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워즈』 연대기의 새로운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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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long time ago in a galaxy far, far away….” ‘옛날 옛적 은하계에’ 쯤으로 번역될 이 문장은 현대 대중문화에서 가장 큰 영향력의 프랜차이즈 상징이다. <스타워즈> 서두에 등장하는 문구다. 1977년 개봉 후 반세기가 다 된 이 시리즈는 신화가 없는 미국인들에게 그 대신이자, 세계구급 문화현상으로 자리 잡았다. 영화에 살을 붙인 ‘확장 세계관’은 미국의 ‘가상 신화’가 되었다. ‘캐넌’, ‘레전드’ 등 개념 설정은 학문 연구하듯 이어지고, 외전과 2차 창작을 통해 무한 확장 중이다.

<스타워즈> 스핀오프 <더 만달로리안> 시리즈 첫 공식 포스터 디즈니

<스타워즈> 스핀오프 <더 만달로리안> 시리즈 첫 공식 포스터 디즈니

몇대를 이어온 강고한 팬덤은 황금알을 낳는 거위인 동시에 무서운 감시자다. 디즈니는 원작자 조지 루카스에게 40억달러에 판권을 인수한 뒤 ‘시퀄’ 3부작을 내놓았다. 이 연작은 상업적 성과를 거뒀지만, 뿌리 깊은 팬덤층에겐 격렬한 찬반을 불러왔다. 새로운 시대 경향을 반영하는 지지층 확장 의지와 오리지널의 완성된 세계관 충돌이 주원인이다.

디즈니는 넷플릭스에 대적하기 위해 ‘디즈니+’라는 OTT 서비스를 개시했다(국내에는 2021년 하반기 서비스 예정). 스타워즈 시리즈를 놔둘 리 없다. 시퀄을 만회하기 위해 디즈니는 최초의 실사 드라마로 <더 만달로리안> 시즌1·2를 각 8부작으로 최근 선보였다. 미국 내 스트리밍 시청률 기록 경신과 신구 팬덤의 고른 지지라는 두마리 토끼를 잡는 데 성공했다.

<더 만달로리안>은 기본으로 돌아간다. <스타워즈>는 우주를 무대로 모험과 전쟁이 펼쳐지는 ‘스페이스 오페라’다. 여기에다 오리지널 영화의 기본 골격은 ‘오이디푸스 신화’다. 영화 역사상 가장 유명한 대사, “I am your father”의 의미를 생각해보라. 신화는 원래 간단하면서도 강렬한 공감의 이야기이다. 서부극을 연상케 하는 배경 또한 실제 미국 역사와 연결돼 흥미를 더한다. 오리지널의 매력을 존중하면서 그 캐릭터들은 어떤 사연을 갖고 있을까? 영화에선 등장 안 한 특정 시기엔 무슨 사건사고가 일어날까? 같은 상상을 절묘하게 채워냈다.

드라마의 대성공으로 디즈니는 코로나19 이후 한치 앞도 예측하기 힘든 영화 제작 대신 디즈니+를 활용한 외전 드라마로 주력 콘텐츠를 선회할 기세다. 이미 3개의 스핀 오프 드라마가 확정된 상태이며, <더 만달로리안> 시즌3은 2021년 연말 혹은 2022년 연초에 선보일 예정이다.

<스타워즈> 오리지널 시리즈의 새 구세주가 등장했지만, 안방에서 스트리밍으로만 접할 수 있어 아쉬움이 크다. 그 때문일까. 유튜브에서 ‘매시업’, ‘리액션’ 등 다양한 관람 반응이 합성된 2차 영상물들이 등장했다. 재미란 건 혼자보다 같이 즐길 때 더 커지게 마련이다. 극장에서 누리던 즐거움을 나누지 못하자 집단지성으로 어떻게든 공감대를 확인하려는 현상을 관찰하는 것 또한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대중문화 시리즈를 즐기는 재미의 일부다.

<김상목 대구사회복지영화제 프로그래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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