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베트남 IT 인력 구하기 ‘하늘의 별 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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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한국에서는 IT 개발자의 연봉을 일괄적으로 800만~1000만원 인상하고 신입 연봉도 파격적으로 6000만원으로 올렸다고 해 화제다. 전 세계적으로 코로나19가 확산되면서 비대면이 상시화돼 개발자 수요가 급증한 것 때문이라지만 세계적으로 떠오르는 정보통신(IT) 아웃소싱 시장 베트남에서는 이런 흐름이 수년 전부터 감지됐다.

한국 정보통신산업진흥원(NIPA)은 KITS(Korea IT School)를 열고 소프트웨어 개발에 필요한 교육 사업을 지원하고 있다. / KITS 제공

한국 정보통신산업진흥원(NIPA)은 KITS(Korea IT School)를 열고 소프트웨어 개발에 필요한 교육 사업을 지원하고 있다. / KITS 제공

베트남 IT 개발자들은 저렴한 인건비에 비해 능력이 뛰어나 한국 기업들은 물론 해외 업체들도 IT 아웃소싱 시장으로 베트남에 대한 관심이 높다. 특히 일본 기업들이 베트남 IT 개발자들을 집중 고용하고 있는데 일본무역진흥기구(JETRO)에 따르면 2019년 일본에서 고용된 외국인 IT 개발자 국적 순위에서 베트남은 인도에 이어 2위를 차지했다. 점유율은 21%에 달한다.

한국·일본·미국, 인력 확보 뛰어들어

미국 실리콘밸리에서도 베트남계 IT 전문인력들의 비중이 늘어나고 있다. 미국 거주 아시안을 위한 언론매체 AsAmNEWS(Asian Americans NEWS)가 미국 통계청 자료를 인용해 보도한 ‘학사학위 이상의 해외 출신 실리콘밸리 기술직’ 현황을 보면 인도 출신이 26%로 1위, 중국 출신이 14% 2위다. 격차는 크지만 베트남계와 대만계가 3% 비중으로 공동 3위에 올라있다. 한국은 4위를 차지했다. 2017년도 자료이니 트럼프 집권 기간 미중 무역 갈등으로 ‘중국계 개발자들이 미국을 많이 떠나고 한국과 베트남계 IT 전문인력이 빈자리를 채워 비중은 더욱 높아졌을 것으로 보인다.

베트남 현지에서 IT 개발자를 확보하려는 외국 기업들의 보다 적극적인 행보도 눈에 띈다. 2019년 인도 3대 IT 업체이자 세계 5대 IT 아웃소싱 기업인 HINDUSTAN Computers가 6억5000만달러(약 7350억원)를 투자하고 2025년까지 1만명의 IT 개발자를 채용하겠다며 IT센터 건립에 나섰다. 한국 기업들도 베트남 IT 인재 확보에 가세했다. 네이버는 2020년 7월 베트남 카이스트라 불리는 하노이 공과대학과 8월에는 정보통신부 산하의 우정통신기술대학과 연달아 IT 인재양성 산학 협력을 체결하며 우수 인력 확보에 노력하고 있다.

NIPA의 KITS / KITS 제공

NIPA의 KITS / KITS 제공

한국 정부도 적극 지원하고 있는데 정보통신산업진흥원(NIPA)은 2019년 호찌민에, 2020년에는 하노이에 삼성과 함께 KITS(Korea IT School)를 열고 소프트웨어 개발에 필요한 교육 사업을 지원하고 인력 양성에 나서고 있다.

베트남에서 IT 관련 구인구직 정보를 제공하며 매년 베트남 IT업계 현황을 정리해 리포트를 발간하는 TopDEV의 2020년 리포트에 따르면 베트남에는 40만명의 IT 개발자가 있고, 매년 5만명의 IT 관련 전공자들이 배출되고 있다고 한다. 지난 5년간 베트남 IT업계 채용통계를 살펴보았을 때 2015년 1만2000여명을 채용하던 것이 이후 매년 50% 내외로 성장하더니 2019년에는 6만3000여명을 채용했다. 2020년 통계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으나 60% 이상 성장한 것으로 업계에서 보고 있다.

해외 기업들의 아웃소싱을 위한 인력 수요뿐만 아니라 베트남 국가 차원에서 정보통신기술산업을 국가 혁신 사업으로 선정하고 대대적인 지원을 하고 있어 IT 전문인력이 한없이 부족한 상황이다. 주요 사업은 핀테크, 스마트시티, 5G 이동통신이다. 베트남 정부는 비현금 사용률을 2020년까지 90%까지 끌어올려 현금 없는 사회를 만들겠다는 목표가 있었다. 2025년까지 핀테크, 전자결제 사업 활성화를 연장하며 그 목표를 이어가고 있다.

영어 공부하며 실리콘밸리 진출 꿈꿔

세계 15대 통신사이자 베트남 군이 운영하고 있는 비엣텔(Viettel)은 5G 네크워크 구축을 마무리 짓고 있다. 사회가 빠르게 발전하고 보험, 금융업이 폭발적으로 성장하면서 금융 보안, 데이터베이스 등 다양한 솔루션에서 IT 전문인력 수요가 시급한데다 베트남 젊은 IT 인재들의 창업 열풍에 따른 스타트업 수요까지 더해져 IT 전문인력 구하기가 하늘의 별 따기다.

[우리가 모르는 베트남](8)베트남 IT 인력 구하기 ‘하늘의 별 따기’

이에 베트남에 진출한 한국 IT 기업들도 인력 수급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근무한 지 1년도 안 된 개발자가 이직하기 위해 퇴사하는 일이 다반사라고 한다. 베트남 호찌민에서 앱 개발을 하는 한 한국 업체 대표에 따르면 개발자 채용 면접을 진행하면 10명 중에 1~2명이 면접을 참석하고 그 외에는 불참하는데 그 이유를 들어보면 면접을 기다리는 사이에 더 좋은 조건으로 다른 회사에 채용됐다 할 정도라고 한다.

한국에서 화제인 IT 개발자들의 연봉만큼은 아니지만 베트남에서도 IT 개발자들의 인건비가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다. 베트남 도시 근로자들의 평균 급여가 324달러인데 신입 IT 개발자들의 급여와 비슷하다. 4~5년차 급여는 우리 돈으로 120만원인데 일반 소비·제조 업체에서는 10년차 이상 매니저 직급 중에서도 드물게 받는 급여이다.

여기에서 눈여겨볼 부분은 IT 개발자 중 3년차 미만이 전체 베트남 개발자 중 53.6%로 절반이 넘고 7년차 이하까지 범위를 넓히면 79.4%에 달한다는 점이다. 이들은 나이로는 30세 미만의 Z세대들이다. 경력이 부족해 실력이 부족한 개발자들이 많지만, 생각이 남다른 베트남 IT 개발자들은 영어 공부를 하며 미국 실리콘밸리 진출을 꿈꾸고 있다. 젊고 패기 넘치는 베트남 IT 전문가들이 베트남 미래를 얼마나 변화시킬지 기대된다.

유영국은 아모레퍼시픽과 NICE 그룹에서 근무하면서 베트남에서 10년째 화장품 업계에서 일하고 있다. MBC 라디오 <이진우의 손에 잡히는 경제> 등에서 베트남 경제 이야기를 나누기도 했다.

<유영국 「왜 베트남 시장인가」의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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