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디그라운드’ 독립영화의 허브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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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는 대중매체로서 ‘예술’과 ‘산업’의 속성을 동시에 띤다. 흔히 이 구도를 독립영화 vs 상업영화로 구분하기도 하지만 딱히 무 자르듯 나누긴 어렵다. 상업영화의 계산된 흥행공식은 금방 매너리즘에 빠져 답습으로 치닫곤 한다. 돈되는 검증된 경로로만 영화를 제작하기 때문이다. 2000년대 초반 영화계를 휩쓸던 조폭 코미디를 생각해보면 된다 . 천편일률적 상업영화에 흥미를 잃던 관객들에게 ‘웰메이드 영화’로 불리며 박찬욱·봉준호 등이 등장했던 시기다. 다양한 영화적 표현과 형식적 실험, 금기를 넘어선 사회적 소재 활용 같은 이들의 개성은 곧 독립영화의 특징이다.

‘인디그라운드’의 첫 번째 테마는 ‘노동’이다. / 인디그라운드 홈페이지

‘인디그라운드’의 첫 번째 테마는 ‘노동’이다. / 인디그라운드 홈페이지

그런데 독립영화를 안방에서 접할 방법은? 영화제나 전국에 드문드문 흩어진 독립예술영화 전용 극장을 발품 팔아가며 찾아다니지 않고는 힘든 일이다. 현재 가장 손쉽게 독립영화를 찾아볼 수 있는 방법은 ‘네이버 인디극장’, 그리고 매주 금요일에서 토요일로 넘어가는 심야 시간대 방영되는 KBS 독립영화관 코너에 불과하다. 독립영화 배급사이기도 한 ‘인디플러그’가 동명의 독립영화 전용 다운로드 사이트를 2010년부터 운영했으나 자리 잡지 못한 채 지난해 연말에 서비스를 중단한 상태다. 그리고 바통 터치하듯 ‘인디그라운드’가 출현했다.

‘인디그라운드’는 영화진흥위원회에서 설립하고 한국독립영화협회에서 운영하는 네트워크 허브로 스스로를 규정하고, 독립영화 관련 단위들의 교류와 지원을 지원하는 역할을 자임한다. 무엇보다 독립영화 작품들의 안정적 소개와 보급이 최우선 숙제가 될 것이다. 인디그라운드는 관련 과제로 ‘독립영화 라이브러리’ 1차 선정 작업을 거쳐 올해 1월에 그 리스트를 선보였다. 장편 20편, 단편 50편의 독립영화를 홈페이지에서 전편 온라인 스트리밍을 선공개했고, 2월부터 장르·분야별 테마로 2주 단위 프로그램을 소개해 자유 이용하는 방식이다.

첫 번째 테마는 ‘노동’으로, 5편을 선보인다. 특이점이라면 우리가 지금껏 노동영화 전형으로 생각해온 소재나 배경이 아니라는 점이다. 추천작 속에는 ‘정규직, 남성, 제조업, 노동조합’은 없다. 그 자리를 21세기 노동문제에서 대두된 장면들 ‘비정규직, 여성, 서비스와 가사노동, 개별화된 노동과 내부경쟁’의 풍경이 차지한다. 다큐와 드라마, 애니메이션을 통해 변화된 노동 현실을 확 와닿게 하는 조합이다. 그 어떤 논문보다 더 한국사회 노동문제 핵심에 대한 이해를 돕는 라인업이다.

인디그라운드의 독립영화 라이브러리는 적극적 추천과 안내 기능을 강조한 큐레이션 형태를 취한다. 해마다 등장하는 적지 않은 숫자의 독립영화들을 소개하기에는 장단이 명확한 방법이다. 코로나19 이전부터 독립영화 제작과 배급환경이 벽에 부딪혀 한계에 봉착했다는 우려가 커지는 상황에 구원투수로 등판한 인디그라운드의 독립영화 소개 시도가 한국사회 문화 다양성과 영화생태계 순환에 어떻게 족적을 남길 것인가 이후 행보가 궁금해진다.

<김상목 대구사회복지영화제 프로그래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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