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도립미술관 개관전 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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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라남도의 대표적인 공공미술관으로서 앞으로 185만 전남도민들의 미술 중심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되는 전남도립미술관의 개관전 <산을 등지고 물을 바라보다>가 3월 23일 막을 올렸다. 2015년 미술관부지 선정 후 6년 만에 광양시의 옛 광양역사부지에 지상 3층, 지하 1층 규모로 건립된 전남도립미술관은 이번 개관전에서 총 3개의 전시 섹션을 선보인다. 모두 전통과 미래의 관계 그리고 지역과 국제적 관점의 관계에 대한 고민이 잘 드러난 전시라 할 수 있다. 한국 전통회화의 거두인 남농 허건과 의재 허백련의 2인전 <의재와 남농: 거장의 길>부터 시작하는 전시는 김선두에서 황인기에 이르는 후배세대의 작업으로 구성된 <현대와 전통, 가로지르다>로 이어진다. 본 개관전의 2부라 할 수 있는 이 섹션에서는 허건과 허백련의 후손이기도 한 허련과 허달재의 작업을 통해 한국 전통회화의 맥이 어떻게 계승되고 변화하고 있는지를 확인해볼 수 있다. 나아가 이이남이나 황인기 등의 후배들이 선배들의 작업을 어떻게 오마주하고 현대적으로 재해석했는지를 같은 자리에서 확인해볼 수 있는 좋은 기회다.

전남도립미술관(위) 개관전에서 전시 중인 김선두 작가의 작품 ‘느린 풍경’ / 필자 제공

전남도립미술관(위) 개관전에서 전시 중인 김선두 작가의 작품 ‘느린 풍경’ / 필자 제공

예를 들어 구스타프 클림트의 ‘키스’나 겸재 정선의 ‘금강전도’와 같은 동서양 거장들의 명화를 재해석해 미디어아트로 새로운 숨결을 불어넣은 이이남은 이번 전시에서 의재 허백련의 산수화인 ‘산수팔곡병풍’(1960년대)을 재해석한 대형 미디어아트 작품을 선보이고 있다. 이이남의 작품들은 영상의 자극에 익숙한 유튜브 세대들에게 소치 허련에서 허백련으로 이어지는 남종화의 멋을 미디어아트라는 장르를 통해 전하는 효과적인 소통 채널이기도 하다.

프랑스의 작가 로랑 그라소의 개인전 <미래가 된 역사>는 별도의 독립된 섹션으로 구성돼 있다. 입구 역할을 하는 전시실에서 이어지는 3개의 전시실은 3점의 대형 영상작업을 중심으로 회화·조각 작품들이 함께 전시되고 있는데, 이들 전시실 모두 관객의 발걸음을 오랫동안 잡아두는 매력이 있다. 특히 원주민 유적지를 드론을 통해 촬영한 영상작업인 ‘오토’나 조선시대 화가인 윤두서와 정선의 작품을 재해석한 회화작업 ‘과거에 대한 고찰’은 한국 산수화를 비롯한 전통회화를 교과서를 통한 익숙함, 그리고 전통에 대한 존중의 대상으로만 대하곤 하는 우리의 시각에서 벗어나 다른 문화의 시선에서 우리의 전통과 산하를 바라볼 수 있다.

한편 전남도립미술관 개관에 맞춰 옛 광양역사 창고건물을 리모델링한 복합문화공간 광양예술창고 또한 23일 운영을 시작했다. 지역문화예술 네트워크 활성화에 초점을 맞춘 체험형 문화예술 프로그램들이 운영될 예정이다. 전시·공연 등도 문화예술 콘텐츠 공간에서 열린다. 8K 해상도의 빔프로젝터 8대가 설치된 미디어아트 전용 전시장도 운영을 시작했는데, 국내 최대 영상(둘레 56m, 높이 4m, 상영면적 226㎡) 송출이 가능하다고 한다.

<정필주 문화예술기획자·예문공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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