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예술허브 ‘스페이스K 서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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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서남권, 그중에서도 강서구 마곡지구는 바이오 지식산업 클러스터로 유명하지만 잘 살펴보면 서남권의 새로운 문화예술 허브로도 주목할 만큼 다양한 예술공간이 운영되고 있다. 먼저 2009년 개관한 겸재정선미술관에서 출발해 보면 이웃한 서울식물원으로 발걸음을 옮기게 되는데, 여기에는 1920년대 말경 건축된 근대건축물로서 서울시 등록문화재로 지정된 배수펌프장을 복원해 전시장으로 재탄생시킨 마곡문화관이 있다. 서울식물원의 반대쪽 꼭짓점이라 할 수 있는 마곡나루역까지는 성인 걸음으로 15분 정도 걸리는데 다음 목적지인 LG사이언스파크까지 가려면 겸재정선미술관 앞에서 버스를 타는 것도 좋다.

서울 강서구 스페이스K 서울(위)에서 개관전 <일그러진 초상>이 열리고 있다. / 필자 제공

서울 강서구 스페이스K 서울(위)에서 개관전 <일그러진 초상>이 열리고 있다. / 필자 제공

LG사이언스파크에 인접한 마곡지구 한다리문화공원에 코오롱그룹이 105억원을 들여 신축한 미술관 ‘스페이스K 서울’이 지난 9월 16일 문을 열었다. 사실 서울 강서구·양천구 등에서는 대형 미술전시장을 찾아보기 쉽지 않다. 마곡지구만 해도 LG유플러스 사옥 1층에 있는 LG U+ 아트갤러리나 이대서울병원 2층에 있는 아트큐브 등의 갤러리들이 운영 중이지만 대형작품이 전시되기는 힘든 구조다.

서남권 전체로 보아도 서울시립미술관의 분관인 서서울미술관이 금천구에 건립될 예정이지만 2023년까지 기다려야 하는데다 교통을 생각하자면 차라리 인천에 있는 파라다이스시티의 미술관 아트 파라다이스를 찾는 편이 나을 정도다. 때문에 이번 스페이스K 서울의 개관은 기업의 예술공헌 활동을 넘어 서남권 지금 주민들의 문화예술 수요를 직접적으로 흡수할 수 있는 균형발전의 초석이 놓였음을 의미한다.

지금 전시장으로 들어서면 9월 16부터 시작된 개관전 <일그러진 초상>이 진행 중이다. 원래는 입장료가 5000원이지만 개관전은 무료라는 반가운 소식도 있다. 미술관이 소개하는 작품들은 모두 국제미술계에서 활발히 활동하는 작가들의 작업으로 한국 작가로는 이불, 서도호, 신미경, 배찬효 등이 참여하고있다.

비누를 활용한 조각으로 유명한 신미경의 높이가 2m가 넘는 대형 조각부터 2001년 베니스 비엔날레 한국관 작가였던 서도호의 개념예술 작품 <고등학교 교복> 등을 만나볼 수 있다.

특히 인도 뭄바이에서 태어난 지티시 칼라트의 대형작품 <Sweatopia>는 전시장을 찾은 모든 관객의 시선을 사로잡을 흡입력을 뽐내고 있다. 높이가 2.48m에 가로 길이가 5m를 넘는 이 작품은 등장인물들의 머리카락을 자동차 부품과 인체, 오토바이 등이 뒤섞이고 꿈틀대는 뭄바이의 스카이라인으로 표현한다. 이를 통해 기계산업 문명에 급속히 잠식되고 있는 인도인, 나아가 전 세계 도시인의 삶을 풍자하고 있다. 이 외에도 중국의 장샤오강이나 영국의 길버트 앤 조지의 작품들도 반가움을 더한다. 전시는 내년 1월 29일까지 이어지며, 2월부터는 세계적으로 주목받는 미국작가 헤르난 바스의 개인전이 예정되어 있다.

<정필주 문화예술기획자·예문공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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