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H 해체 수준 결론, 불안하고 궁금하다
  • 인쇄
  • |
  • 목록
  • |
  • 복사하기
  • 페이스북
  • 트위터
  • 밴드

한국토지주택공사(LH) 투기 사태. 개발계획을 미리 알고 두둑한 보상금 받기. 처벌규정을 겁내지 않는 이 투기 사태와 관련해 여러 상념이 끊이지 않는다.

경남 진주시 충무공동 LH 본사 / 연합뉴스

경남 진주시 충무공동 LH 본사 / 연합뉴스

민주화 이후 구 헌법에 수용의 대가로 “상당한 보상”을 주면 족하던 것이 “정당한 보상”을 줘야 하는 것으로 바뀌었다. 그로 인해 수용되면 부동산을 헐값에 뺏긴다는 인식이 운 좋게 횡재를 얻는 것으로 바뀌었다. 그러자 보상금을 우연히 받기보다는 처음부터 보상금을 받기 위해 부동산을 매입하는 경우가 많아졌다. 이왕이면 개발계획 수립 이전에 매입하면 매입가와 보상금의 차이는 더욱 벌어진다. 미공개 개발정보의 가치란 설명이 필요없다.

YS 시절부터 시작된 준농림지역 등 비도시지역의 난개발을 막기 위해 DJ 시절 종합대책으로 ‘선계획 후개발’ 원칙이 세워졌고, 이를 ‘국토의 계획 및 이용에 관한 법률’에 반영했다. 비도시지역에도 개발 전에 계획을 미리 수립하고 기반시설을 확보하는 정책으로 난개발은 잡혀갔지만, 각종 개발계획 수립 중에 개발정보를 이용해 투기하는 행위까지는 잡지 못했다.

개발정보를 사전입수한 공무원들의 투기 등을 막기 위해 ‘부패방지 및 국민권익위원회의 설치와 운영에 관한 법률’에 업무상 비밀이용죄를 두었다. 노무현 대통령 임기 시작 1년 전쯤 시행됐다. 하지만 업무상 비밀누설죄를 두려워하는 공무원도, 공사직원도 많지 않았다. 그동안 경찰도, 검찰도 공무원과 공사직원들의 부동산 투기에 대한 수사에 그다지 적극적이지 않았기 때문일 것이다. 어느 LH 직원의 “이걸로 잘리게 되면 어차피 땅 수익이 회사 평생 버는 돈보다 많을 텐데”라는 말에는 형사처벌의 두려움이 전혀 담겨 있지 않았다.

LH 사태 이전인 2020년 금융계좌추적권을 가진 부동산감독원을 설치한다는 방안이 나왔다. 사생활 침해 우려가 크다는 등 전방위적인 비판이 쏟아졌다. 만약 그때 부동산감독원 설치에 성공했다면 지금과 같은 사태는 막을 수 있지 않았을까? 금융감독원은 미공개 정보이용을 원천봉쇄하기 위해 금융투자업계 임직원들 상당수에 주식 투자를 금지하고, 그것이 준수되는지 준법감시인들에게 보고하게 하고 있다. 역사에 가정은 없다지만, 부동산감독원이 미공개 개발 정보이용을 막기 위해 유사한 조치를 취했다면 효과는 꽤 컸을 것이다. 동시에 그때 왜 그렇게 큰 비판이 나왔는지 그 의문이 풀릴 것 같다는 생각도 들었다. 공무원과 공사직원들 그리고 그들로부터 정보를 제공받아온 사람들, 꽤 많았을 그 사람들은 부동산감독원 설립에 찬성하기 어려웠을 터이다.

MB 시절, 한국토지공사와 대한주택공사가 합병했다. 한국토지공사 내에서만 돌던 정보가 대한주택공사에까지 퍼지니 개발정보가 퍼지는 범위가 확 넓어졌다. 다 지난 얘기지만, 개발정보가 퍼지지 않도록 부서 간 또는 계열사 간 정보교류를 차단하는 차이니스월(Chinese Wall) 같은 장치나 제도를 두도록 해야 했다. 금융회사들은 차이니스월을 두게 돼 있다. 또 한 번 부질없는 가정이지만, 합병하지 않았다면 LH 사태는 없었을까? 적어도 지금처럼 “니들이 암만 열폭해도 난 열심히 차명으로 투기하면서 정년까지 꿀 빨면서 다니련다”라는 말을 하는 분위기는 아니지 않았을까? 출근 2일째인 총리님 말씀, “LH 해체 수준 결론 예상”, 어떤 결론일지 불안하면서도 궁금하다.

김윤우는 서울중앙지법·의정부지법 판사, 아시아신탁 준법감시인을 역임했다. 지금은 법무법인 유준의 구성원 변호사이고, 중소기업진흥공단 법인회생 컨설턴트 등으로 활동 중이다.

<김윤우 변호사>

김윤우의 유쾌한 반란바로가기

이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