도 맡았다. 2집까지는 카랑카랑한 톤이 남아 있었지만 3집에서는 보컬이 한결 부드러워졌다.

최근 <트루 블루>의 35주년을 기념하는 디럭스 에디션이 발매됐다. 기존 노래에 <트루 블루> 대표곡의 리믹스 버전, 연주곡을 추가했다. 사실 리믹스 버전은 단순히 러닝타임을 확장하는 데 그쳐 재미는 떨어진다. 그래도 음악 팬들에게는 반가운 일이다. 이번 디럭스 에디션을 통해 1986년 팝 시장을 활보한 마돈나의 노래를 시원한 음량으로 다시 만날 수 있다.

<한동윤 대중음악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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