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작 뮤지컬 『명성황후』 25주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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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주년 기념 공연이 열린다. <오페라의 유령>이나 <레미제라블> 같은 영미권 뮤지컬 이야기가 아니다. 대한민국 창작 뮤지컬 <명성황후>다.

원작은 이문열의 소설 <여우사냥>이다. 이 제목은 명성황후 시해사건 당시 궁에 난입한 일본 낭인들이 황후를 제거하기 위해 붙인 작전명이다. 이미 한국인이라면 무언가 울컥해지는 분노를 느낄 수밖에 없다. 공연의 마지막 장면에 이천만 동포를 목 놓아 부르는 노래 ‘백성이여 일어나라’를 듣는 순간에는 소설이나 뮤지컬이 전달하고자 했던 민족주의적 메시지를 여실히 느낄 수 있다.

에이콤 제공

에이콤 제공

오랜 세월 무대를 이어오다 보니 작품을 거쳐간 배우만 해도 상당하다. 조승우, 홍경인, 조승룡 그리고 이번 공연에서도 여전히 미우라로 등장하는 김도형 등 주요 캐릭터의 주연급 배우들은 오늘날 한국 뮤지컬계의 최고 스타가 됐다. 하물며 앙상블을 거쳐간 신인급 배우들은 일일이 열거하기조차 힘들다. <명성황후>의 인기는 비단 무대에 국한되지 않았다. 뮤지컬로 시작돼 쌓인 명성은 다른 문화산업 장르에서도 다양한 부가가치를 창출해내는 재미난 기록을 잉태해냈다. TV 드라마로 만들어져 한류의 대중적 인기몰이를 하는가 하면, 음반이나 캐릭터 상품 등 다양한 문화산업 영역으로 확장되기도 했다. 뮤지컬 <영웅>에서는 황후의 곁에서 그녀의 최후를 직접 목도한 후 이토 히로부미를 암살하기 위해 일본으로 잠입한다는 등장인물인 설희를 구상하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주인공인 명성황후를 맡았던 배우는 초연 무대를 장식했던 윤석화를 포함해 모두 6명에 달한다. 가장 오랜 기간 명성을 누린 배우는 아무래도 이태원이다. 탁월한 가창력과 카리스마로 인기를 누려온 국가대표급 명성황후였다. 이번에 올려지는 25주년 기념 무대에서는 요즘 안방극장에서도 큰 사랑을 받고 있는 뮤지컬 배우 김소현과 탁월한 가창력의 배우 신영숙이 메인 롤로 참여한다. 김소현의 실제 배우자인 고종 역의 손준호, 감수성 넘치는 연기로 늘 시선을 집중시키는 강필석, 홍계훈 장군 역으로 등장하는 한국의 초대 콰지모도 윤형렬의 등장은 올해 앙코르 공연 최고의 매력 중 하나다.

가장 큰 어려움은 코로나19로 인한 거리 두기가 될 것 같다. 팬데믹으로 인해 우리나라 공연장들은 두 자리를 건너서 띄어 앉아야 하는 전대미문의 상황을 맞고 있다. 일반적으로 뮤지컬 공연의 손익분기점이 60%를 전후하는 티켓 매출인 것을 감안하자면, 막을 올리면 올릴수록 손해만 더 늘어나는 ‘배보다 배꼽이 더 큰’ 상황이다. 그래서 뮤지컬계에서는 동반자 간 한자리 띄어 앉기를 시행해달라는 절박한 호소도 등장하고 있다. 같이 주거하거나 식사를 하는 밀접한 동반자들일지라도 공연장을 찾으면 따로 앉아 관극을 해야 하는 무의미하고 불필요한 제도를 개선해달라는 목소리다.

<원종원 순천향대 공연영상학과 교수·뮤지컬 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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