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코로나 감염 대국에서 백신 제조 대국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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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12월 22일 기준, 인도의 코로나19 누적 확진자수는 1010만명으로, 전체인구의 0.8%가 감염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사망자수 14만6000명, 완치자 966만명으로 사망률 1.5%를 나타내고 있는데, 2020년 9월 중순 일일 확진자수가 9만6000명으로 정점을 찍은 후 12월 일일 확진자는 2만명대로 줄어들며 신규 발생률은 둔화되고 있습니다.

인도 뉴델리 지역에 마련된 코로나19 치료센터 / AFP 연합뉴스

인도 뉴델리 지역에 마련된 코로나19 치료센터 / AFP 연합뉴스

인도는 코로나19 확진자가 나온 시점부터 봉쇄령을 내렸는데, 확산을 막으려는 이유도 있지만 애초에 열악한 자국의 보건 인프라를 고려해 ‘확산속도를 최대한 늦추는 것’이 목표였습니다. 이 과정에서 이주노동자의 이동, 경제적 타격을 고려한 점진적 봉쇄령 해제, 농민법 개정에 반대하는 대규모 농민시위 등이 반복됐지만 ‘급속한 확산 방지’라는 목표는 어느 정도 달성한 것 같습니다.

확산을 최대한 늦추려 했던 것은 가능한 모든 해결책을 찾는 시간을 벌기 위함이었습니다. 그래서 인도는 일찍부터 백신 개발과 확보에 발 빠르게 움직여왔고, 현재까지 자체개발 백신 후보 3개, 해외 백신 4개를 확보해 1월부터 3억명 접종을 목표로 백신 공급을 시작할 예정입니다. 인도가 지금까지 확보한 백신 물량은 16억도즈로 인구의 60%를 커버할 수 있는 정도로 알려졌습니다.

발 빠른 확보와 생산 어떻게 가능했나?

그렇다면 인도는 어떻게 이렇게 발 빠르게 백신을 확보할 수 있었을까요? 인도는 전 세계 제네릭 의약품(복제약) 수출물량의 20%를 차지하는 세계 최대의 제네릭 의약품 공급국가입니다. 시장 전체 매출의 95%가 수출입니다. 2019년 수출액은 193억 달러로 전년 대비 9.4% 증가하며 꾸준히 성장하고 있습니다.

특히 백신 분야의 경우 전 세계 수요의 50%, 미국 수요의 40%, 영국 의약품 전체의 25%를 공급하고 있고, 유네스코에도 50~60% 이상의 가장 큰 물량을 공급하는 국가입니다. 세계 12대 생명공학 국가 중 하나이며,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는 3위를 차지하고 있고, 미국 다음으로 세계 최대의 재조합 B형간염 백신 생산국이라는 잠재력도 있습니다.

이렇게 제약 및 생명공학 분야에서 나름대로 기반을 구축해온 인도였기에 코로나19 백신의 대량 생산이 논의되던 7~8월부터 여러 글로벌 제약사와 본격적으로 협력해 전 세계 백신 공급국으로 기반을 다지게 됐습니다.

우선 인도가 확보한 백신은 다음과 같습니다. 해외 개발 백신으로는 영국의 아스트라제네카, 미국의 노바백스, 러시아의 스푸트니크V, 미국의 베일러 의과대학이 다이나백스와 협력해 개발 중인 백신, 화이자 백신이 있습니다. 자국 개발 백신으로는 카딜라의 ZyCov-D, 바라트 바이오테크사의 코백신 등 총 7개의 후보 백신이 임상 허가를 받았습니다.

[우리가 모르는 인도](4)코로나 감염 대국에서 백신 제조 대국으로

현재까지 개발된 해외 후보 백신 중 아스트라제네카, 스푸트니크V, 화이자 백신 3가지는 총 16억도즈를 사전 주문해 자국 공급용으로 확보했는데, 인도 정부는 13억 인구의 60%에 해당하는 최소 9억명이 백신을 접종하고 나머지 백신은 전 세계 가난한 국가에 공급할 것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인도에서 제조한 해외기업의 백신은 사전주문량 이상을 국내에서 사용할 수 없고, 나머지 생산물량은 WHO가 주도하는 코백스 시설로 보낼 예정입니다.

인도 정부는 코백스에 1500만달러를 기부하겠다고 했으나 향후 백신 생산국으로서 아시아, 아프리카 및 라틴 아메리카에 수출할 것도 염두에 두고 있습니다. 현재까지 인도에 가장 적합할 것으로 평가되고 있는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은 1월 말까지 총 2억도즈가 접종될 예정이며, 이를 제외한 나머지 생산량의 50%는 저소득 및 중간 소득 국가에 공급하되 1회 투여 단위당 3달러로 가격을 제한했습니다.

1월에 실시할 첫 번째 백신 접종 우선순위에 해당하는 사람들은 의료계 종사자, 경찰, 자원봉사자, 취약계층 등 총 3억명으로 면역력을 갖기 위해 2회 접종이 필요하므로 총 6억회 투여분이 공급됩니다. 8월까지 전체 프로세스를 완료할 예정입니다.

7개의 백신 후보, 16억도즈 백신 확보

인도는 60년 전 대대적인 소아마비 백신 접종 캠페인을 해온 경험을 비롯해 연간 5500만명을 접종하는 방대하고 체계화된 예방접종 시스템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물론 8개월 이내에 3억명을 접종해야 하는 이번과는 그 규모면에서 상당한 차이가 있기에 대내외적으로 우려하기도 했습니다. 이에 대해 인도 정부는 인도의 선거시스템을 기반으로 구역별 투표소 형태의 백신센터를 구축하겠다고 발표한 바 있습니다.

즉 2019년 총선에서 9억명의 유권자에게 적용됐던 홍채 및 지문정보를 기반으로 한 아다르(Aadhaar)카드로 신원을 확인하고, 투표 대기를 위해 쓰였던 프로세스 등을 백신 접종 시스템에 적용하겠다는 것입니다. 또한 백신과 접종자 간의 추적이 가능하도록 디지털 플랫폼인 Co-WIN(Covid Vaccine Intelligence Network)을 활용해 백신의 접종 및 부작용 모니터링 등이 가능한 시스템을 구축하고, 1일 100~200명이 접종할 수 있도록 2만9000개 지역에 8만개 이상의 콜드체인 장비를 보유하고 있습니다.

인도는 코로나19로 세계 2위의 감염국이라는 위기를 맞았지만, 기존에 제네릭 의약품 및 백신 제조 경험을 십분발휘해 ‘전 세계의 약국’을 꿈꾸고 있습니다. 의약품을 저렴하게 대량으로 생산할 수 있다는 장점이 인도가 현재 백신 제조의 글로벌 허브로 주목받는 이유일 것입니다. 코로나19 위기를 타개하고자 하는 인도는 팬데믹의 희망인 ‘백신’ 공급에서 우위를 점하게 되는 걸까요? 이미 20개국을 대상으로 백신 외교를 펼치고, 정부는 전례 없던 빠른 행정으로 긴급승인을 비롯한 관련 절차를 빠르게 진행하고 있습니다. 이를 보며, 코로나19가 인도 정부에 최우선으로 효과적인 백신을 투여한 것 같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한유진은 화학산업 컨설턴트로 일하다 삶의 전환점을 인도에서 찾게 된 것을 계기로 2009년부터 인도 뭄바이에서 살았다. 인도의 문화와 산업을 비즈니스와 통합하는 큐레이팅 스타트업 회사를 운영하며 현재는 국내에 머물고 있다.

<한유진 스타라진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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