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금주의 나라? 인도는 지금 맥주 열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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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칭다오, 베트남의 사이공, 싱가포르의 타이거, 태국의 싱하, 일본의 아사히 등 각 나라를 대표하는 맥주가 있습니다. 인도 역시 가본 분들이라면 킹피셔 맥주를 한 번쯤 마셔봤을 것입니다. 인도 맥주시장의 50% 이상을 차지하는 UBL(United Breweries Ltd.)사의 대표맥주가 바로 킹피셔 맥주입니다.

세계적인 펍 아이런힐 인디아(Ironhill India) 뱅갈루루 지점 내부 / Brewer World

세계적인 펍 아이런힐 인디아(Ironhill India) 뱅갈루루 지점 내부 / Brewer World

지난 6월 24일, 세계 2위의 네덜란드 맥주회사 하이네켄이 UBL 주식 3960만주를 사들이며 지분율을 46.5%에서 61.5%로 높여 실질적 주인이 됐습니다. 하이네켄이 UBL의 지분을 갖게 된 것은 2008년 UBL과 합작투자한 스코티시 앤 뉴캐슬(Scottish & Newcastle·S&N)을 인수하면서 시작됐습니다.

뉴캐슬 브라운 에일, 포스터스, 크로넨버그 1664와 같은 맥주로 유명한 S&N은 2008년 칼스버그와 하이네켄의 컨소시엄에 78억파운드로 분할 인수되면서 해체된 바 있습니다. 이때 S&N이 2004년에 UBL과 동일 지분 37.5%로 합작투자를 하면서 소유하게 된 UBL의 지분을 하이네켄이 갖게 된 것입니다. 이후 하이네켄은 UBL의 지분을 지속적으로 사들였고, 지분율이 37.5%에서 46.5%였다가 이번에 주식 3960만주를 매입하면서 61.5%의 지분을 늘리며 실질적인 소유주가 됐습니다.

이렇게 된 건 UBL 회장인 비제이 말랴(Vijay Mallya)가 가장 큰 원인입니다. 그가 2005년에 설립한 킹피셔 에어라인이 2013년에 면허 박탈로 최종파산했습니다. 이로 인한 9000억달러의 은행빚 소송을 피해 2016년 영국으로 달아나면서 164년 역사의 UBL이 하이네켄의 손에 넘어가게 된 것입니다.

인도 수제 맥주 / Riti India

인도 수제 맥주 / Riti India

금주의 나라로 알려진 인도, 실상은?

인도는 금주의 나라로 알고 있는 분들이 많습니다. 처음 인도에 가는 분들이 자주 하는 질문 중의 하나가 “인도에서는 술을 못 마신다고 하던데”입니다. 하지만 인도 전역에서 술을 못 마시는 것은 아닙니다. 비하르, 구자라트, 나갈랜드, 락샤드위프 등의 주에서는 공식적으로는 주류의 판매 및 소비가 금지입니다. 다만 구자라트주에서는 외국인이나 타 주에서 방문한 사람에 한해 호텔과 같은 제한된 장소 및 허가신청을 받으면 음주가 허용됩니다.

그 외에도 인도에서 술을 공식적으로 금지하는 것은 드라이 데이(Dry Day)라고 부르는 각 주에서 지정한 금주의 날입니다. 공화국의 날(Republic Day·1월 26일), 독립기념일(8월 15일), 간디 탄생일(10월 2일)과 같은 국경일은 인도 전역에서 금주의 날인데, 이 날은 5성급 호텔에서 음주도 예외가 아닙니다.

탭드 플라이트(Tapped flight) 공동 창립자들 / gurgl

탭드 플라이트(Tapped flight) 공동 창립자들 / gurgl

우리가 인도를 금주의 나라라고 오해하는 이유는 아무래도 인도 비하르주와 구자라트주에 많이 다녀오면서 생긴 오해가 아닌가 싶습니다. 비하르는 한국에서 불교 유적지를 중심으로 가장 많이 여행을 가는 곳이며, 구자라트는 2010년 이전 현재의 뉴델리 인근과 벵갈루루가 번성하기 이전에 산업이 활발히 일어나 많은 사람이 출장을 갔던 지역입니다. 인도는 어느 지역을 가서 어떤 경험을 했느냐에 따라 기억에 남는 일이 천차만별이기 때문에 이런 오해들이 비일비재합니다.

인도의 유명한 킹피셔 맥주 / 한유진 제공

인도의 유명한 킹피셔 맥주 / 한유진 제공

뭄바이와 벵갈루루, 수제 맥주 열풍의 중심지

인도의 유럽식 맥주 역사는 생각보다 오래됐습니다. 우선 처음 맥주가 선보인 것은 영국이 1716년 페일 에일을 수입해 인도에 처음 선보였는데, 이때 운송과정에서 맥주가 상하는 것을 막으려 알코올 도수를 높이거나 홉을 추가하면서 발명한 것이 인디아 페일 에일(India Pale ale)이기도 합니다. 이후 1830년, 인도 최초의 맥주 양조장에서 만든 맥주 라이언(Lion)은 지금까지도 판매되고 있습니다. 사브밀러(SABMiller)사가 인도의 나랑 브루어리스(Narang Breweries)를 인수해 처음 인도시장에 진출한 이후 여러 현지 맥주회사를 인수했고, 2006년에 포스터의 인도자산을 인수해 지금 인도 맥주시장의 25.6%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칼스버그 역시 2005년에 진출했고, 버드와이저 제조사는 2006년 하이데라바드 기반의 맥주사인 크라운 맥주와 파트너십을 체결해 인도에 진출했습니다.

이렇듯 인도에는 많은 글로벌 맥주회사들이 꾸준히 진출해 시장을 점유해오고 있었지만, 인도의 맥주 소비량은 전 세계의 1% 정도로 적었습니다. 그런 인도 맥주시장에 변화가 일어나고 있습니다. 젊은층과 특히 벵갈루루와 부네시에 몰려 있는 정보통신(IT) 종사자들과 뭄바이의 트렌드세터들 사이에서 지난 2~3년 사이에 수제맥주 열풍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또 코로나19로 인해 이동에 제한이 생기자 더운 날씨에 집에서 가볍게 마시기 좋은 맥주를 선호하면서 맥주 수요는 점점 늘어나고 있습니다.

심지어 음식배달앱을 통한 서비스가 주류로까지 확대됐습니다. 뭄바이에서는 탭드 플라이트(Tapped Flight)와 같이 다양한 맥주의 구독 및 배달하는 곳도 나타나면서 소비자를 매혹하고 있습니다. 인도의 더운 날씨에 와인보다는 맥주가 더 적합하고 다양한 맛과 품질을 접할 수 있어서인지 인도에서 맥주 열풍은 점점 더 높아질 것으로 보입니다.

UBL에 따르면 인도 전체 주류 소비에서 맥주가 차지하는 비중은 12%로 1인당 맥주 소비량은 1.6ℓ 정도로 나타났습니다. 이는 1인당 맥주 소비량인 중국 32ℓ, 베트남 20ℓ, 미국 35ℓ에 비해 매우 낮은 수준으로 다양한 맛과 제품, 경험을 원하는 젊은 인구수를 고려하면 인도의 맥주시장은 큰 성장이 기대됩니다. 인도의 각 주정부가 부과하는 높은 주류세가 발목을 잡지 않는다면 말입니다.

한유진은 화학산업 컨설턴트로 일하다 삶의 전환점을 인도에서 찾게 된 것을 계기로 2009년부터 인도 뭄바이에서 살았다. 인도의 문화와 산업을 비즈니스와 통합하는 큐레이팅 스타트업 회사를 운영하며 현재는 국내에 머물고 있다.

<한유진 스타라진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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