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변곡점의 운명, ‘공식정보’ 보면 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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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의 사업부 분할과 인수합병(M&A)은 투자자가 관심 가질 수밖에 없는 매우 핫한 정보입니다. 기업 자산의 변동이 이뤄지고, 관련 소식이 알려지는 순간부터 주가에 반영되기 때문입니다. 분할이나 M&A가 공식발표가 나기 훨씬 이전부터 주가는 요동치기 십상입니다. 투자자 입장에서 가장 궁금한 사항은 기업분할, M&A 전후 가져가야 할 투자 포지션입니다. 지금 팔지, 계속 가지고 있을지, 더 사야 할지 연일 쏟아지는 정보로는 쉽게 판단하기 어렵습니다. 분할, 인수, 합병은 투자했던 회사에 또 다른 회사가 추가되는 변화입니다. 현재 주가와 균형을 이루던 기업가치가 크게 변하고, 시장반응도 제각각이라 내 주식에 미치는 영향을 정확히 따져 보기 어려울 수 있습니다. 그렇다고 대놓고 감으로 섣불리 투자할 순 없습니다.

LG전자가 개발한 실내외 통합배송로봇이 LG전자 사옥 앞을 지나가고 있다. / LG전자 제공

LG전자가 개발한 실내외 통합배송로봇이 LG전자 사옥 앞을 지나가고 있다. / LG전자 제공

가장 정확한 정보는 기업공시

기본은 기업의 ‘공식입장’을 확인하는 것부터 시작합니다. 지난해 말 화제가 된 사례는 LG전자의 전기차 사업부 분할입니다. LG전자의 전기차 부품사업 부문을 새 회사로 만든다는 소문이 돌았습니다. 그러다가 가칭 LG마그나 E파워트레인㈜의 물적 분할 계획이 공식적으로 공시된 날(2020년 12월 23일), LG전자의 주가는 14년 만에 10만원선을 넘기는 상한가를 기록합니다. 전후로 수십, 수백건의 뉴스가 포털에 게재됐고, 주식 관련 블로거·유튜버 등의 분석과 전망이 타임라인을 어지럽혔습니다. 분위기는 한두달 내에 회사가 세워질 것만 같았습니다. 하지만 공시 내용을 찬찬히 읽어보면, 분할 예정일은 2021년 7월 1일이었고, 최근 LG마그나 E파워트레인은 인천에 본사를 두고 설립 과정을 완료했습니다. 기업분할과 M&A는 중대한 경영의사결정 사항입니다. 투자자를 포함한 이해관계자 모두에게 알릴 의무가 있는 정보입니다. 가장 정확한 정보는 해당기업의 전자공시시스템(DART) 공시에 포함돼 있습니다. 여타의 분석자료를 참고하더라도, 기업공시를 함께 체크하면 좋습니다. 기업분할은 1개의 회사를 쪼개 2개 이상으로 나누거나 분사시키는 경우입니다. 회사는 경영 효율성, 기업 지배구조 개선 등의 갖가지 이유를 들지만, 투자자는 새롭게 만들어진 회사의 성장성, 그리고 존속회사에 미치는 영향을 모두 고려해 판단합니다. 핵심사업부가 떨어져 나가는 것이라면, 앞으로 그 이익은 어디로 흘러가는지, 존속회사의 나머지 사업부는 빠지는 매출이나 이익 때문에 흔들리는 사항은 없는지 고려합니다. 신설회사에 모기업의 투자가 얼마나 이뤄질지도 가늠해봐야 합니다. 투자자자본 회수 시기가 늦어질 수 있다는 징표가 될 수 있습니다. 결과적으로 시장은 LG전자의 기업분할에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습니다.

기업을 나누는 분할과 달리 M&A는 합병(Mergers)과 인수(Acquisitions)를 합친 개념입니다. 합병으로 2개 기업이 하나가 되고, 인수로 다른 기업을 종속회사로 거느립니다. 둘 다 피인수기업의 경영권을 획득하는 과정입니다. 단순화시키자면, 시장 독점력을 얻기 위한 가장 확실한 전략입니다. 핵심은 경쟁자를 압도할 시장경쟁력을 갖추는 것입니다. 이 방향에 부합해야 성공적인 M&A라 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M&A 관련 사항은 은밀히 진행되고, 공식발표도 갑자기 나게 마련입니다. “우리 회사가 A회사 사려고 해”라고 떠들면서 인수회사가 M&A를 홍보하는 경우는 거의 없습니다. 대신 갖가지 소문이 시장에 돕니다. 매우 중요한 사안이다 보니 거래소는 이를 회사에 확인하는 절차를 갖습니다. “풍문이나 보도에 대한 조회공시”를 통해 기업의 공식입장을 들을 수 있습니다.

전자공시시스템(DART)

전자공시시스템(DART)

M&A는 어떨 때 주가가 오르지?

M&A가 투자자에게 호재가 되려면 승자의 편에 서야 합니다. 시장지배력은 물론 향후 높은 수익을 보장할 수 있는 쪽이 누구인지 선택해야 합니다. 그러나 간혹 경쟁이 치열한 기업인수는 ‘승자의 저주’라 불리는 결과를 낳기도 합니다. 과도한 인수자금이나 시장상황을 예측 못한 점유율 확장은 자칫 투자자에게 악재로 변할 수 있습니다. M&A 대상 2개 회사의 재무제표를 단순히 합해 봐도, 전망을 구체적인 시나리오로 볼 수 있습니다. 현대중공업지주는 국내 건설기계 1위 기업인 두산인프라코어를 M&A로 인수했습니다. 현대중공업지주 계열사인 자산규모 3조3000억원의 현대건설기계는 단숨에 국내 1위, 세계 7위 기업이 됐습니다. 두산인프라코어의 밥캣 부문을 제외한 엔진, 기계 부문만도 자산총계 약 3조8000억원이 넘습니다. 산술적으로 두 회사가 동일 그룹 내 7조원 규모의 건설기계 테두리를 갖게 됐습니다. 연구개발(R&D) 부문 강화 및 중복투자 조율 등으로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한다는 발표도 있었습니다만 규모에 있어 글로벌 단일 경쟁력을 갖춘 게 가장 큰 장점입니다. 거래 성사 이후 양사 모두 주가 상승 흐름을 보여줬습니다. 시장은 M&A에 긍정적인 반응을 즉각적으로 보였습니다.

기업분할과 M&A의 주가 상승 효과가 늦게 나타나기도 합니다. 오랜 시간 단일 기업으로 유지되던 효성이 2018년 사업부 분할로 5개 회사로 나눠졌습니다. 투자자들은 분할을 통해 받은 계열사 주식이 재평가를 통해 시장가치 상승을 이룰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그러나 주가는 움직이지 않았으며, 2년의 시간이 흘렀습니다. 최근 분할 이후 주요 계열사들이 시장에서 높은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분할을 통해 기업가치를 재확인하고, 이것이 시장가치에 반영되는 건 시차가 있을 수 있다는 사례입니다. 재무적인 수치와 시장의 평가에 차이가 존재한다는 점도 늘 감안해야 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주식투자자는 기업의 실체가 획기적으로 변하는 기업분할, M&A에 적극적인 자세를 가지면 좋습니다. 여러 통로로 정보를 얻을 수 있지만 반드시 기업의 공식입장을 확인할 수 있는 공시, 재무제표 등을 참고하길 바랍니다. 사업부 분할의 규모나 실체를 숫자로 확인하지 않는다면 정확한 판단을 내리기 어렵습니다. 이마트의 이베이 인수, M&A 시장에 등장한 가구 1위 기업 한샘 등 기업 구조가 변하는 기업분할과 M&A에 대한 과감한 투자결정은 높은 수익을 낼 수도 있습니다. 기업의 변곡점이 호재인지, 악재인지 인식할 수 있는 안목을 기업의 공식정보로 기르길 권합니다.

<이승환 재무제표 읽어주는 남자>

재무제표로 본 기업의 속살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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