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0㎏, 400㎏? 초고도 비만남 엑스레이 사진의 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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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반이 버틴다는 것이 신기하네요. 어깨와 골반 모두 이쑤시개로 걸쳐놓은 것 같네요.”

한 누리꾼의 사진에 대한 평가다. 6월 말 한 인터넷 커뮤니티에 올라온 ‘180㎏ 남성의 엑스레이 사진’이라는 제목의 이미지 캡처에 달린 댓글이다. 사진은 이내 논란에 휩싸였다. 진짜 엑스레이 사진이 맞냐는 것이다. 라스푸티차라는 닉네임의 누리꾼 의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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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짜 같음… 예전에 비만인의 내장을 봤는데, 저 체중이면 신체사이즈에 비례해 어마어마하게 내장도 커져 있어야 함. 저건 정상체중인 사람 위에 뭘 붙여놓고 사진 찍은 거거나, 그냥 가짜일 확률이 큼.” 실제 엑스레이 사진이라기보다 컴퓨터그래픽(CG)으로 만들어진 이미지라는 의견이 우세하다. 찾아보면 이 인터넷밈의 역사 역시 꽤 된다. 약 2년 전부터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주기적으로 논란이 돼왔던 이미지다. 궁금한 건 설왕설래가 딱 거기까지라는 것이다. ‘실제 엑스레이

사진일까. 아니, CG일 거야.’ CG라면 출처가 있을 텐데?

신통한 것은 유행을 탈 때마다 이 남자의 몸무게도 바뀐다는 것이다. 6월 말 퍼진 사진에는 180㎏이라는 설명이 붙어 있지만, 과거에 유행할 때는 이 남자의 몸무게가 400㎏이라고 돼 있다. 어느 게 진실일까.

찾아보면 2014년 영국 대중일간지 더미러가 트위터에서 화제를 모은 이 이미지의 진실을 추적한 기사가 나온다. 이 매체의 결론도 CG이다. “사진이 진짜라면 적어도 64스톤(약 406㎏)의 ‘표본’을 수용할 수 있는 어마어마한 사이즈의 MRI 기계가 있어야 한다”는 것. 흥미로운 것은 이 기사에서 같은 출처로 보이는 다른 각도의 사진도 공개하고 있다는 점이다.

그리고 마침내 찾았다. 결론부터 말하면 CG 맞다. 지난 2013년 10월 23일 영국의 채널5가 방영한 ‘70스톤, 죽기 직전에 이른 사람(70stone, almost dead)’이라는 다큐멘터리의 한장면이다. 70스톤을 우리가 익숙한 단위로 환산하면 444㎏이다. 그러니까 최근에 도는 짤에 붙은 180㎏이라는 설명은 틀렸다.

다큐멘터리는 키스 마틴이라는 한 비만인의 이야기다. 그는 다큐멘터리 방영 당시 지난 11년간 집에서 한발짝도 못 나오는 신세였다. 침대 2개를 붙여 생활하고 있었고, 너무 뚱뚱해 걷기는커녕 씻거나 화장실도 못 가는 상황이었다고 한다. 2년 동안 침대에 누워지내다가 다이어트와 물리치료를 병행하는 프로그램을 8개월 동안 진행한 끝에 약 20스톤, 그러니까 127㎏의 감량에 성공했지만 일어서는 데 실패했고, 위장절제술을 시도하는 중이라는 것이다. 벌써 8년 전 이야기다. 그는 어떻게 됐을까. 더 찾아보니 나오는 건 부고 기사다. 사망일은 그해 12월 4일이다. 향년 44세. 말 그대로 치명적인 몸무게에 달한 그는 위의 4분의 3을 절제하는 등의 다이어트 노력을 했지만 결국 폐렴으로 사망했다.

정리하자. 지난 6월 말 180㎏ 남자의 엑스레이 사진이라고 올라온 이미지는 엑스레이 사진이 아니라 다큐멘터리로 만들어진 비만 관련 프로그램에 삽입된 CG 캡처다. 한국에서 도는 사진에는 180㎏ 또는 400㎏이라는 설명이 붙어 있으나 실제는 444㎏에 달하는 무게였다. 오늘의 팩트체크 끝.

<정용인 기자 inqbu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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