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인도 OTT 시장 2024년 한국 능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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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1월 24일, 마디아프라데시주 경찰청에 넷플릭스 두 임원을 상대로 고소장(FIR·First Information Report)이 접수됐습니다. 이 신고서를 제출한 인도국민당(BJP)의 청년단 지도자 가우라브 티와리는 넷플릭스와 제작자의 사과 및 프로그램에서 불쾌감을 주는 장면의 삭제를 요구했습니다.

넷플릭스에서 상영 중인 드라마 <수터블 보이>

넷플릭스에서 상영 중인 드라마 <수터블 보이>

문제가 된 프로그램은 넷플릭스에서 상영 중인 <수터블 보이(A Suitable Boy)>입니다. ‘내가 고른 짝’이라는 의미를 담은 이 드라마는 인도의 동명 소설을 각색한 시리즈물로 영국 BBC One이 제작했습니다. 드라마는 프로듀서 소유주인 BBC 스튜디오와 넷플릭스의 계약에 따라 넷플릭스가 북미와 중국을 제외한 전 세계 독점 상영권을 갖게 됐고, 10월 23일부터 전 세계 스트리밍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이 작품은 1951년 북인도에서 성년을 맞이한 열정적인 대학생 라따를 중심으로 인도의 독립 및 파키스탄과 분할 직후 몇년간을 배경으로 이야기가 펼쳐집니다. 힌두교인 여주인공이 무슬림 남자친구와 힌두교 사원을 배경으로 키스하는 장면을 문제 삼았는데 이는 종교적 감성과 신념을 모욕하는 악의적 행위라는 주장입니다.

이 논란은 마디아프라데시주나 우타르프라데시주와 같이 힌두 민족주의를 강하게 주장하는 정치인들이 다수인 지역에서 제기된 점, 최근에 보석 브랜드 타니시크(Tanishq) 광고에서 힌두 여성이 무슬림 집안과 결혼하는 장면이 ‘러브 지하드(Love Jihad·무슬림 남성이 사랑을 미끼로 다른 종교의 여성을 개종시키는 것)’를 부추긴다고 논란이 된 점, 우타르프라데시주에서 불법종교 개종금지 법안이 시행된 점 등을 고려하면 실제 국민 정서라기보다는 정치적으로 이용됐다는 지적이 많습니다.

<수터블 보이> 사건이 반증하는 것

일반 TV광고는 대중성이 강하기 때문에 논란으로 삼을 수 있는데, 왜 OTT 플랫폼을 통해서만 시청 가능한 이 드라마를 문제 삼은 걸까요? 최근 다국적 회계컨설팅기업 프라이스워터하우스쿠퍼스(PwC)는 글로벌 엔터테인먼트 및 미디어 시장 전망(E&M) 보고서에서 인도의 E&M 시장이 2018년 약 5억달러에서 2022년까지 약 50억달러로 연평균 11.6% 성장할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실제 팬데믹으로 봉쇄령이 내려진 기간인 4월부터 7월 사이에 OTT 서비스 유료 가입자 수는 2220만명에서 2900만명으로 30% 증가했습니다.

가장 큰 변화는 OTT 시장 점유율의 변화입니다. 인도에 약 55개의 OTT 기업이 있습니다. 2017년 비디오 스트리밍 시장점유율은 핫스타 69%, 소니 13%, Voot 11%, 아마존 프라임 5%, 넷플릭스 1%였으나 2019년 핫스타의 비중이 29%로 급격히 줄어든 대신 Jio TV가 23%, 아마존 프라임 10%, 소니 8%, 넷플릭스 5% 등으로 변했습니다.

2020년 2분기를 기준으로 보면 넷플릭스 20%, 아마존 프라임 20%, 디즈니+핫스타 17% 등 글로벌 3사 중심으로 구도가 재편됐습니다. 이어 Zees 9%, Jio 시네마 7%, ALT Balaj가 4%, 소니 LIV 4%, 기타 19% 등입니다.

팬데믹 이후 기존의 TV 및 극장 위주의 콘텐츠 시청이 급격히 줄어들면서 OTT 시장으로 대체됐습니다. 넷플릭스라는 글로벌 플랫폼 기업의 시장 점유율이 급격하게 확대되면서 예전에는 극장가의 흥행 영화에서나 볼 수 있었던 사회적 파급력이 OTT 플랫폼으로 옮겨간 것을

[우리가 모르는 인도](3)인도 OTT 시장 2024년 한국 능가한다

<수터블 보이> 사건이 반증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넷플릭스의 시장 장악력이 커질 수 있었던 것은 아마존과 디즈니에 비해 훨씬 더 많은 콘텐츠를 보유하고 있었기 때문으로 보입니다. 실제로 넷플릭스는 1600개의 콘텐츠를 보유하고 있는 반면 아마존 450개, 디즈니+핫스타는 약 380개를 보유해 콘텐츠 면에서 압도적 우위를 차지합니다.

<SKY 캐슬> 인도서 인기 콘텐츠로

또한 넷플릭스는 미국, 영국, 일본, 한국, 프랑스, 호주, 스페인, 독일, 캐나다를 비롯한 다양한 국가의 콘텐츠를 볼 수 있다는 점이 장점으로 작용한 듯합니다. 미국, 영국, 일본, 독일, 프랑스, 캐나다에 국한된 아마존 프라임에 비해 훨씬 글로벌한 콘텐츠를 제공해 소비자에게 폭넓은 선택권을 줍니다. 디즈니+핫스타의 경우는 HBO의 국제적 콘텐츠와 크리켓 프리미엄 리그와 같은 스포츠 콘텐츠가 강점입니다.

2020년 9월 NDTV 계열사인 가젯360에서 3대 플랫폼의 베스트 콘텐츠를 선정했는데, 넷플릭스는 ‘넷플릭스 오리지널’ 48개를 비롯해 한국의 <킹덤>과 <SKY 캐슬> 등 13개국 콘텐츠 96개가 선정됐습니다. 아마존 프라임 비디오는 58개가 선정됐는데, 콘텐츠의 3분의 1 이상이 아마존 오리지널 또는 독점공급이며 넷플릭스에 비해 프로그램이 글로벌하지 않은 것이 특징입니다. 디즈니+핫스타는 인기 작품으로 선정된 79개 중 44개가 HBO 콘텐츠로 HBO가 제공하는 작품이 아마존에 비해 많은 것으로 보입니다.

PwC는 2024년에는 인도 OTT 시장이 한국, 독일, 호주를 능가해 세계 6위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현재 인도에서는 광케이블 유선인프라 및 무선인프라 확대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습니다. 또 스마트폰 보급률이 증가해 2025년 인도의 인터넷 사용자가 약 9억7500만명이 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특히 Tier 1, Tier 2 지역을 포함한 도시 외 지역의 스마트폰을 통한 인터넷 사용자 수 비중 증가가 도드라질 것으로 전망됩니다. 자녀 교육열이 높은 인도에서 우리의 <SKY 캐슬>이 인기 콘텐츠가 된 것을 보면, 다양한 틈새시장에 대한 가능성이 있다고 기대해 봅니다.

▶한유진은 화학산업 컨설턴트로 일하다 삶의 전환점을 인도에서 찾게 된 것을 계기로 2009년부터 인도 뭄바이에서 살고 있다. 인도의 문화와 산업을 비즈니스와 통합하는 큐레이팅 스타트업 회사를 운영하고 있다.

<한유진 스타라진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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