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호화폐 투자자보호제도 갖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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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호화폐는 약칭 ‘특정금융정보법’에 가상자산이라고 정의하고 있지만, 시세차익을 제외하고는 그 보유만으로 배당금, 이자, 월세 등 수익을 낳지는 못하기 때문에 회계학상 자산이라고 보기는 어려운 측면이 있다. 오히려 분산원장에 의한 거래내역 기록의 생성 및 유지에 소위 채굴기라는 고가 장비가 수십, 수백대씩 필요하고 막대한 전기요금도 부담해야 한다. 한마디로 돈만 먹는 존재이다. 그런데도 관심을 갖는 사람들이 있다. 당국의 추적을 피해 떳떳지 못한 돈을 은닉하거나 해외로 이전하려는 사람들이다.

암호화폐 거래소에 설치된 전광판 / 연합뉴스

암호화폐 거래소에 설치된 전광판 / 연합뉴스

이런 수요를 제외하면 암호화폐란 가격이 오르지 않으면 거래가 활성화되기 쉽지 않고, 반대로 가격이 오르면 거래가 더욱 활성화되는 특성을 가진다. 이런 특성을 이용해 국내 일부 암호화폐 거래소는 상장주식 거래에서라면 처벌될 자전거래, 통정매매 같은 조작행위들을 했다고 알려졌다. 여기서 문제가 그치면 좋겠지만 더 큰 문제가 있다.

원래 암호화폐거래소는 암호화폐와 진짜 화폐를 환전해주는 거래소로 출발했다. 외화환전소에 가까운 모습이었다. 그런데 국내 암호화폐 거래소들은 자신이 보유하는 암호화폐를 유통시키고, 그 거래내역을 자신들의 장부에 기록해주는 거래소로 발전했다. 외환거래소와 증권거래소의 결합형에 가깝다고 하겠다. 왜 이런 변화가 나타난 것일까? 앞서 본 것처럼 분산원장에 의한 거래내역 기록·유지비용이 상당히 높은 수준이기 때문이다.

이것은 거래비용이 높다는 것을 의미하고, 높은 거래비용은 개인들의 거래에 사실상 장애가 된다. 등기비용이나 취득세, 등록세가 너무 높으면 부동산 거래가 일어나기 힘든 것과 같은 이치이다. 그래서 국내 암호화폐 거래소들은 거래내역을 분산원장에 기록하는 대신 자신들의 장부에 기록해주는 방식으로 암호화폐 거래비용을 현저하게 낮추고 거래를 촉진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문제는 국내 일부 암호화폐 거래소가 암호화폐를 보유한 회원이 현금과의 교환을 요구할 경우 교환해줄 현금이 없다는 것이다. 외화환전소와 유사한 기능을 할 자금이 없는 것이다. 그리고 더욱 큰 문제는 일부 거래소가 암호화폐 자체를 보유한 적도 없다는 것이다. 증권거래소와 유사한 기능은커녕 봉이 김선달처럼 있지도 않은 암호화폐를 유통시킨 것이다. 거래소가 보유한 적 없는 암호화폐를 거래한 사람들은 처음부터 암호화폐를 취득할 가능성도, 그것을 환전할 가능성도 없었던 셈이다. 수십억원 상당의 암호화폐 보유자가 환전을 요청했지만 받을 수 없었다는 보도를 보면, 해외 불법 토토 사이트, 불법 카지노 사이트에서 돈을 땄는데 딴 돈을 주지 않았다는 피해사례와 너무나 흡사하다.

오는 9월 시행예정인 약칭 ‘특정금융정보법’은 자금세탁방지를 위해 암호화폐거래소가 실명확인이 가능한 계좌를 신고하고 불법 의심거래를 보고할 의무를 부과하는 제도일 뿐이고, 설립자본금 등 투자자 보호를 위한 규제는 현재 전혀 없는 상태이다. 암호화폐거래소가 나스닥에 상장되고, 테슬라 등 세계적 기업들이 암호화폐를 결제의 수단으로 인정한다는데, ‘암호화폐 거래를 하지 마라’, ‘투자자를 보호할 수 없다’는 금융위원장의 말은 21세기판 쇄국정책에 다름 아니다. 국가가 시장참여자들을 보호하고 거래질서를 확립하는 데에 나서야 암호화폐 시장과 기술이 건전하게 발전할 수 있을 것이다.

김윤우는 서울중앙지법·의정부지법 판사, 아시아신탁 준법감시인을 역임했다. 지금은 법무법인 유준의 구성원 변호사이고, 중소기업진흥공단 법인회생 컨설턴트 등으로 활동 중이다.

<김윤우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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