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익부 빈익빈 심화시키는 통화정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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낮은 금리의 대출을 안 받으면 바보라지만 대출도 아무나 받는 것은 아니다. 대출을 받을 수 있는 사람은 일정한 자산과 소득 또는 신용을 가져야 한다. 자기자본이 부족한 사람은 대출의 기회가 없다. 대출조건도 자산과 소득 또는 신용이 우량할수록 좋다. 금리, 대출 기간, 대출수수료 등 더욱 좋은 조건이 적용된다. 결국 부유할수록 더 싼 금리로 더 많이 대출받고, 가난할수록 대출받기가 어렵거나 대출받더라도 더 비싼 금리로 더 적은 금액을 대출받는 셈이 된다. 그렇다면 금리인하, 양적 완화를 통한 경기부양은 부익부 빈익빈을 심화시키는 정책수단이라는 결론을 벗어날 수 없다.

[김윤우의 유쾌한 반란]부익부 빈익빈 심화시키는 통화정책

오스트리아 국민경제학파의 필립 바구스와 안드레아스 마르크바르트는 통화량이 팽창할 때 국민이 겪는 현상을 “새롭게 만들어진 돈은 시장참여자들의 손에 동시에 들어가지 않는다. 어떤 사람들은 한푼도 손에 넣지 못한다. 사회 내부에서는 수입과 재산이 강도 높게 재분배된다. 재분배는 대체로 아래쪽에서 위쪽으로 이뤄지는 경향이 있다. 봉급생활자와 연금 수급자의 주머니로부터 국가, 은행, (대)기업, 대형투자자 그리고 이미 부유한 사람의 주머니로 돈이 흘러들어간다. 부동산이나 주식을 보유하고 있는 사람은 이 재산을 담보로 부동산과 주식을 추가로 획득한다”고 묘사한다.

오스트리아학파가 묘사하는 세상에서는 근면하게 일하고 저축하는 근로자보다는 대출을 받아 자산을 사러다니는 투기꾼이 승자가 된다. 그들의 승리는 영속적이고, 빈부격차는 나날이 늘어간다.

미국의 경우 오바마 정부는 경제적 약자를 보호하겠다고 했지만, 경제적 불평등은 더 심화되었다. 여기에는 통화정책의 정상화에 적극적이지 않았던 탓도 있다. 당시 재닛 옐런 전 연준 의장은 금리인상을 발표한 뒤 오바마 전 대통령과 회담을 했는데, 이후 금리인상 실행을 머뭇거렸다. 그때마다 자산 가격은 치솟아 부의 편차는 커졌고, 주택 월세가 올라 서민의 삶은 더 힘들어졌다. 그 덕에 차기 대선에서 트럼프 후보의 ‘오바마 정부하에서 경기회복은 신기루였다’는 메시지는 성공적으로 전파되었다. 그 결과 ‘오바마 리커버리’라는 경제회복에도 불구하고 ‘오바마의 유산 계승’을 내세운 힐러리 후보는 패배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오바마 정부보다 더 완화적인 통화정책을 노골적으로 추구했고, 빈부격차는 더 벌어졌다. 물론 바이든 당선자도 재정지출 확대를 위해 완화적 통화정책을 지지한다. 공화당 의회의 반대로 증세가 어려워지면 상황에 따라 현대통화이론(MMT·무제한으로 돈을 풀어 경기를 되살릴 수 있다는 이론)을 도입할 가능성도 점쳐진다. 바이든 정부가 과연 중산층 복원이라는 정책목표를 달성할지 오바마 정부의 전철을 밟을지 두고 볼 일이다.

김윤우는 서울중앙지법·의정부지법 판사를 역임했다. 아시아신탁에 재직했고, 중소기업진흥공단 법인회생 컨설턴트 등으로 활동했다. 지금은 법무법인 유준의 구성원 변호사이다.

<김윤우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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