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예술로 채워진 섬 속의 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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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태겸의 풍경](6)예술로 채워진 섬 속의 섬

전남 고흥 거금도와 완도 금당도 사이의 작은 섬. 바다 위에 뜬 연(鳶)을 닮아 연홍도라고 부르는 이곳은 섬 전체가 지붕 없는 미술관이다.

섬은 초입부터 온갖 조형물이 눈길을 사로잡는다. 커다란 뿔소라가 뱃머리에서 보이고, 그 뒤로는 철사를 구부려 만든 듯한 조형물이 늘어서 있다. 마치 섬의 아이들이 강아지를 데리고 동네방네 뛰노는 듯한 모습. 들어서는 발걸음부터 기분이 좋다. 벽화도 많다. 그중에서도 반가운 건, ‘박치기왕’ 김일의 그림이다. 김일은 연홍도와 이웃한 거금도 출신이다.

해안선이라고 해봐야 4㎞ 정도다. 마음먹고 나서면 섬 한바퀴 둘러보는 건 금방이다. 그럼에도 시간을 오래 두고 걸었던 건 그만큼 이 섬에 볼거리가 많아서다. 이곳을 단장한 모든 재료는 바다 아래에서 건져올린 부표, 밧줄, 폐목, 철근 같은 폐자재다.

일본 나오시마가 예술의 무게감이 느껴지는 곳이었다면, 여기는 아기자기하고 정감 있는 풍경이다. 속 깊은 이 땅의 사람을 닮았달까. 자꾸만 이곳이 생각나고 그리워지는 건 아마도 그래서일 것이다.

<글·사진 정태겸 글 쓰고 사진 찍으며 여행하는 몽상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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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산의 역경루
오늘을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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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손찬은 중국 후한 말 북방민족들이 이름만 들어도 벌벌 떨 정도로 위세를 떨쳤던 화북의 군벌이다. 오늘날 베이징 근처 유주를 근거지로 세력을 키웠던 공손찬은 백마의종이라는 막강한 기병대를 중심으로 황건적과 만리장성 넘어 이민족들을 토벌하며 군세를 넓혀갔다. 탁월한 군사적 재능을 갖췄으나 성품이 포악했던 공손찬은 폭정을 일삼으며 민심을 크게 잃는다. 왕찬이 기록한 <한말영웅기(漢末英雄記)>에 의하면 공손찬은 자신의 얼굴을 똑바로 쳐다본다는 이유로 부하를 죽이는가 하면 유능한 관료들을 쫓아내고 점쟁이를 측근에 등용하는 등 막장 행각을 벌였다. 하루는 백성들 사이에서 덕망 높았던 관리 유우를 저자에 세워놓고 ‘네가 천자가 될 인물이라면 비가 내릴 것이다’라고 말한 뒤 비가 내리지 않자 그 자리에서 죽여버렸다. 분개한 수만의 유주 백성들은 유우의 아들과 합세해 공손찬을 공격했고, 라이벌 원소와 이민족들까지 연합해 공격하니 공손찬은 고립무원에 처한다. 사방이 포위된 공손찬은 기주 역현에 거대한 요새를 짓고 농성에 들어가니 이 요새가 역경성이다. 자신의 남은 전력을 요새 건설에 쏟아부은 공손찬은 “300만석의 양곡을 다 먹고 나면 천하정세가 달라질 것이다”라고 말하고 외부와 연락을 끊은 채 향락에 빠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