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발표한 국토교통부의 ‘공공주도 3080+’ 방안에서 ‘적정주택(Affordable Housing)’이라는 부동산학상 개념이 언급됐다. 이와 관련해 ‘적정성 격차(Affordability Gap)’를 소개하자면, ‘평균적인 가구가 주거비용으로 감당할 수 있는 비용’과 ‘시장에서의 중간값’과의 격차를 말한다. 매매가격을 기준으로 할 때는 ‘주택구매 적정성 격차(Home Purchase Affordability Gap)’, 임대료를 기준으로 할 때는 ‘주택임대 적정성 격차(Rent Affordability Gap)’ 등으로 쓰인다. 외국에서 이 개념은 공공주택의 가격과 임대료를 책정할 때, 또는 주택 보조금 액수를 결정할 때 중요한 기능을 한다. 즉 소득과 주거비용 사이의 격차가 지나치게 벌어지지 않도록 하는 것이다. 가령 싱가포르는 공공주택 분양가를 수요자의 소득수준 등을 고려해 정하고, 공공임대의 임대료도 소득수준에 따라 할인해준다.
![[김윤우의 유쾌한 반란]새 서울시장에게 바란다](https://img.khan.co.kr/newsmaker/1419/1419_57.jpg)
반면 서울시의 장기전세주택 정책은 정반대다. 장기전세주택의 전세금은 시세의 80%이다. 전세 시세가 가파르게 오르면 장기전세주택의 전세금도 가파르게 오르는 구조다. 그런데 청약자격에 소득기준을 두었다. 가구당 월평균 소득의 100%다. 이런 구조에서 소득이 전세 시세만큼 오르지 않다 보니 소득과 전세금(임대료)의 격차는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
이에 서울시의회는 매년 공실이 지나치게 많이 발생한다고 비판해왔다. 즉 공공임대 목적으로 재건축조합으로부터 취득한 아파트가 공실로 놀고 있다는 것이다. 서울 최대 임대업자 중 하나가 수백, 수천 가구씩을 공실로 놀리면서 공급 부족 현상을 방관하고 있다는 것이다.
공실을 줄이기 위해 서울시가 취한 조치는 청약자격인 소득기준을 올리는 것이다. 서울시는 2019년 2월 28일 한시적으로 소득기준을 가구당 월 평균소득의 150%로 올렸다. 150%로 올린 후의 효과를 서울시에 문의해보니, 의원의 질문이 아니라서인지, 그런 통계가 없다는 어이없는 답이 돌아왔다.
서울시는 2020년 12월 소득기준을 유지한 채 5586가구를 공급하고, 만일 공실이 발생하면 소득기준을 풀고 공급할 예정이라고 한다. 서울시의 이런 정책은 재정문제 때문일까? 하지만 서울시가 재건축조합으로부터 60㎡ 이하의 주택을 취득할 때 표준건축비만 지급하고 토지는 기부채납을 받기 때문에 시세 또는 분양가의 80%보다 더 저렴하게 취득할 것이라고 어렵지 않게 짐작할 수 있다. 또 장기전세주택을 관리하는 SH공사는 보증금을 회계상 부채로 인식하기 때문에 보증금을 많이 받으면 부채비율이 오른다. 부채비율이 오르면 다른 사업을 추진하기도 어려워진다.
그런데도 서울시는 왜 시세의 80%를 고집하는 것일까? 서울시는 그동안 ‘전세금이 주변 시세를 교란할 정도로 낮아서는 안 된다’고 설명해왔다. 서울시의 설명에 의문이 들었다. 서울시는 자신을 민간임대업자의 보조자로 인식하는 것일까? 공공주택의 가치는 민영주택 시장의 대안시장을 제공하는 것 아닌가? 공공주택이 주변시세를 ‘교란’하지 않는다면 공공주택이 가진 존재 이유는 무엇일까?
서울시가 태도를 바꾸지 않는다면 공공임대주택이 아무리 많아도 공실만 증가할 뿐 공급 부족 문제는 해결하지 못할 것이다. 새 서울시장이 취임하면 공공주택 정책에 ‘Affordability Gap’이 고려되기를 시민의 한 사람으로서 소망한다. 그리고 새 서울시장이 ‘장기전세주택 청약률과 계약률 통계가 없다’고 답변하는 수준에 머물러 있는 서울시의 대시민 서비스도 개선되기를 희망한다.
<김윤우 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