싹쓰리 성공에 편승한 90년대 귀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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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여름 가요계 주인공은 단연 ‘싹쓰리’다. ‘다시 여기 바닷가’, ‘그 여름을 틀어줘’, ‘여름 안에서’ 등 다수의 노래가 출시 직후 주요 음원차트 상위권에 들었으며, 두 달 가까이 그 위치를 지키고 있다. ‘다시 여기 바닷가’로는 Mnet <엠카운트다운>과 MBC <쇼! 음악중심>에서 1위 트로피를 거머쥐었다. 각종 차트와 음악방송을 싹쓸이하겠다는 이름 속 야망은 아주 쉽게 이뤄졌다.

[문화프리뷰]싹쓰리 성공에 편승한 90년대 귀환

MBC 예능 프로그램 <놀면 뭐하니?>를 통해 결성된 싹쓰리의 성공은 예견된 일이었다. 기본적으로 세 멤버 유재석, 이효리, 비의 인지도가 높고, 지금껏 볼 수 없었던 조합이었기에 대중의 관심을 끌어내기가 수월했다. 여기에 그룹을 조직하고 노래를 만드는 과정을 방송에 담음으로써 친근감을 갖췄다. 멤버들의 유쾌한 대화와 장난기 넘치는 행동으로 시청자들은 활력을 얻을 수 있었다. 노래를 제작하는 모습을 보여줄 때마다 멜로디가 함께 화면에 흘러서 사전 홍보 효과도 누렸다.

싹쓰리의 탄생, 히트는 멤버들끼리 향유할 추억과 성과에 머물지 않는다. 싹쓰리는 듀스가 1994년에 발표한 ‘여름 안에서’를 리메이크하는 등 1990년대에 유행했던 스타일의 댄스음악을 들려주는 것을 목표로 세웠다. 이 활동을 포착해 여러 가수가 90년대 댄스음악 복원에 나섰다. 코요태가 유피의 1997년 히트곡 ‘바다’를, 걸그룹 시크한 아이들이 룰라의 1996년 히트곡 ‘3! 4!’를 리메이크했다. 자자는 본인들이 1996년에 낸 ‘버스 안에서’를 새롭게 구성해 선보였다. 게임업체 엔씨소프트는 아이돌 가수들을 불러 ‘피버뮤직 2020 쿨 썸머 프로젝트’라는 타이틀로 ‘해변의 여인’, ‘운명’, ‘애상’ 등 쿨의 대표작들을 다시 만들었다. 싹쓰리에 의해 대중음악계에 잠시 새 조류가 나타났다.

90년대를 경험한 이들에게는 반가운 현상일 것이다. 2000년대 중반 이후 지상파 음악방송은 죄다 아이돌 그룹들이 차지해 왔다. 근래 TV조선의 <미스트롯>과 <미스터트롯>이 흥행한 뒤로는 트로트 가수들이 브라운관을 무른 메주 밟듯 누빈다. 젊은 세대와 50~70대가 즐길 음악 프로그램은 여럿이지만 30·40대들을 위한 콘텐츠는 전무한 상황이다. 때문에 중년들로서는 90년대 재현 물결이 은혜롭게 여겨질 수밖에 없다.

안타깝게도 이 흐름은 판이 펼쳐졌을 때 편승하는 분위기가 짙었다. 자자는 올해 23년 만에 신곡을 냈으나 별다른 관심을 끌지 못했다. 코요태는 이따금 신작을 출품하긴 해도 늘 반응이 저조하다. 시크한 아이들은 유명하지 않은 신인 걸그룹의 집합이다. 시들시들한 이들이 탄력을 획득하기 위해 싹쓰리를 따른 결과로 보이기에 충분하다.

하나같이 ‘여름에는 댄스음악’이라는 암묵적 관습을 좇은 것도 헛헛함을 키운다. 어떻게든 한철장사에서 이익을 챙겨 보고자 부랴부랴 뻔한 상품을 실은 리어카를 끌고 나온 모양새다. 근시안적 태도 대신 체계적인 구상을 통해 작품활동을 벌일 때, 그리고 이 움직임이 자연스럽게 부피를 더해 갈 때 어떤 경향이 실하게 지속될 수 있다. 올여름 90년대 음악의 귀환은 적잖은 아쉬움을 남긴다.

<한동윤 대중음악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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