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동남아서 떠오르는 게임 강국, 베트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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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을 즐기는 연령대인 15~34세 인구가 3000만명이 넘는다. 밀려난 한국 게임업체 인내심을 갖고 베트남 시장을 지속적으로 공략해야 한다.

리그 오브 레전드(Leagues of legend) 대회 모습. / 베트남 언론사 VEXPRESS

리그 오브 레전드(Leagues of legend) 대회 모습. / 베트남 언론사 VEXPRESS

최근 베트남은 다양한 영역에서 매력적인 시장으로 주목받고 있다. 게임 산업계에서도 베트남을 가장 주목해야 할 시장으로 집중 조명하고 있다. 베트남 인구는 2020년 기준 약 9800만명으로 세계 15위 인구 대국이다. 유엔에서 발표한 중위 연령이 31.9세로 중국 38.4세, 한국 43.7세, 일본 48.3세와 비교해보면 확연히 젊은 나라임을 알 수 있다. 게임을 즐기는 연령대인 15~34세 인구는 3000만명이 넘는다.

베트남 모바일게임 산업의 빠른 성장 배경에는 젊은 연령뿐 아니라 세계에서 10번째로 저렴한 모바일 요금제가 뒷받침하고 있다. 베트남 1GB 모바일 데이터 평균 요금이 0.57달러로 세계 평균인 5.09달러의 9분의 1 수준이다. 국가 전역에 깔린 4G 통신망이 베트남 모바일게임을 확대하는 견인차 역할을 하고 있으며, 베트남 통신사 비엣텔(Viettel)이 세계 6번째로 자체 제작한 5G 장비를 상용화하면서 하노이, 호찌민 등 주요 도시에 5G가 개통됐다. 빠른 통신 환경이 필수인 게임업계에서는 베트남 시장에 더욱 눈독 들일 수밖에 없는 환경이다.

베트남 e스포츠 산업도 폭발적으로 성장하고 있는데, 6800만명이 넘는 스마트폰 사용 인구가 든든한 배경이다. 1 토너먼트 경기가 개최됐을 때, 약 65만명이 방송 생중계를 지켜봐 인기를 증명했다. 베트남 게임업체 아포타(Appota)가 발간한 <베트남 e스포츠 가이드북(VEG) 2019>에 따르면 e스포츠 콘텐츠를 시청하거나 즐기는 인구가 1500만명, 2020년에는 2600만명이 넘을 것으로 예측됐다. 게임 이용자와 콘텐츠 시청자까지 하면 2020년 3280만명이 넘는 것으로 추정된다. 오는 11월 동남아시아 게임이라 불리는 씨게임즈가 하노이에서 개최되는데 2018년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팔렘방 아시안게임에 이어 2번째로 국가 간 e스포츠 대결이 벌어질 예정이어서 그 인기는 더욱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게임업체 순위 / 앱애니 제공

게임업체 순위 / 앱애니 제공

베트남 게임 르네상스

베트남 정보통신부에 따르면 2020년 베트남 온라인게임 시장은 5억2141만달러, 우리돈으로 6000억원가량인데 2015년 대비 100% 넘게 성장했다. 인구 약 2억7000만명의 인도네시아, 약 1억명의 필리핀도 젊은 인구가 많아 게임시장이 큰 폭으로 성장하고 있지만, 베트남은 이들 국가와 확연히 다른 점이 있다. 이는 베트남 게임 개발업체들이 세계 시장에서도 두각을 나타내며 게임 수출 강국으로서 면모를 보인다는 점이다.

게임메이커로서 베트남을 전 세계에 처음 알린 것은 2014년 제2의 앵그리 버드로 불리던 스마트폰용 게임 ‘플래피버드(Flappy Bird)’이다. 스물아홉 살 응우옌 하 동(Nguyen Ha Dong)이라는 젊은 베트남 개발자가 3일 만에 만들어 업로드한 것이 전 세계 100개국가 앱스토어에서 다운로드 1위를 차지하고 하루 광고 수익으로만 5만달러를 넘게 벌어들였다. 하지만 개발 의도와 다르게 강한 중독성으로 사회적 문제가 되자 막대한 이익을 포기하고 앱스토어에서 게임을 내렸다. 플래피버드는 그렇게 없어졌지만 억만장자가 된 응우옌 하 동처럼 되고 싶은 젊은 개발자들이 나타나면서 베트남 게임 르네상스가 시작됐다.

앱 분석 리서치 업체인 앱애니(App Annie)는 최근 펴낸 <베트남, 모바일 시장의 기회>에서 호주+뉴질랜드+동남아시아(ANZSEA) 시장에서 가장 유망하고 가장 인기 있는 게임 제작업체 10개 중 5개 업체를 보유한 베트남을 주목해야 한다고 발표했다. 실제로 1위, 2위, 4위를 베트남 업체가 차지했다. 1위를 차지한 아마노츠(Amanotes)는 지금까지 개발한 게임들의 누적 다운로드 수가 10억회를 넘겼다. 아마노츠의 공동 창업자 응우옌 뚜언 끄엉(Nguyen Tuan Cuong)은 2020년 ‘포브스’가 선정하는 ‘베트남 각 분야에서 영향력 있는 30세 미만 30인’에 선정되기도 했다. 단일 기업이 아닌 게임회사들의 국적 기준으로 베트남 게임은 2020년 전 세계에서 7번째로 많이 다운로드 됐으며 이는 전 세계에서 25개 게임이 다운로드 될 때마다 베트남에서 개발한 게임이 1개씩 다운로드 되고 있는 수치다.

베트남 게임시장에서 밀려난 한국

2021 하노이 SEA GAMES / 유영국 제공

2021 하노이 SEA GAMES / 유영국 제공

베트남 게임시장의 중흥을 만든 건 한국 게임들이었다. 2000년대 초반 한국 기업 웹젠의 ‘뮤’가 큰 인기를 끌며 베트남 게임시장을 부흥시켰고, 2016년 ‘뮤 오리진’이 공전의 히트를 기록하며 베트남 최고 게임으로 자리 잡았다. 이어 ‘오디션’, ‘크로스 파이어’, ‘배틀 그라운드’ 등 한국 게임들이 인기를 끌었다. 하지만 2005년부터 중국 게임들이 물밀 듯이 몰려들어 한국 게임들의 시장 점유율을 빼앗겼다. 현재 베트남 모바일게임 시장의 70%는 중국 게임들이 장악하고 있다. 한류 원조 국가인 베트남에서 유독 한국 게임이 밀려난 이유는 무엇일까.

스마트폰용 게임 플래피버드(Flappy Bird) / 유영국 제공

스마트폰용 게임 플래피버드(Flappy Bird) / 유영국 제공

독일 시장조사업체 스타티스타(Statista)의 베트남 모바일 OS 시장 점유율 조사에 따르면 안드로이드가 62.7%를 차지하는데 상대적으로 20만~30만원 내외의 중국산 저가 보급형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사람들이 많다. 중국 모바일게임들은 이 틈을 노렸다. 저가 스마트폰에 적합한 저사양 게임으로 유저들을 붙잡았다.

Viettel 5G 광고 / Viettel 홈페이지 갈무리

Viettel 5G 광고 / Viettel 홈페이지 갈무리

한국 게임들의 서양인 캐릭터 일색에 대한 지적도 나온다. MMORPG(롤 플레이 게임)의 경우 한국 캐릭터들은 영어 이름이 대부분이라 베트남 유저들이 꺼린다. 이에 반해 중국 게임들은 <삼국지>, <서유기>, <천룡팔부>와 같은 유명 소설을 바탕으로 한 캐릭터들이다 보니 베트남 사람들이 친숙하다. 한마디로 말해 캐릭터의 이름이 ‘로빈 후드’이면 누구나 캐릭터의 특징을 알 수 있지만 ‘로빈’이라는 이름은 캐릭터를 알 수 없다는 것이다.

한국 게임업체들이 베트남에서 라이선스 취득에 대해 어려움을 호소하는 경우가 많다. 베트남 공영방송사의 자회사이자 메이저 게임 유통업체인 VTC게임즈의 담당자에게 문의를 해보았다. 어느 나라 업체건 베트남은 게임 라이선스 취득은 어렵지만, 중국 업체가 가장 어려움을 겪는다. 베트남과 영토 분쟁 중인 해역에 중국이 임의로 그어놓은 구단선(九段線)이 반영된 중국지도가 게임 안에 많이 숨어 있어 중국 게임을 검사할 때 몇 배 더 엄격하게 한다는 것이다.

베트남 경제 성장과 더불어 게임시장 역시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단순 소비시장이 아닌 게임메이커 국가로서 베트남 게임업체와 중국 기업들과의 치열한 경쟁으로 성장 가속도는 더욱 빨라질 것으로 보인다. 한국 게임업체들이 인내심을 가지고 베트남 시장을 지속적으로 공략하기를 기원한다.

유영국은 아모레퍼시픽과 NICE 그룹에서 근무하면서 베트남에서 10년째 화장품 업계에서 일하고 있다. MBC 라디오 <이진우의 손에 잡히는 경제> 등에서 베트남 경제 이야기를 나누기도 했다.

<유영국 「왜 베트남 시장인가」의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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