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혐오스러우니 여기 주차하지 마세요.’ 논란을 처음으로 접한 것은 2년 전이었다. 트위터에 올라온 글이었는데, 원본 글이 삭제돼 더 이상 추적이 힘들었다. 인터넷커뮤니티에서 다시 이 ‘논란’을 만난 건 6월 15일. 이 코너에서 다루는 사건 대부분이 그렇듯, 인터넷 밈은 끈질기게 살아남아 돌고 돈다. 이번엔 저 사진에 얽힌 사연을 확인할 수 있을까.
“기사를 안 썼으면 좋겠습니다. 어차피 기사가 나가지 않아도 이야기는 계속 돌 거 아닙니까. 거기에 새로운 떡밥을 뿌려 다른 이야기가 나올 바에야, 그냥 없던 일로 쳤으면 좋겠습니다. 연락을 준 것은 감사하지만.” 물어물어 통화한 사건 당사자의 취재거부 의사다. 어렵게 설득했다.
일본에서 기원해 한국에도 전해진 인터넷 서브컬처 중 이타샤라는 것이 있다. 만화나 게임의 CG, 캐릭터나 로고 등을 자동차 차체에 붙여 장식하는 문화다. 얼핏 생각하면 쉬울 것 같지만 용기가 필요한 일이다. 만천하에 ‘이 차의 소유주는 오타쿠’라고 선언하는 셈이 되는 거니까.
불법이 아니냐는 이야기도 있지만, 소방차와 같은 긴급자동차와 혼동을 우려해 두가지 색 이상 도색을 제한하던 법 조항이 개정된 건 한참 전 일이다. 광고목적으로 래핑한 차량을 길거리에서 목격하는 일도 흔하다.
‘혐오스러우니 여기 주차하지 마세요.’ 처음 논란으로 돌아가자. 이번에 취재하면서 확인해보니 차주 모씨가 자신의 차량 창문에 누군가 손글씨로 메모를 끼워넣은 것을 발견한 것은 2019년 5월 16일. 지금으로부터 2년여 전이다. 당시 그 메모를 보고 화가 났다고 차주 모씨(24·회사원)는 덧붙였다. 거주자 우선구역도 아니고 자신의 집 앞에 세워놓은 차를 주차하지 말라면 어디로 가란 말인가. “경찰에 신고하려고 CCTV를 확인해보니 같은 건물에 살던 분이었습니다. 오후 10시에 잠옷을 입고 나와 메모를 붙여놓았는데….” 그래서 결국 어떻게 됐을까. “흐지부지됐죠. 저도 꼭 잡아달라는 말은 아니었어요. 커뮤니티에 사진이 퍼지고 말이 많이 나오니 경찰에 ‘수사 종결해달라’고 부탁했습니다. 그 뒤로는 저도 차를 바꿨고요.” 사건에 대해 누리꾼 반응을 보면 차주를 옹호하는 반응만 있는 건 아니다. 당장 6월 15일 인터넷커뮤니티에 올라온 반응만 하더라도 ‘혐오할 만한 여지가 있는데?’라는 의견도 많다. “경찰서에 가서 물어봤어요. 이런 식의 래핑이 문제가 되느냐고요. 경찰관은 노출이 있거나, 피를 흘리거나 가학적인 이미지를 사용했을 때는 제재가 들어갈 수도 있답니다. 그런데 제가 한 래핑은 노출이 없기 때문에 불법으로 보기 어렵다더군요.” 페도필리아(소아성애증) 아니냐는 의심도 있던데? “아니에요. 저 페도 아닙니다. 캐릭터만 놓고 그렇게 볼 수 있는데(당시 그의 차량에 래핑돼 있던 캐릭터는 게임 ‘벽람항로’의 캐릭터 허먼으로, 미국 역사 속 군함 허먼을 모에화한 캐릭터다) 그분들이야 제가 무슨 말을 해도 로리콘(미성년 소녀에 대한 성적인 관심을 의미하는 롤리타 콤플렉스의 일본식 줄임말)으로 볼 것이기 때문에 그런 분들은 신경 안 쓸 겁니다.” 사건 뒤 그는 그 집에서 이사했다. 지금 타는 차도 ‘벽람항로’ 허먼 캐릭터로 래핑했다. 여전히 욕하는 사람들은 많다. 며칠 전 그가 자신의 SNS에 올린 글이다. “지나가는 K5… ‘일본 애니 그만 봐’라고 소리 지르는데, 애니 봐도 니들보다 잘 살아….” 건투를 빈다.
<정용인 기자 inqbus@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