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연 데이터청이 필요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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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정치권에서 데이터청, 데이터부 이야기가 나오고 있습니다. 정부 각 부처가 가지고 있는 정보를 한곳에 모아 관리하겠다는 것입니다. 이른바 빅데이터를 통해 더 효율적인 시스템을 만들겠다는 거죠. 이야기를 들어보면 그럴듯합니다. 다양한 정보를 종합해 맞춤화된 ‘공공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고 합니다. 가령 코로나19 긴급재난지원금을 지급할 때 지급대상을 놓고 말이 많았는데, 각 부처의 모든 데이터가 한곳에 모여 있으면 지급대상을 선별하는 데 그리 어렵지 않다는 겁니다.

이하늬 기자

이하늬 기자

하지만 ‘과연 데이터청이 필요할까’라는 의문은 가시지 않습니다. 정부는 이미 우리의 개인정보 상당수를 가지고 있거든요.

보건복지부를 한번 볼까요. 건강보험료가 체납되거나 일정 기간 전기나 수도가 끊길 경우, 개인이 알리지 않아도 복지부의 시스템에 ‘위기가구’로 잡힙니다. 복지부가 이를 알아채고 해당 지역의 주민센터에 통지하면 지역 사회복지 담당자들이 현장에 나가는 식이죠. 복지부에 따르면 이런 방식으로 복지부는 무려 22만 명을 찾아내 지원했습니다.

연말정산은 어떤가요? 국세청 연말정산 시스템에 들어가면 굳이 개인이 입력하지 않아도 1년 동안 사용한 체크카드 내역, 신용카드 내역, 병원에 간 기록, 현금영수증, 교통비 등 각종 자료를 몇 번의 클릭으로 내려받을 수 있습니다. 이처럼 필요할 경우, 개인의 정보가 우리도 모르는 사이에 정부 각 부처에 제공되고 있습니다. 그런데 왜 데이터청이 굳이 필요할까요?

실효성에 의문이 드는 동시에 부작용에 대한 우려도 적지 않습니다. 감시사회에 더 가까워지는 것 아니냐는 겁니다. 중국의 ‘사회 신용 시스템’은 ‘빅브라더’의 대표 사례로 꼽힙니다. 중국은 신용카드나 휴대폰 사용을 통한 추적은 물론이고 안면인식 시스템을 갖추고 있습니다. 이제는 마스크를 써도 신원을 파악할 수 있는 수준까지 올랐습니다.

한국 역시 많은 사람이 코로나19를 지나면서 방역을 이유로 자신의 개인정보가 얼마나 취약하게 취급되는지를 봤습니다. 국토교통부는 지난 3월, 신용카드 사용 내역과 휴대폰 기지국 파악을 통해 단 10분 만에 개인의 동선을 파악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었습니다. 지금은 방역을 이유로 들지만 이유는 언제든지 바뀔 수 있습니다.

그런데 여기서 정보를 만드는 주체인 각 개인이 얻을 수 있는 건 뭘까요. 데이터는 ‘디지털 원유’라고 하는데 개인이 어떤 혜택을 받고 있는지 와닿지는 않습니다. 정치권에서 오가는 데이터청 설립으로 이득을 보는 건 누구일지도 궁금합니다. 데이터청, 정말 이런 식으로 설립돼도 괜찮을까요.

<이하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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