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인도는 더 이상 ‘코끼리’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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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가 주목했던 미국 대선이 바이든 민주당 후보의 승리로 결정됐습니다. 막판까지 팽팽한 접전 후의 승리였지만, SNS와 전통 언론에서는 해리스 부통령의 선출에 더 큰 의미를 부여했습니다. 그의 어머니가 인도인이라는 사실이 잘 알려져 있었기 때문입니다. 여러 언론에서는 해리스 부통령의 외조부 고향에서 당선 축하를 기념하며 사원에서 기도식(푸자·Puja), 폭죽 터트리기, 곳곳에 색 가루로 갖은 문양과 축하 메시지 남기기(랑골리·Rangoli) 등을 하며 기쁨을 나눴다는 현지 반응을 보도하기도 했습니다.

인도 현지 언론에 보도된 해리스 미국 부통령 외조부 고향의 당선 축하 분위기 / 한유진 제공

인도 현지 언론에 보도된 해리스 미국 부통령 외조부 고향의 당선 축하 분위기 / 한유진 제공

인도계 미국인 해리스, 부통령에 선출

미국 내에서는 해리스 부통령을 흑인 출신이라고 인식하는데요. 해리스 부통령이 아프리카계 미국인 지도자를 많이 길러낸 하워드대학교를 졸업했고, 부통령 자신 또한 그에 대해 자부심을 느끼고 있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그러나 해리스 부통령이 자신에게 영향을 끼친 인물로 어머니를 언급했고, 유세 연설에서 나도 ‘치티(Chittis·인도 타밀어로 ‘이모’)라고 하면서 많은 인도계 미국인들의 마음속에 ‘자부심’을 느끼게 했습니다.

그렇다면 인도계 미국인은 과연 얼마나 될까요. 트럼프 대통령은 2019년 인도의 모디 총리가 미국을 방문했을 때 재미 인도인들과의 만남을 위해 열린 ‘어이, 모디(Howdy, Modi)’ 이벤트에 나타나 인도계 미국인의 지지를 호소했습니다. 해외 인도인을 OCI(Overseas Citizenship of India)라고 하며, 이는 유학 또는 해외 취업 등으로 해외에 거주하는 교포인 NRI(Non-resident Indian)와 이민자 및 이민 2~3세대 등을 의미하는 POI(Person of Indian Origin)를 통칭합니다. OCI가 가장 많이 분포한 국가가 바로 ‘미국’이며, OCI의 13.9%인 446만명이 있습니다.

인도 현지 언론에 보도된 해리스 미국 부통령 외조부 고향의 당선 축하 분위기 / 한유진 제공

인도 현지 언론에 보도된 해리스 미국 부통령 외조부 고향의 당선 축하 분위기 / 한유진 제공

이중 미국 내에서 투표권을 갖는 인도계 미국인 유권자 수는 약 190만명인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이 수는 미국 내 유권자의 1%에도 미치지 못하지만, 인도계 커뮤니티가 갖는 독특한 위상 때문에 중요합니다.

인도 커뮤니티의 학사학위 소지자 비율이 미국 평균의 2배, 중산층 소득도 미국 평균의 2배, 생활 빈곤율은 미국 전체 빈곤율의 절반 수준이라는 점 등은 다른 남아시아계 커뮤니티에 비해 독특한 점입니다. 이들이 선거캠페인의 잠재적 기부자들로 부상하면서 인도계 미국인의 정치적 중요성이 증폭됐습니다. 2020년 1차 선거기간 동안 기부금만 300만달러에 이르렀다는 보고서도 있었습니다.

인도 현지 언론에 보도된 해리스 미국 부통령 외조부 고향의 당선 축하 분위기 / 한유진 제공

인도 현지 언론에 보도된 해리스 미국 부통령 외조부 고향의 당선 축하 분위기 / 한유진 제공

재미 인도인을 대상으로 인디아스포라가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투표 전에 66%가 바이든 후보를 지지한다고 했습니다. 많은 인도계 미국인이 투표 격전지였던 텍사스(16만명), 펜실베이니아(6만1000명), 미시간(4만5000명), 플로리다(8만7000명), 조지아(5만7000명) 등에 많이 거주해 선거 전부터 인도계 미국인이 주목받았습니다.

RCEP에 인도만 빠져 논란

바이든 승리 이후에는 벌써 양국 간의 관계를 강화하자는 얘기가 오가고 있고, 각종 언론에서는 바이든 정부가 인수인계를 시작하면 예상되는 경제적·외교적 변화에 대한 분석이 나오고 있습니다. 실제로 인도는 지난 20년간 미국과의 무역에서 꾸준히 흑자를 기록해왔고, 2018년 212억달러 흑자로 정점에 달했습니다. 2019년에는 대미 수출이 전체 수출의 17%를 차지한 530억달러를 기록하기도 했습니다. 또 외국인직접투자(FDI)에서도 미국이 지난 20년 동안 5위를 차지했고, 해외포트폴리오투자(FPI) 부문도 3분의 1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비록 트럼프 정부 이후 무역량이 하락세였지만 바이든 정부에서 회복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습니다. 그 외 바이든의 실용주의 정책, 중국과의 관계, 기후협약에 대한 재논의 등도 인도에 ‘득(得)’이 될 것이라는 예상입니다.

그런데 지난 11월 15일에 체결된 세계최대 다자간 무역협정인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에 인도만 빠지자 그 이유에 관한 기사와 불참이 옳은 선택이었는지 등에 대한 논란이 뜨겁습니다. 인도는 2019년 11월 이미 RCEP 탈퇴를 선언했습니다. 중국과의 무역적자를 우려했고, 최혜국(MFN) 의무를 사용하지 못해 다른 RCEP 국가와 동일한 혜택을 제공한다는 점을 들어 인도에 불리하다고 판단한 결과였습니다.

이 선택의 연장선에서 중국과의 대치, 미중관계 악화, 팬데믹을 계기로 인도 정부는 지난 5월 ‘자립’을 선언했습니다. 자국 제조업 촉진정책 강화, 수입규제 강화, 해외투자유치 확대, 다양한 관련법 개정 및 제도 개선 등이 대표적인 방책들인데요. 팬데믹 기간에 발표한 ‘자립’ 선언과 이를 위한 시행정책이 정부의 강한 의지로 진행되고 있습니다. 실제로 삼성전자는 TV 수입 제한조치 이후 첸나이 공장을 재가동하기로 했고, 애플은 중국에서 공장을 이전하는 등 인도의 ‘자국 내 생산’ 정책은 진행 중입니다.

인도 언론에 보도된 해리스 미국 부통령 / 보도 화면 캡처

인도 언론에 보도된 해리스 미국 부통령 / 보도 화면 캡처

지금까지 인도는 ‘코끼리’로 묘사되곤 했습니다. 시장은 거대한데, 행정을 비롯한 인프라, 경제성장이 더디다는 것이 주된 이유였는데요. 인도를 ‘코끼리’로 비유하는 것은 이제 옛이야기입니다. 팬데믹을 계기로 패스트트랙 실시, 온라인 통관 시스템 도입 등 고질적이라고 지적된 많은 정책이 예상보다 훨씬 빠르게 변화하고 있습니다.

인도 정부의 ‘Make in India’에 사용된 로고가 ‘사자’입니다. 인도의 국장(國章) 역시 ‘사자상’입니다. 또한 인도에서 숭배하는 모든 악을 물리치는 최고의 여신 ‘두르가’가 타고 있는 동물도 ‘사자’입니다. 지금 인도는 앞으로 세계의 ‘리더십’에 기여하는 존재로 성장할 것을 언급하면서 ‘강한 인도’로 성장할 준비를 해가고 있습니다. 이런 인도가 우리에게 ‘신포도’가 되지 않길 바랍니다.

한유진은 화학산업 컨설턴트로 일하다 삶의 전환점을 인도에서 찾게 된 것을 계기로 2009년부터 인도 뭄바이에서 살고 있다. 인도의 문화와 산업을 비즈니스와 통합하는 큐레이팅 스타트업 회사를 운영하고 있다.

<한유진 스타라진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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