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이머징 마켓에 대한 규제 및 정책 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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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셋째 주, 인도 정부가 새로 구상하고 있는 전자상거래 정책 초안이 알려지며 반기업적 정책이라는 비난이 나왔습니다. 외국인 직접투자(FDI)가 이뤄진 전자상거래 플랫폼의 경우 관련 기업들과 협력관계 등에 있는 특수관계자에게 투자 제한 범위를 확대한다고 했기 때문입니다. 업계에서는 정부가 사업관계에 대한 정의를 변경하는 것이 사업환경을 악화시킨다며 부정적으로 바라봤습니다. 물론 인도 정부는 초안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다는 반응을 보였습니다. 이러한 전자상거래 규제 강화는 한국 이마트와 같은 빅바자르(Big Bazzar) 유통망을 보유한 거대 소매유통그룹인 퓨처그룹(Future Group)이 자사의 소매사업, 물류, 물류창고 부문 자산을 릴라이언스에 매각하기로 하면서 촉발됐다고 볼 수 있습니다.

키라나(Kirana)라고 불리는 소상공인들의 모습 / 한유진 제공

키라나(Kirana)라고 불리는 소상공인들의 모습 / 한유진 제공

지난해부터 전자상거래 사업을 본격적으로 확대하기로 했던 릴라이언스를 견제하기 위해 아마존은 2019년에 퓨처그룹의 비상장회사 퓨처 리테일(Future Retail)의 지분 49%를 인수했고, 3~5년간 우선매수청구권을 갖는다는 계약을 했습니다. 코로나19로 인한 매출 급감 등 자금의 압박이 심해진 퓨처그룹은 릴라이언스에 자산을 매각하기로 했는데 아마존은 이에 맞서 싱가포르 법원에 소송을 제기한 것입니다.

드러난 아마존의 비밀계약

문제는 아마존이 퓨처그룹과 맺은 것이 비밀계약이었습니다. 아마존 내부 규정상 외부로 공개하지 않았는데 아마존이 퓨처그룹 지분을 갖고 있다는 사실이 릴라이언스에 자산을 매각하는 사건을 계기로 드러난 것입니다. 하지만 기업 간의 법정 분쟁만으로 정부가 규제를 강화하기에는 타당성이 부족합니다. 그러던 중 2021년 2월 17일 로이터에서 아마존 인디아가 인도 전자상거래 규정을 피하기 위해 내부적으로 비밀전략을 세워 운영해 왔다는 폭로 문건이 보도됐습니다. 이를 계기로 아마존의 미국 본사와 싱가포르 법인 그리고 특수거래관계로 얽힌 인도 현지 기업들의 지분구조가 드러났고, 아마존 판매수익의 35%가 사실상 아마존의 간접지분을 보유한 판매자에게 있다는 사실 등이 밝혀졌습니다. 8000만 소매상을 대표하는 전인도무역상연합(CAIT)은 상무부 장관에게 아마존 인디아의 운영금지를 촉구하는 항의서를 내기에 이르렀습니다.

인도의 소매산업에 대한 FDI 정책은 2006년에 처음 도입됐습니다. 외국인의 순수 소매업 부분에 대한 100% 투자는 허용되지 않고, 특정 브랜드의 상품에만 FDI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특히 전자상거래는 기업 간 전자상거래(B2B) 형태로만 활동을 국한하고 있는데, 2020년 인도 정부는 코로나19로 인해 타격을 입은 경제를 회복하기 위해 멀티브랜드 소매사업에 대한 FDI를 최대 51%까지 허용하기로 했습니다.

퓨처그룹을 두고 대립하고 있는 아마존과 릴라이언스 / The News Minute

퓨처그룹을 두고 대립하고 있는 아마존과 릴라이언스 / The News Minute

기존 정책에 따르면, 아마존과 같이 여러 브랜드를 판매하는 플랫폼을 운영하는 소비자에 직접 판매하는 소매사업을 할 수 없습니다. 그런데 아마존의 간접지분을 소유한 2명의 회사가 각각 아마존에서 판매자 소매거래를 했고, 이로 인한 판매수익이 아마존 인디아 전체의 35%에 달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판매쏠림 역시 심각했습니다. 40만명이라는 인도 판매자를 위한 온라인 플랫폼이라고 홍보해왔던 것이 무색하게 33명이 총매출액의 3분의 1을 차지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정부의 규제 강화의 또 다른 이면에는 국가적으로 추진하는 자립 인도정책, 친여당기업인 릴라이언스에 대한 강력한 지지, 중소기업 및 소상공인과 같은 상인 계층이 다수의 유권자인 점 등이 작용했다고도 볼 수 있습니다. 코로나19로 인한 봉쇄령으로 막대한 피해를 본 키라나(Kirana)라고 불리는 소상공인들은 전자상거래 산업으로 더 큰 피해를 보고 있다면서 지속적으로 정부에 규제 조치를 해달라고 호소했습니다.

아마존 설립자 제프 베조스, 퓨처그룹 대표 키쇼르 비야니, 릴라이언스 대표 무케쉬 암바니(왼쪽부터) / Live Law

아마존 설립자 제프 베조스, 퓨처그룹 대표 키쇼르 비야니, 릴라이언스 대표 무케쉬 암바니(왼쪽부터) / Live Law

소매상인들의 반발 무시 못 해

지난해 삼성전자 스마트폰 판매가 호조를 나타낼 때 삼성 매장에서 갤럭시 노트20 구매 시 160만원 상당의 상품권을 배포했습니다, 이를 두고 전인도모바일소매상연합(AIMRA)이 항의한 사건도 있었습니다.

인도의 소매상인들은 온라인 판매가 자신의 생계를 위협하는 첫 번째 요인으로 꼽고 있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기존의 인도 대륙을 연결하는 물류 흐름은 며칠씩 걸리기 일쑤라 대부분 지역에서 생산되는 물품을 우선 판매했습니다. 인도는 생산-도매-중개인-지역 도매-중개인-중간 소매상-작은 소매상과 같은 여러 단계를 거치는 복잡하고 촘촘한 유통구조를 가지고 있습니다. 그리고 단계별로 연결된 물류업자들을 비롯한 하역작업자 및 기타 관계자를 포함하면 여러 점으로 이루어진 그물망과 같습니다.

인도 소비자들은 지금까지 직접 보고 확인하고 사는 소비특성을 갖고 있었지만, 코로나19로 인한 봉쇄령은 이 소비패턴을 많이 바꿔놓았습니다. 판매자들 역시 소비자의 이런 특성을 감안해 변화하고 있습니다. 몇 번을 입어보고 안 되면 근처 테일러(재단·재봉사)에게 가 맞춤형으로 바꾸기까지 하는 그들을 위해 가상의 캐릭터를 자기 체형에 맞게 설정해 고른 옷을 입혀보게 하는 프로그램을 구동시키며 소비자를 온라인으로 유입시키는 것이 한 예입니다.

코로나19가 바꿔놓은 시대의 흐름 속에서 급변하고 있는 인도 전자상거래 시장, 한쪽으로는 FDI를 확대하며 인도에 투자하라는 정부지만 그 안에서 수많은 자국기업과 국민을 보호해야 하는 인도 정부는 규제 강화 정책을 내놓을 예정입니다. 예부터 상인이 많았던 주요 지역 중인 마하라슈트라에는 하나를 내주고 셋을 얻으라는 속담이 있습니다. 인도 정부의 정책 변화를 보며 기업들은 또 어떤 전략을 갖고 대응할지 기대됩니다.

한유진은 화학산업 컨설턴트로 일하다 삶의 전환점을 인도에서 찾게 된 것을 계기로 2009년부터 인도 뭄바이에서 살았다. 인도의 문화와 산업을 비즈니스와 통합하는 큐레이팅 스타트업 회사를 운영하며 현재는 국내에 머물고 있다.

<한유진 스타라진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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