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규직 기사와 비정규직 기사의 온도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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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규직. 실무노동용어사전은 정규직 노동자를 “사용자와 직접 근로계약을 체결하여 사업장 내에서 전일제(full-time)로 근무하면서 근로계약기간의 정함이 없이 정년까지 고용이 보장되는 근로자”라고 설명합니다. 정규직 노동자를 다룬 기사는 상대적으로 많은 관심을 받습니다. 정규직 해고 이야기는 더욱 그렇습니다. 기사 밑에는 댓글도 많이 달리는 편인데 대부분 날이 서 있습니다. 나아가 노동조합에 가입한 정규직 노동자 다룬 기사 댓글창에는 종종 노동자에 대한 성토의 장이 열립니다. 지난호에 쓴 ‘쉬워진 해고, 단지 코로나 때문인가’ 기사를 두고도 치열한 공방이 벌어졌습니다.

반기웅 기자 ban@kyunghyang.com

반기웅 기자 ban@kyunghyang.com

그런데 비정규직의 노동과 해고를 다룬 기사와는 온도차가 있습니다. 일터에서 밀려나는 비정규직 이야기는 정규직만큼의 관심을 받지 못합니다. 왜 그럴까요. 비정규직은 1997년 IMF 외환위기 이후에 한국 노동시장에 안착한 고용형태입니다. 물론 그 전에도 임시 일자리는 있었지만 지금처럼 ‘비정규직’이 보편화되지는 않았습니다. 외환위기 상황에서 기업은 비정규직을 서둘러 도입했고 순식간에 확산됐지요. 이후 비정규직은 한국사회의 뉴노멀이 됐습니다. 불안정 고용은 보편적인 고용형태로 자리 잡게 된 겁니다. 쉽게 해고되고 순식간에 밀려나는 노동자들의 이야기는 특별할 것 없는 우리 이웃의 이야기가 됐습니다.

사람의 관심은 희소성을 가진 재화입니다. 대중은 익숙한 이야기에 관심을 나눠주지 않습니다. 반면에 정규직 이야기는 어떨까요. 한국노동연구원이 정규직·노동조합 있음, 300명 이상 사업장 재직, 이 세 가지 요건을 충족하는 일자리를 ‘사회적으로 괜찮은 일자리’로 정하고 얼마나 될까 조사를 해봤습니다. 결과는 7.6%였습니다. 7.6%의 이야기, 더군다나 해고 이야기는 슬프지만 희소가치가 있습니다. 코로나19 이후 사회적으로 괜찮은 일자리는 더 줄어들 테고 어쩌면 이들의 희소가치는 더 치솟을지 모르겠습니다.

노동계는 코로나19 이후를 걱정합니다. 외환위기라는 재난 상황에서 비정규직이 노동시장을 점령했듯 코로나19라는 재난이 노동환경을 더 악화시킬 수 있기 때문이지요. 코로나19라는 재난을 틈타 눈엣가시 같은 노조를 솎아내려는 기업들이 눈에 띕니다. 흑자 폐업을 하는 외국 자본도 있고, 퇴사를 가장한 대규모 해고를 유도하는 기업도 있습니다. 이들이 행태를 용인하고 난 뒤 맞이할 한국사회의 ‘뉴노멀’은 과연 어떤 모습일까요.

<반기웅 기자 ba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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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동학대, 나아진 게 없다
오늘을 생각한다
아동학대, 나아진 게 없다
지난 6월 10일 경기 수원시청 앞에서 수원시 장안구의 한 민간어린이집에서 벌어진 집단 아동학대 관련 기자회견을 했다. 비슷한 사건을 접할 때마다 가해자들의 범죄행위에 치를 떨면서, 피해 아동 보호자들이 지친 마음과 몸을 이끌고 기자회견을 하게 만드는 망가진 시스템에 분노한다. 만 2세 반 어린이 13명에게 2명의 교사가 상습 폭력을 가했다. 경찰이 확보한 35일 치 CCTV에서 350건의 학대 행위가 발견됐고, 가해 교사 2명과 원장이 상습 아동학대와 방조 혐의로 검찰에 송치됐다. 그러나 피해 가족들은 가만히 있을 수 없었다. 원장은 아무런 행정 처분 없이 어린이집을 운영하고 있고, 가해 교사 2명은 자진 사직했기에 자격정지 등 처분을 받았는지 알 수 없다. 수원시는 할 수 있는 행정 조치는 다 했다며, 재판 결과를 기다릴 수밖에 없다고 했다. 피해 가족들은 수원시 행태가 마치 2차 가해처럼 느껴진다고 했다. 아동들은 여전히 불안과 악몽에 시달리고 있다. 자다가 몇 번씩 잠에서 깨는 한 어린이는 “꿀향기반 선생님들이 자기를 데리러 올까봐 무섭다”고 했다. 다른 어린이는 작은 소리에도 몸을 움찔하고, 밤마다 악몽에 시달린다. 지난 1월 CCTV 영상을 확인하고 경찰 신고, 언론 보도가 이어졌지만 5개월 동안 가족들의 삶은 하루도 편하지 않았다. 만 2세 어린 아기들을 밀치고, 넘어뜨리고, 머리채를 끌어당기고, 냅다 던져버리는 영상을 보며 엄마·아빠들의 마음은 지옥으로 떨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