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만에 인도를 여행하는 방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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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로 인해 해외여행이란 용어 자체가 아득하게만 느껴지는 요즈음, 유튜브 랜선 여행과 현지 가이드들의 강연 등 다양한 대체 프로그램이 여행에 목마른 사람들의 욕구를 대신하고 있다. 낯선 환경과 색다른 풍경, 이국적인 체험을 그리워하는 사람들에게 이런 프로그램은 잠시나마 아쉬움을 달래주는 작은 즐거움이라 할 수 있다. 이러한 연장선상에서 지금 대학로 연우소극장에서는 하룻저녁 만에 인도를 다녀올 수 있는 연극이 인기리에 상연 중이다. 벌써 10주년을 맞은 연우무대의 스테디셀러, <인디아 블로그> 10주년 기념공연이다.

연우무대 제공

연우무대 제공

박선희 연출의 <인디아 블로그>는 10년 전, 이른바 ‘여행연극’이란 장르를 새롭게 개척한 작품이다. 배우와 연출이 한달 넘게 직접 인도를 여행하면서 느낀 감정과 기억들을 아기자기한 에피소드로 엮어 만든 이 작품은 입소문만으로 연일 매진을 이어가며 놀라운 기록을 세웠고, 이후 <유럽 블로그>, <라틴아메리카 콰르텟>, <인사이드 히말라야> 등의 여행연극 시리즈를 이어가게 한 원동력이 되었다. 초연 10주년을 기념한 이번 무대에서는 김다흰, 박동욱, 전석호, 임승범 등 원년 멤버들이 총출동해 2주씩 릴레이로 공연을 이어가고 있다. 그동안 여러 차례 <인디아 블로그>를 공연하며 함께 성장해온 배우들이기에 극 중 인물과 작품에 대한 남다른 애정이 연기에서도 자연스레 드러난다.

<인디아 블로그>는 인도와 참 안 어울릴 것 같은 두 청년의 좌충우돌 인도 여행을 무대 위에 그려낸다. 비행기에서 우연히 만난 이들의 여행은 인도의 지중해라 불리는 디우와 흙성이 있는 자이살메르, 사막의 도시 쿠리를 거쳐 영혼을 지닌 모든 이의 정신적 고향이라는 바라나시에서 끝맺는다. 그 여정 속에서 두 친구는 잊고 살았던 소중한 기억을 새삼 확인하고, 삶의 새로운 전환점을 맞이하게 된다. 특별할 것 없는 소박한 이야기지만, 배우와 연출 스스로의 경험과 여행 기록을 바탕으로 만든 덕분에 매 장면이 솔직하면서도 생생하게 다가온다.

본격 여행연극을 표방하고 있는 <인디아 블로그>는 단순한 ‘관극’이 아니라 관객 스스로 느끼고 체험하는 무대를 지향한다. 그래서 공연 내내 배우들의 여정에 관객들도 함께 참여할 수 있도록 다양한 장치를 만들어놓았다. 90분간의 공연 동안 관객들은 마치 실제로 인도에 와 있는 듯한 착각에 사로잡힌다. 극장에 들어가는 순간 코끝을 간질이는 아로마 향과 무대 한구석을 가득 채운 화려한 인도의 의상과 장식품들, 인도의 전통 밀크티 짜이와 갠지스강에 띄우는 촛불 디아까지 인도의 감각을 오감으로 전하고자 하는 노력이 곳곳에 엿보인다. 사방이 꽉 막힌 소극장에서 지구 저편의 낯선 풍경과 새로운 문화를 만나고 느낄 수 있는 것, 이것이 바로 연극의 힘이고 상상의 힘이다. 2월 28일까지 연우소극장.

<김주연 연극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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