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체를 똑같이 쓰는 노동과 운동의 차이
  • 인쇄
  • |
  • 목록
  • |
  • 복사하기
  • 페이스북
  • 트위터
  • 밴드

‘골병든다’는 말이 있다. 사전적 의미로는 ‘겉으로 드러나지 아니하고 속으로 깊이 든 병’이다. 골병은 한글 ‘골’과 한자 ‘병(病)’이 합해진 말이다. 골은 ‘곯다’에서 유래한 것 같다. 곯다는 ‘속이 물크러져 상하다’는 뜻이다. 비유적으로 ‘은근히 해를 입다’는 의미도 있다. 나도 모르게 속에 이상이 생기면서 발생하는 병이 골병이라고 보면 되겠다.

인기 트레이너 최성조(가운데)가 TV 예능프로그램에서 한석준, 현영, 김지민에게 운동을 지도하고 있다. / 경향 DB

인기 트레이너 최성조(가운데)가 TV 예능프로그램에서 한석준, 현영, 김지민에게 운동을 지도하고 있다. / 경향 DB

육체노동을 하면 골병들기 쉽다. 노동은 근육보다는 뼈와 관절을 더 쓰기 때문이다. 비쩍 말랐는데 무거운 걸 잘 들거나, 앙상한 몸으로 망치, 곡괭이 등을 잘 쓰는 사람들이 있다. 뼈와 관절로 하중을 견디면서 그곳에 힘을 모아 순간적으로 큰 힘을 내기 때문이다. 무거운 걸 들 때를 가정해보자. 팔은 아래로 축 늘어뜨리고 손목으로 물건을 받치며 허리뼈로 지탱한다. 하중은 손목, 팔꿈치, 허리에 쏠린다. 그 부위 뼈, 관절이 성할 리 없다. 사람은 본래 에너지를 가장 덜 쓰는 방식으로 움직인다. 가장 편한 보폭으로 숨이 차지 않는 속도로 걷는 것부터 그렇다. 육체노동, 신체 움직임 모두 인간이 의식하지 않는 한 태생적으로 힘을 최소화하는 방식으로 한다. 하기 싫은 노동이라면 더 그렇다.

반대로 운동할 때 바벨을 드는 모습을 상상해보자. 손목, 팔꿈치를 쓰지만 바벨을 들어 올리는 데 사용되는 건 팔과 팔뚝, 어깨에 있는 촘촘한 근육들이다. 노동이든 운동이든 뼈와 관절, 근육을 다 쓰지만 사용 비율이 다르다. 운동을 통해 강해진 근육들은 뼈, 관절에 가는 부담을 흡수한다. 무릎 주위 근육을 강화하면 무릎 통증이 줄어드는 것과 같은 이치다. 결국 운동은 노동을 위한 힘을 기르는 과정이다. 골(骨)병에 대한 백신인 셈이다.

신체를 움직이는 범위와 동작도 노동과 운동 간 차이가 크다. 노동은 일반적으로 같은 동작을 수없이 반복한다. 업무를 수행하는 데 불필요한 동작을 없애는 게 최소 에너지로 최대 효과를 내는 길이기 때문이다. 반면 운동은 신체를 움직이는 범위가 넓고 동작도 다양하다. 운동할 때는 일할 때, 생활할 때 거의 쓰지 않은 근육까지 자극한다. 운동은 거의 모든 신체 근육을 조였다가 풀어주면서 잠자는 근육까지 깨우는 생산적 활동이다.

자율성도 노동과 운동 간 차이를 가른다. 노동은 하기 싫어도, 힘들어도, 피곤해도 해야 한다. 운동은 하기 싫을 때 쉬면 되고, 하고 싶을 때 조금 더 하면 된다. 자발적인 행동은 남이 시켜서 하는 행동보다 몰입도와 능률이 높다. 자발적인 몰입은 운동이고, 타의적 강요는 노동인 셈이다.

쉽지 않겠지만 마음을 약간 고쳐먹으면 노동도 운동이 될 수 있다. 근육을 조금이라도 더 써 물건을 들고 옮기는 것, 신체 활동 반경을 조금 넓혀보는 것, 본인이 정말 하고 싶은 일을 직업으로 삼는 것 등이 그 방법이 될 수 있다. 물론 노동을 운동으로 여겨 실천한다는 건 쉽지 않겠지만 조금씩이라도 된다면 몸과 마음에 득이 된다.

노동이든 운동이든 똑같이 적용되는 철칙이 있다. 몸이 힘들 때 하는 신체 활동은 독이 된다. 몸이 힘들 때, 어딘가 아플 때, 피곤할 때 무조건 쉬어야 한다.

※이번 호를 끝으로 연재를 마칩니다.

<스포츠산업팀 김세훈 기자 shkim@kyunghyang.com>

스포츠 돋보기바로가기

이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