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줌을 유용하게 쓰지만 대면 만남이 그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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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 오전에 만나요.” 퇴근하려던 찰나 선배의 한마디. 내일 재택근무할 건데 만나자니? 두 눈이 동그래진 제게 선배는 말했습니다. “줌에서요!” 다음날 오전 화상회의 플랫폼 ‘줌’으로 모이기로 한 것을 가리킨 겁니다. 코로나19가 가장 크게 바꿔놓은 것 중 하나가 만남의 방식입니다. 눈을 마주치고 상대의 온기를 느낄 순 없어도 우리는 화면 너머로 만나며 살아가고 있습니다.

노도현 기자 hyunee@kyunghyang.com

노도현 기자 hyunee@kyunghyang.com

비대면 졸업식·입학식이 참 새로웠는데 2학기에도 원격수업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화상회의나 화상강연이 더 이상 어색하지 않습니다. 코로나19가 확산할 때부터 ‘뉴노멀’이라고 일컬은 비대면 방식의 만남에 또 한 번 주목한 이유입니다. 그중에서도 가장 널리 이용하는 줌을 중심으로 들여다봤습니다. 직장인이든 학생이든 가릴 것 없이 자신의 이야기를 거리낌 없이 들려주셨습니다. 소중한 경험을 나눠주신 분들께 다시 한 번 감사드립니다.

기사에는 미처 담지 못한 동료 기자의 경험도 흥미로웠습니다. 동료 기자는 두 번이나 줌으로 집단 인터뷰를 진행했습니다. 접속 상태도 괜찮았고 연장자들도 초반에만 어려워했지 차차 적응했다고 합니다. 하지만 직접 만날 때보다 취재일지가 3분의 2로 줄었습니다. 2시간 만나면 10쪽 분량이 나오던 인터뷰 내용이 화상으로 하니 6~7쪽으로 줄었다는 것입니다. 대화를 매끄럽게 주고받기 어렵다는 점을 보여줍니다. 인터뷰할 땐 취재원의 표정과 몸짓, 장소의 분위기 등을 기록하는 것도 중요합니다. 네모난 화면은 상황을 온전히 담아내기엔 역부족이었습니다.

화상회의를 둘러싼 의견은 다양했습니다. 동료 기자처럼 “소통이 원활하지 않다”, “딱 할 말만 하고 끝나서 아쉽다”는 의견이 있는가 하면 “할 말만 해서 좋다”라는 의견도 있었습니다. 공통된 흐름은 “코로나19 때문에 줌을 유용하게 쓰고는 있지만 대면 만남이 그립다”는 것이었습니다. 바이러스와 당장 헤어질 수 없기에 비대면 만남은 자의 반 타의 반으로 계속될 것입니다. 기약이 없어 서러울 뿐입니다. “학교 가면 ‘렉’ 걸릴 일은 없잖아요.” 중학생 취재원의 말이 기억에 남습니다.

곧 추석입니다. 올해만큼은 “더도 말고 덜도 말고 한가위만 같아라”라는 말을 접어둬야겠습니다. 귀향을 포기하는 이들이 늘고 온라인으로 차례·성묘를 하는 방안도 떠오르고 있습니다. 조선시대에도 역병이 돌거나 어쩔 수 없는 사정이 있을 땐 차례를 건너뛰거나 불참해도 예법에 어긋나지 않았다고 하니 너무 걱정하지 않으셔도 될 듯합니다. 형식보다 중요한 건 마음이니까요.

<노도현 기자 hyune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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