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MZ다큐영화제 5·18 민주화 기획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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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이후 많은 영화제가 온라인 플랫폼을 활용하고 있다. 현장에서 느끼던 감독·배우와의 만남 부재에 아쉬움을 표하는 이들이 적지 않지만, 행사의 안정적 개최와 접근성 보장 측면에서 환영하는 이들도 많다. 새로운 변화의 바람인 셈이다.

영화 <속삭이는 잔해와 소리없이 떨어지는 잎들> 스틸컷

영화 <속삭이는 잔해와 소리없이 떨어지는 잎들> 스틸컷

매년 9월에 열리는 DMZ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는 행사 기간 외에도 순회상영회 등 다양한 부대행사를 벌여왔다. 코로나19 이후에는 온라인으로 이동해 지난 4월에 4·16 세월호 참사 추모 기획전을, 이번엔 5·18 민주화운동 기획전을 진행 중이다. 특이하게 이번 작품의 감독은 모두 1980년 이후 출생한 이들로, 포스트 5·18 세대 입장으로 바라본 작업에 초점을 맞췄다.

재일한국인 3세 박영이 감독은 중편 다큐 <우리가 살던 오월은>을 통해 광주에 5·18 역사기행으로 온 재일동포 4세 김중로와 김희영이 광주지역 대학생들과 함께하는 여정을 담는다. 그에 더해 재일동포들이 벌였던 당시 민주화 연대활동과 배경을 소개한다. 해방 이후 정권유지에 악용된 반공주의의 희생양, 재일동포들의 수난을 80년 광주와 연결하는 작업을 경계인의 시선으로 담아낸다.

<속삭이는 잔해와 소리없이 떨어지는 잎들>은 중국에서 태어나 네덜란드에서 미술 작업과 영화를 병행하는 보 왕 감독의 단편 실험영화다. 80년 5월 당시 계엄군에게 체포된 광주 시민들이 치료받던, 이제 폐허가 된 국군광주병원을 기록했다. 버려진 건물의 먼지와 티끌이 밟히는 불협화음, 제멋대로 자란 잡초, 억압적 시대 상황을 암시하는 건물 속 소품들을 비추며 외부자의 시선은 낯설지만 새롭다.

정경희 감독의 단편 <징허게 이뻐네>는 광주 서부시장에서 의상점을 운영하는 어머니가 단골손님들과 함께하는 공동체 활동을 기록했다. 거기에 갓 서른 된 감독과 친구들이 신년회 자리에서 김밥을 마는 상징적 장면이 추가된다. 80년 5월은 언급되지 않지만, 당시 ‘대동세상’과 ‘주먹밥 나눔’의 정서가 여전히 살아 있음을 보여주려 한다. 박은선 감독의 <손, 기억, 모자이크>는 그림 작가인 감독이 평소 사회 참여에 무관심한 자신을 성찰하며 든 생각을 언어와 비언어 수단을 혼용해 표현한다. 마지막 작업은 황준하 감독의 ‘댄스필름’ <쉬스토리>다. 분량 중 절반은 무용수들의 몸짓, 나머지는 인터뷰 다큐 형태로 구성된 작업은, 특히 80년 당시 여성들에 주목했다. 그들의 증언과 역사의 진실을 부정하는 이들의 망언이 교차되며 현재적 과제를 조명한다.

본 기획전은 영화제 유튜브 채널에서 5월 14일부터 28일까지 2주간 열리며 80년 5월 광주와 동일한 맥락에서 지금 세계 곳곳에서 민주화를 위해 투쟁하는 이들에게 연대를 전하는 영상이 추가된다. 아시아 대부분 국가가 미얀마 상황에 침묵하는 가운데 한국이 비교적 목소리를 내는 것 또한 둘은 서로 닮았다는 역사의식 덕분일 테다.

<김상목 대구사회복지영화제 프로그래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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