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주택정책 철학은 무엇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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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어떤가? 주택 공급은 경기부양의 한 수단인가? 부동산 세수는 충분한가? 2013년 공급축소정책을 채택한 이후, 충분한 공급 확대로 전환했다고 볼 수 있을까?

홍콩의 주택난에 아파트와 주택들이 빽빽이 들어서 있다. / pixabay

홍콩의 주택난에 아파트와 주택들이 빽빽이 들어서 있다. / pixabay

2002년 홍콩 정부는 경기회복 수단으로 부동산 부양을 선택하고 저렴한 공공주택 공급을 중단했다. 그 결과 2003년부터 2015년까지 홍콩 주택가격은 4배 이상 올랐다. 그 후 다시 공공주택을 공급하겠다고 발표했지만 주택난은 여전하다. 2020년 코로나19로 인한 경기악화로 홍콩 주택가격이 낮아지는 와중에도, 빈민의 증가로 ‘관짝집’의 월세는 오히려 15% 올랐다고 한다. ‘관짝집’을 벗어날 유일한 대안은 공공임대주택이다. 홍콩 공공임대주택 거주가구가 30%를 넘는데도, 공공임대주택 공급은 여전히 절대 부족이다.

홍콩 주택난의 원인으로는 토지 부족과 자금 부족이 꼽힌다. 개발가능한 대부분의 토지가 민간에 임대되어 공공이 활용할 토지가 부족하다고 한다. 2019년 9월 기준 홍콩 4대 부동산 재벌이 보유한 토지는 100만 가구 이상의 주택을 공급할 수 있는 약 1억제곱피트(약 281만평)가 넘었다. ‘토지회수조례’가 시행되었지만 이러한 상황이 개선됐다는 소식은 들리지 않는다.

더 근본적인 원인은 홍콩 정부의 세입구조다. 홍콩은 소득세, 법인세가 낮고 상속세, 양도세, 보유세 등이 없다. 홍콩의 세수 수입이 적을 수밖에 없다. 대신 재원 마련은 홍콩 정부가 가진 토지의 임대료로 충당한다. 이는 홍콩 정부가 주거복지라는 민주주의적 요구를 무시하고 재정마련을 위해 인위적으로 토지가격을 인상시킬 관료주의적인 동기를 가지게 할 위험을 내포한다. 홍콩 부동산 개발업자들이 제도적으로 정계에 미치는 영향력이 크다는 점과 대형 부동산 개발업자들의 담합이 쉽다는 점을 보태 보면 해결은 구조적으로 쉽지 않다.

이러한 홍콩의 주택난은 좁은 땅에 사람이 많기 때문에 발생하는 필연이요, 숙명인 것일까? 마카오와 싱가포르를 보면 그렇지 않다. 마카오도 인구밀도와 주택 수요가 높고 홍콩보다 토지 면적이 작다. 하지만 공공의 저렴한 분양정책과 임대주택 공급 등에 힘입어 주택 공급도 원활하고, 카지노에서 얻은 재정수입으로 재정수요를 충당하고도 남기 때문에 마카오 정부가 부동산 가격을 올릴 동기와 유인이 작다. 싱가포르는 세율이 낮은 점, 물류와 금융허브를 추구하는 점 등은 홍콩과 비슷하다. 그러나 1965년 독립 뒤 꾸준히 공공주택을 공급한 결과, 스위스 UBS은행의 ‘2018년 글로벌 부동산 거품지수에 관한 보고서’에 따르면 싱가포르는 지난 10년간 주택가격이 개선된 몇 안 되는 도시다.

우리는 어떤가? 주택 공급은 경기부양의 한 수단인가? 부동산 세수는 충분한가? 2013년 공급축소정책을 채택한 이후, 충분한 공급 확대로 전환했다고 볼 수 있을까? 공공임대정책 추진 여론에 토지 부족과 예산 부족을 이유로 난색을 표하고 있지는 않은가? 재정수입을 확보하기 위해 공공이 보유한 토지를 매각하고서는 공공임대주택을 지을 토지가 부족하다고 하지는 않는가? 주택가격 하락은 금융기관 부실채권 증가를 불러온다는 이유로, 디플레이션을 막아야 한다는 이유로, 토지가격과 주택가격을 올릴 유인을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닌가? 대형 건설사와 대형 시행사가 정계에 미치는 영향은 작은가? 민간 아파트 시장은 담합이 어려운 구조인가? 공무원연금공단이 개포 공무원임대아파트 8단지를 ‘연금기금 운용개선’을 위해 매각하여 디에이치자이개포로 재건축되는 현장을 보면 우리와 홍콩의 주택정책 철학이 다르다고 할 수 있는지 궁금해지는 하루다.

김윤우는 서울중앙지법 판사, 의정부지법 판사 등을 거쳤다. 아시아신탁, 중소기업진흥공단 법인회생 컨설턴트로 활동했다. 지금은 법무법인 유준의 구성원 변호사다.

<김윤우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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