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서울시장에게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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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발표한 국토교통부의 ‘공공주도 3080+’ 방안에서 ‘적정주택(Affordable Housing)’이라는 부동산학상 개념이 언급됐다. 이와 관련해 ‘적정성 격차(Affordability Gap)’를 소개하자면, ‘평균적인 가구가 주거비용으로 감당할 수 있는 비용’과 ‘시장에서의 중간값’과의 격차를 말한다. 매매가격을 기준으로 할 때는 ‘주택구매 적정성 격차(Home Purchase Affordability Gap)’, 임대료를 기준으로 할 때는 ‘주택임대 적정성 격차(Rent Affordability Gap)’ 등으로 쓰인다. 외국에서 이 개념은 공공주택의 가격과 임대료를 책정할 때, 또는 주택 보조금 액수를 결정할 때 중요한 기능을 한다. 즉 소득과 주거비용 사이의 격차가 지나치게 벌어지지 않도록 하는 것이다. 가령 싱가포르는 공공주택 분양가를 수요자의 소득수준 등을 고려해 정하고, 공공임대의 임대료도 소득수준에 따라 할인해준다.

[김윤우의 유쾌한 반란]새 서울시장에게 바란다

반면 서울시의 장기전세주택 정책은 정반대다. 장기전세주택의 전세금은 시세의 80%이다. 전세 시세가 가파르게 오르면 장기전세주택의 전세금도 가파르게 오르는 구조다. 그런데 청약자격에 소득기준을 두었다. 가구당 월평균 소득의 100%다. 이런 구조에서 소득이 전세 시세만큼 오르지 않다 보니 소득과 전세금(임대료)의 격차는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

이에 서울시의회는 매년 공실이 지나치게 많이 발생한다고 비판해왔다. 즉 공공임대 목적으로 재건축조합으로부터 취득한 아파트가 공실로 놀고 있다는 것이다. 서울 최대 임대업자 중 하나가 수백, 수천 가구씩을 공실로 놀리면서 공급 부족 현상을 방관하고 있다는 것이다.

공실을 줄이기 위해 서울시가 취한 조치는 청약자격인 소득기준을 올리는 것이다. 서울시는 2019년 2월 28일 한시적으로 소득기준을 가구당 월 평균소득의 150%로 올렸다. 150%로 올린 후의 효과를 서울시에 문의해보니, 의원의 질문이 아니라서인지, 그런 통계가 없다는 어이없는 답이 돌아왔다.

서울시는 2020년 12월 소득기준을 유지한 채 5586가구를 공급하고, 만일 공실이 발생하면 소득기준을 풀고 공급할 예정이라고 한다. 서울시의 이런 정책은 재정문제 때문일까? 하지만 서울시가 재건축조합으로부터 60㎡ 이하의 주택을 취득할 때 표준건축비만 지급하고 토지는 기부채납을 받기 때문에 시세 또는 분양가의 80%보다 더 저렴하게 취득할 것이라고 어렵지 않게 짐작할 수 있다. 또 장기전세주택을 관리하는 SH공사는 보증금을 회계상 부채로 인식하기 때문에 보증금을 많이 받으면 부채비율이 오른다. 부채비율이 오르면 다른 사업을 추진하기도 어려워진다.

그런데도 서울시는 왜 시세의 80%를 고집하는 것일까? 서울시는 그동안 ‘전세금이 주변 시세를 교란할 정도로 낮아서는 안 된다’고 설명해왔다. 서울시의 설명에 의문이 들었다. 서울시는 자신을 민간임대업자의 보조자로 인식하는 것일까? 공공주택의 가치는 민영주택 시장의 대안시장을 제공하는 것 아닌가? 공공주택이 주변시세를 ‘교란’하지 않는다면 공공주택이 가진 존재 이유는 무엇일까?

서울시가 태도를 바꾸지 않는다면 공공임대주택이 아무리 많아도 공실만 증가할 뿐 공급 부족 문제는 해결하지 못할 것이다. 새 서울시장이 취임하면 공공주택 정책에 ‘Affordability Gap’이 고려되기를 시민의 한 사람으로서 소망한다. 그리고 새 서울시장이 ‘장기전세주택 청약률과 계약률 통계가 없다’고 답변하는 수준에 머물러 있는 서울시의 대시민 서비스도 개선되기를 희망한다.

김윤우는 서울중앙지법·의정부지법 판사, 아시아신탁 준법감시인을 역임했다. 지금은 법무법인 유준의 구성원 변호사이고, 중소기업진흥공단 법인회생 컨설턴트 등으로 활동 중이다.

<김윤우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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