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포스트 코로나 시대 떠오르는 베트남
  • 인쇄
  • |
  • 목록
  • |
  • 복사하기
  • 페이스북
  • 트위터
  • 밴드

베트남이 코로나19 팬데믹 속에서 방역과 경제 성장이라는 두마리 토끼를 잡으며 도약을 하고 있다. 베트남 통계청에 따르면 2020년 베트남은 전년 대비 2.91% 성장을 기록하며 아세안 국가 중 유일하고 전 세계에서도 몇 안 되는 성장 국가가 됐다. 세계은행, 국제통화기금(IMF), 아시아개발은행과 같은 국제기구는 물론 S&P, 피치와 같은 글로벌 신용평가사, 각종 해외 은행들 모두 베트남의 향후 경제 성장 가능성을 매우 긍정적으로 바라보고 있다.

베트남 호찌민시 비텍스코 파이낸셜 타워 전경 / 유영국 제공

베트남 호찌민시 비텍스코 파이낸셜 타워 전경 / 유영국 제공

해당 기관들의 의견을 종합해보면 베트남은 코로나19 위기를 잘 관리했고, 성공적인 방역 덕분에 팬데믹 속에서 중국을 대신할 글로벌 수출 기지로서 역량을 보여주었으며, 정부가 적절하게 공공재정을 늘리며 위기관리 능력을 보여주었다. 이로 인해 외국인 투자자들이 안심하고 투자 활동을 지속적으로 이어갈 수 있게 되었다는 것이다.

방역과 경제 성장 두마리 토끼 잡아

특히 미중 갈등은 언제든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글로벌 생산기지 중국의 대안으로서 베트남의 위상은 더욱 강화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영국의 싱크탱크 경제경영연구센터(CEBR)는 2035년에는 ‘아시아의 네마리 용’이라 불리던 대만(21위)과 ‘아세안 최대 경제국가’인 태국(29위)을 누르고 베트남이 세계 19위의 경제국가가 될 것으로 전망했다.

‘난세에 영웅이 나온다’라는 말 그대로 전 세계적인 위기 속에서 베트남의 역량이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며 스타 탄생을 예고한 것이다. 게다가 절묘한 타이밍인 2020년 8월 베트남·유럽연합(EU) 자유무역협정(FTA)이 발효되고 관세 99%가 철폐되면서 중국을 대신할 글로벌 생산 거점 베트남의 매력은 더욱 높아졌다. 베트남의 주요 수출 품목인 휴대폰, 신발, 섬유의류의 수출 금액이 대폭 늘어날 것으로 보이는데, 대부분 베트남에 진출한 한국 기업들의 생산 물량이다.

베트남 기획 투자부에 따르면 베트남·EU FTA 발효로 2021년부터 2025년까지 5년간 베트남 국내총생산(GDP)은 총 4.6% 증가하고 EU 지역 수출 금액은 42.7% 증가할 것으로 예측됐다. 또 EU에서 탈퇴한 영국과 2020년 12월 31일 FTA도 성공적으로 체결해 브렉시트 리스크도 해결했다. 베트남 정부의 신속한 위기 대응 능력을 다시 한 번 보여준 것이다.

미국을 비롯한 유럽의 서구권 투자자들이 베트남 경제 전망을 밝게 보는 이유 중에는 베트남 정부에 대한 인식 전환이 있다. 서양뿐만 아니라 한국에서도 베트남 정부가 공산당 정권이다 보니 중국처럼 폐쇄적이고 배타적일 것이라는 선입견이 있었다. 하지만 이번 팬데믹에서 베트남 정부는 감염자 동선과 확진자 숫자, 대응 방안을 빠르게 전 국민에게 전달하며 성공적인 방역을 이루었다. 코로나19 확산 초창기 감염자 숫자를 조작하고 은폐했다는 의심을 받고 있는 중국 정부와는 확연히 다르다는 것을 분명히 보여준 계기가 되었고, 중국을 대체할 진정한 ‘포스트 차이나’ 국가로서의 모습을 전 세계에 각인시켜주었다.

[우리가 모르는 베트남](6)포스트 코로나 시대 떠오르는 베트남

지난 10년 동안 베트남은 ‘황금알을 낳는 시장’으로 평가받아 왔다. 특히 한국 기업들의 절대적인 사랑을 독차지하며 한국은 베트남 1위 투자국이 됐다. 코트라(KOTRA) 호찌민 무역관의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33년간 베트남에 투자한 국가들의 누적 투자금액 기준으로 상위 10위 국가 중 아시아 국가가 8개를 차지하고 있다.

이 통계는 해석하기에 따라서 내용이 다를 수 있는데 부정적인 측면에서 보면 그동안 베트남을 황금알을 낳는 시장으로 보아왔던 것은 ‘아시아 국가들만의 단편적인 생각’이었다. 하지만 긍정적으로 해석해본다면 미중 갈등의 최대 수혜국으로서 중국을 대신할 새로운 글로벌 생산 기지가 됐고, 팬데믹을 극복하고 EU와 FTA도 체결하며 본격적인 서양 투자금이 몰려든다면 성숙한 시장으로 거듭날 수밖에 없다는 결론에 도달하게 된다.

한국이 베트남 제1위의 투자국

미중 갈등과 코로나 팬데믹은 역설적으로 베트남 시장이 더욱 매력적인 투자처가 될 수밖에 없는 이유가 돼 버렸다. 미국과 유럽 자본이 베트남을 본격적으로 공략한다면 베트남 투자 1위의 한국 기업들은 어떻게 대응을 해야 할까. 우선 생산수출업체, 유능한 현지 직원의 소중함을 알아야 한다. 중국에서 베트남으로 생산기지를 이전하는 글로벌 기업들이 빠르게 늘어나고 있는데 베트남을 생산기지로 삼고 있는 한국 기업들은 인재 유출에 대응해야 한다. 유럽과 미국 기업들은 한국 기업에서 잘 훈련 받은 관리자급 직원들을 영입하려 할 것이다. 유능한 인재는 과감한 급여 인상과 인센티브를 내걸고 지켜야 한다.

한국 기업들은 유능한 현지 직원의 소중함을 간과하는 경우가 많다. 베트남 현지에서 근무하는 한국인 관리자들은 훌륭한 현지 직원의 소중함을 잘 알지만, 본사에서는 시스템에 의해 운영돼야 한다며 훌륭한 직원도 파격적인 급여 인상을 용납하지 않는다. 오랜 시간에 걸친 경험 속에 만들어진 현지인 인재들을 다시 육성하는 데는 많은 시간이 걸리고 그만큼 글로벌 기업과의 경쟁에서 어려움에 처하게 된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또 소비재 기업, 중산층 고객에 집중해야 한다. 베트남은 중국과 더불어 한류의 발생지이고 신흥국이다 보니 한국 제품이면 무조건 팔린다고 오판하는 기업들이 많다. 분명 베트남 사람들이 한국음식을 좋아하고 K-Pop, K-Movie와 같은 한국 콘텐츠를 좋아하지만, 한류의 인기가 판매를 보장해주지 않는다.

현지 소비자들에게 식상하거나 볼품없는 제품을 한국산이라는 이유만으로 팔려고 하면 부정적인 이미지만 쌓인다. 빠르게 증가하고 있는 베트남 중산층을 대상으로 보편적인 감성과 감각적인 디자인, 매력적인 품질로 시장을 공략해야 한다.

유영국은 아모레퍼시픽과 NICE 그룹에서 근무하면서 베트남에서 10년째 화장품 업계에서 일하고 있다. MBC 라디오 <이진우의 손에 잡히는 경제> 등에서 베트남 경제 이야기를 나누기도 했다.

<유영국 「왜 베트남 시장인가」의 저자>

우리가 모르는 베트남바로가기

이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