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업이익도 모르고 주식투자를 한다고?
  • 인쇄
  • |
  • 목록
  • |
  • 복사하기
  • 페이스북
  • 트위터
  • 밴드

동네 친한 동생이 이번에 주식투자를 하게 됐다고 했습니다. 자연스럽게 대화가 투자한 회사 이야기로 넘어갔는데 사업 분야나 내년 전망은 이렇다는 등 엄청 자랑했습니다. 너무 확신에 차 있길래 물었습니다. “그 회사 작년 영업이익은 많이 났어?” 어처구니없게도 투자한 회사가 이익이 나는지, 왜 지금은 적자(돈을 못 버는지)인지 정확히 모르고 있었습니다.

코스피 지수가 하락세를 보였던 지난 3월 4일 서울 광화문 교보문고 주식 서적 코너가 한산한 모습이다. / 연합뉴스

코스피 지수가 하락세를 보였던 지난 3월 4일 서울 광화문 교보문고 주식 서적 코너가 한산한 모습이다. / 연합뉴스

처음 주식투자를 시작할 때는 급등하는 종목 회사에 눈길이 갑니다. 일명 성장주·테마주를 선호합니다. 대개 그런 종목들은 아직 사업 초기라 이익을 내지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가능성이 높은 기업은 원래 적자인 경우가 많다고 오해할 수 있습니다. 그렇지 않습니다. 2019년 결산 기준으로 코스닥 상장 기업(946사) 중 약 63%가 흑자이고, 대기업 중심인 코스피는 70%가 흑자입니다. 적자보다 꾸준히 이익을 내는 기업이 더 많습니다. 물론 영업이익이 흑자라고 해서 주가가 좋다는 보장은 없습니다. 하지만 초보 주식투자자라면, 또한 아직 종목에 대한 안목이 부족하다고 스스로 느낀다면 굳이 적자 나는 회사를 고를 필요가 있을까요?

경영실적을 알 수 있는 손익계산서

1~2번 경험 삼아 주식투자를 할 게 아니라면 회사 이익 숫자를 재무제표로 직접 확인할 줄 알아야 합니다. 재무제표 손익계산서는 영업이익과 그 외 회사의 이익을 보여주는 보고서입니다. 손익계산서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서 찾아볼 수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최소한 당기순이익과 영업이익은 무슨 차이가 있는지 구분할 줄 알아야 합니다.

손익계산서는 회사의 경영실적을 알 수 있는 가장 공식적인 자료입니다. 손익계산서에는 영업이익만 적혀 있지 않습니다. 손익계산서에는 매출액, 매출원가, 매출총이익, 판매관리비, 영업이익, 당기순이익 등이 표 위에서 아래로 순서대로 나열돼 있습니다. 재무제표 이름이 한자로는 덜 손(損)과 더할 익(益)의 ‘계산서’이지만 정확히는 비용과 이익의 계산서입니다. 매출액부터 마지막 당기순이익까지 지난 1년간 회사가 판 서비스와 제품 총량에서 각종 비용을 빼고, 빼서 얼마의 이익이 남았는지를 보여줍니다.

이익을 착착 계산도 해주지만 손익계산서는 회사가 어떻게 이익을 만들고 있는지도 바로 확인시켜 줍니다. 삼성전자의 2020년 손익계산서를 예로 들면 “삼성전자가 236조8070억원의 서비스와 제품을 팔았으며, 그걸 만드는 데 144조4883억원의 원가와 56조3248억원의 판매관리비 비용을 사용했습니다. 그래서 지난 1년 35조9939억원 영업이익을 기록하고, 최종적으로 회사는 26조4078억원의 당기순이익을 챙겼습니다”라는 사실을 보는 즉시 읽어낼 수 있습니다.

손익계산서를 읽기만 해도 그 회사의 이익에 관련된 다양한 관점을 얻을 수 있습니다. 회사 영업이익은 오로지 제품과 서비스의 판매량 증가로만 발생하지 않습니다. 어떤 회사는 그 해에 회사 제조공정의 원가를 절감해 이익을 낼 수 있으며, 이듬해에는 판매관리비 마케팅 비용을 줄여 이익을 낼 수 있습니다. 매년 10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해도 이유는 각각 달라질 수 있습니다. 투자자는 같은 숫자 10억원의 이익을 확인하는 데 생각을 멈추지 말고, 앞으로 펼쳐질 그림이 다르다는 점에 주목해야 합니다.

㈜이엔에프테크놀로지 손익계산서를 예로 들겠습니다. 재무제표는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쓰여집니다. 제20기 2019년 이엔에프테크놀로지의 매출액은 최근 3년간 늘고 있습니다. 영업이익도 596억원으로 증가 추세입니다. 매출액이 늘어 이익이 난 걸까요? 매출액 증가도 한몫했겠지만, 영업이익률이 8%에서 12%로 4%포인트 올라간 것은 오롯이 매출원가 절감에서 나왔습니다. 이엔에프테크놀로지 손익계산서는 제품, 상품, 용역으로 숫자를 구분해 두었습니다. 매출액 중에 제품의 비중이 80%입니다. 원가율은 제품이 5% 절감, 상품이 6% 절감 비슷합니다만, 비중을 따지면 제품 제조에 있어 효율성을 높인 것이 이익 상승에 영향을 주었습니다. 이엔에프테크놀로지가 앞으로도 더 많은 원가절감을 할 수 있을까요? 매출액이 상승할 계획이 있다면 12% 이익률에 따라 이익은 얼마로 예측할 수 있을까요? 손익계산서만 제대로 읽어도 조목조목 회사의 미래실적을 따져 볼 수 있습니다.

손익계산서를 구조적으로 보자

손익계산서는 수만가지 경영활동이 발생했더라도 ‘이익’ 중심으로 회사를 가장 단순화시켜 표현한 표입니다. 구조적으로 봤을 때는 상단 부분은 정관상 지정된 본연의 사업에 대해 하단 부분은 그 외 고려해야 할 기타 사항과 세금을 반영한 이익을 기술하고 있습니다. 회사는 매출액이 증가해 원가절감으로, 판매관리비를 통해 이익이 나기도 하지만, 금융투자와 주력사업 외 일시적인 수입으로 이익을 낼 수도 있습니다. 심지어 세금을 줄여 기대 이상의 수익이 날 수 있습니다. 상단과 하단의 경계를 반영해 나누어지는 이익이 바로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입니다.

사전적인 뜻대로 보면 당기순이익은 해당연도의 최종 이익으로 회사가 가져가는 순이익의 개념입니다. 그리고 영업이익은 사업의 영업활동에 관한 이익입니다. 당기순이익에는 기타 이익과 세금의 영향이 다 제거돼 계산됩니다. 투자하는 입장에서는 어느 숫자가 더 중요한 이익 수치일까요? 헷갈리는 질문이죠? 흔들리지 마십시오. “둘 다” 입니다. 다만 해석할 때 느낌적으로 다르게 받아들일 수 있어야 합니다. 영업이익이 많아지면 ‘아! 이 회사가 실제 사업에서 잘 벌고 있구나’, 당기순이익이 급증하면, ‘오라, 이 회사가 쏠쏠하게 챙겨갔구나’라고 말입니다.

구조적으로 손익계산서를 보라는 건 숫자 변화를 주의해 보란 뜻입니다. 보통 영업이익이 당기순이익보다 20% 정도 커야 합니다. 매출 규모가 큰 회사의 법인세 세율이 20% 정도이니까요. 100억원의 영업이익을 냈다면 80억원 당기순이익이 찍혀야 합니다. 그게 평균적입니다. 그러지 않은 경우에는 ‘왜’ ‘무엇 때문에’ 이런 의문을 가지고 원인을 파악하는 정도가 돼야 합니다. 그렇지 않는다면 동네 동생에게 했던 말처럼 ‘주식투자 하지 말자’를 권합니다.

삼성전자(위)와 이엔에프테크놀로지 손익계산서

금융감독원 전자공시

금융감독원 전자공시

<이승환 재무제표 읽어주는 남자>

재무제표로 본 기업의 속살바로가기

이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