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의 2022 최저임금 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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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적으로 1970년대는 그레이트 인플레이션(Great Inflation)이라고 불릴 정도로 인플레이션 문제가 심각했던 시기이다. 미국은 베트남 전쟁으로 재정지출도 엄청났다. 이 시기 오일쇼크도 2차례 있었다. 통화팽창도 엄청났다. 이런 여러 요인과 함께 미국의 임금인상도 상당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 연합뉴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 연합뉴스

경제학자들과 재무부, 연준의 관리들은 일반 시민에게 책임을 돌렸다. 즉 물가인상은 임금인상 탓으로 돌려졌다. 1968년 린든 존슨 미국 대통령은 “경제학자 대부분은 만약 미국이 현 수준의 실업률을 좀더 서서히 낮추었더라면 물가상승률은 지금보다 훨씬 낮았을 것이라고 믿고 있다”고 했고, 1970년 닉슨 미국 대통령은 “노동자는 과거의 생계비 상승률을 보상받고 미래의 상승분까지 따라잡기 위해 높은 임금인상을 요구하고 있다. 한편 제품가격 역시 과거의 원가 상승과 미래의 상승분까지 예상하여 뛰어오르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레이트 인플레이션이 계속되던 1980년 2월, 같은 해 1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연율환산 시 18%로 나타나자, 카터 미국 대통령이 처음으로 미국경제가 위기에 처한 사실을 인정했다. 그러자 미국 주간지 ‘비즈니스 위크’는 6개월간의 임금·물가동결 등을 내용으로 하는 임금 및 물가 통제 정책을 채택할 것을 주장하기까지 했다. 역사적으로 매우 뿌리 깊은 이 아이디어의 유래는 로마시대이다. 3세기 이후 화폐 가치 하락은 갈수록 심화되고 있었는데, 285년 취임한 디오클레티안 로마황제는 301년 선포한 그의 법전에서 세세한 물가와 임금 목록을 포함하는 등 임금 및 물가 통제제도를 확립했다. 근로자들이 임금동결을 피해 직장을 옮기자 이직을 금지하는 칙령을 반포하기까지 했다. 금화에 은과 구리를 섞어 생긴 화폐 가치 하락이 마치 임금인상 때문에 발생했다는 듯이.

임금인상이 공공의 적이라는 인식이 팽배했던 1981년 레이건 미국 대통령은 신자유주의 경제정책을 실시했다. 그는 노동조합을 강압적으로 대했고 임금을 통제했다. 이 무렵 볼커 전 미국 연방준비제도 의장은 통화공급량 증가 속도를 낮추는 시도를 했다. 1981년 9월부터 미국 연준의 정책이 효력을 발휘하기 시작해 물가상승률이 떨어지기 시작했고, 저유가 시대가 시작된 1980년대 중반 물가는 잡혔다고 선언됐다. 베트남 전쟁도 끝났고, 유가도, 통화공급도 안정됐지만, 가장 큰 공은 임금인상을 막은 것이라고 분석됐다. 즉 그 성과는 신자유주의 정책의 몫이었고, 그 이후로 미국의 경제정책은 신자유주의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했다.

2020년 당선된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중산층의 복원을 내걸고 “대담한 경제정책을 추진하겠다”고 선언했다. 강력한 재정정책을 집행 중인 그는 최근 미국 연방 최저임금을 내년 3월부터 시간당 10.95달러에서 15달러로 37% 인상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2014년 2월 12일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소득주도성장론’을 내세워 7.25달러에서 10.1달러로 올리는 행정명령에 서명한 이후 오랜만의 대폭 인상이다. 한국의 2018년 최저임금 인상률 16.5%의 2배를 넘는다. 하지만 오바마 대통령 시절보다 더 커진 인플레이션 우려 속에서 기대와 우려가 교차한다. 물가인상의 원인이라는 덤터기를 쓸지 몰라서이다. 바이든 대통령의 2022년 최저임금 인상이 물가안정 속에 시행돼 ‘임금인상은 곧 물가상승’이라는 고정관념을 흔드는 계기가 되기를 희망한다.

김윤우는 서울중앙지법·의정부지법 판사, 아시아신탁 준법감시인을 역임했다. 지금은 법무법인 유준의 구성원 변호사이고, 중소기업진흥공단 법인회생 컨설턴트 등으로 활동 중이다.

<김윤우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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