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계곡을 울리는 얼음의 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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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태겸의 풍경](8)계곡을 울리는 얼음의 소리

경남 합천 해인사에 들렀다면, 꼭 걸어볼 길이 있다. 2011년 대장경 천년 세계문화축전을 맞아 복원한 홍류동 계곡의 옛길이다. 소리길이라는 명칭이 붙은 것은 계곡이 가진 생명력 때문이다. 물 흐르는 소리가 끊임없이 이어지고, 그 위로 새들이 지저귀는 소리며 바람에 흔들리는 나뭇가지 소리 같은 게 귀를 즐겁게 한다.

소리길의 길이는 총 7.3㎦, 4개의 구간으로 나뉜다. 가장 아래 각사교부터 가장 위의 영산교와 해인사 구간까지 이어지는데 그중 백미는 홍류동이다. 이름에서도 느껴지듯 이 계곡이 가장 아름다운 계절은 가을이다. 아니, 가을이라고 알려져 있었다. 꼭 그렇지 않다는 걸 이 계절에 계곡이 온몸으로 알려준다.

길을 걷는 동안에는 다른 계절에 듣지 못했던 소리가 들린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 흐르며 얼음을 움직이는 소리다. 둔탁한 듯 “뚝”, 때로 청명하게 “쪼르륵”. 계곡의 겨울 소리는 걸음을 멈추고 소리에 집중하게 만든다. 그뿐인가. 다리 위에서 본 계곡물은 하얗게 얼어 있지만, 그 위에 여름에 볼 수 없었던 무늬를 그리고 있다. 인간의 손으로는 그릴 수 없는 아름다움이다. 그 아래에서 “쩡” 소리가 울린다.

<글·사진 정태겸 글 쓰고 사진 찍으며 여행하는 몽상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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